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그동안 뵙지 못한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같은 나이인데도 현재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는 아주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재임 기간에도 아주 활발하셨던 H 여교수님은 오랜만에 통화에서도 긴 시간 활발한 목소리로 근황을 재미있게 이야기하시는 데 비해 다른 K 교수님은 졸린듯한 목소리로 그저 묻는 말에만 대답하시고 얼른 전화를 끊고 싶어하셨다.
더욱 놀란 것은 S 여사님의 근황이다. 84세인 S 여사님은 부군이 의사이고 큰 대형병원을 운영하셔서 젊어서부터 운전기사 딸린 자가용으로 나들이하고 자녀들 잘 양육하는데 혼신을 다하신 전형적인 현모양처이셨다. 10년전쯤 우연히 백화점에서 뵈었을 때도 기사를 대동하여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몇 년 전부터 한 말을 되풀이하고 지인을 멀리했다. 또 약속을 잊고 하더니 가족도 몰라보기 시작하여 남편병원 요양실에 장기 입원 중이다. 누구보다 아름답고, 우아하셨던 분이 거동조차 불편해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낯설어하는 모습이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는 치매를 나이가 들면 생기는 노인성 질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65세전 심지어 40·50대부터 발생하는 초로기 치매환자도 많고, 현직 간호사, 변호사, 선생님, 직장인 등 직업도 학력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초로기 치매 환자는 치매 예후가 상당히 나쁘고 진행 속도도 빨라 치매 발생 후 4-5년 만에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중증 단계로 진행된다. 경제활동을 해야 되는 나이에 발생하여 가장이 초로기 치매환자로 판명되면 온가족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렇듯 자신을 잊어버리고 가족의 삶까지 무너뜨리는 초로기 치매는 직업도 학력도 가리지 않는다. 65세 전에 발생하는 ‘초로기 치매’ 환자의 공통점은 우울증, 만성스트레스, 가끔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것이고 그사이 뇌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데 본인은 그저 지나가는 일상으로 방치했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 렛싯(Lancet)의 건강장수 저널인 ‘헬시 론제비티’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미국, 영국, 한국 등 14개국의 51세이상 21만 4000명의 치매관련 연구조사결과 치매는 단지 80세가 되어 생기는 병이 아니라 50세부터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병이라고 발표하였다. 즉 “치매는 20-30년에 걸쳐 형성되는 생활습관병”이라고 결론을 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인병 즉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비만과 같은 생활습관병이라는 것이다.
지난번 칼럼에도 쓴 바와 같이 치매환자와 80세에도 60대의 기억력과 에너지를 소유한 수퍼에이저간의 일상의 생활습관, 운동, 식습관 등의 현격한 차이가 20여년 이상 지속되며 누구는 치매환자가 되기도 하고 수퍼에이저가 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 치매 환자로 이끈다는 것이 ‘헬시 론제비티’저널에서 밝힌 20-30년간의 생활습관병이라는 것이다
S 여사님은 40대 이후 늘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이용하여 걷기보다 앉아있는 좌식생활을 수십년 지속하였으며 집안일도 여러 명의 가사도우미가 도맡아 하여 가사 일도 거의 안하고 오직 자녀들의 일류학교 진학을 위해 늘 스트레스를 받으며 애태우던 전형적인 사모님이셨다. 오랜기간동안 본인을 위한 운동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교류도 없었던 가족을 위한 일생이셨다. 노년기에 접어드니 허전하고 허무하고 우울하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더니 서서히 치매로 진행되었던 것 같아 참 아쉽고 마음 아프다. S 여사님의 특징 중 하나는 60초반부터 청력이 많이 떨어진 듯했다. 명절에 내가 방문하여 대화를 나눌 때면 잘 안 들린다고 주변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나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렌싯’ 치매 위원회는 치매발생의 한 포인트로 청력저하를 지적하였다. 우리가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을 쓰듯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사용하면 되는데 한국인들은 유독 보청기 사용을 꺼린다.
102세에 소천하신 나의 시어머니도 90이 넘어서는 청력이 떨어져 보청기를 사용하셨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니 엉뚱한 말을 하고 다른 사람 말을 오해하고, 사람들과의 대화가 줄어들며, 이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시작되며 우울감이 생기고 인지기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요즘은 자그마한 귀에 쏙 들어가는 이쁜 보청기도 있으니 청력이 저하되면 보청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하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 및 교류를 늘리는 것이 치매 예방에 좋다.
우리가 규칙적인 운동으로 고혈압, 당뇨, 비만 같은 생활습관병을 관리하듯이 치매도 50세부터 생활습관병처럼 관리하면 예방가능하다.
뇌혈관이 우리 몸의 혈관 가운데 가장 가늘고 섬세하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고혈압을 관리하면 뇌혈관의 손실과 뇌세포의 파괴도 막을수 있다. 100세 시대 건강한 뇌세포를 가지기 위해서는 생활습관병 관리처럼 매일 규칙적 운동을 해야만 한다.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의 임상 신경과학팀은 나이에 비해 기억력이 뛰어난 수퍼에이저는 일반인에 비해 운동능력과 관련된 회백질이 더 많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러한 차이는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생활습관과 중년기부터 계단오르기, 정원가꾸기 등을 꾸준히 하여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킨 덕에 뇌의 노화가 늦추어진 것이라는 걸 밝혀내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는 50대부터 뇌속에 쌓이고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을 방치하면 뇌혈관은 이른 나이부터 손상되며 청력이 떨어지는데 보청기사용을 망설인다면 인지기능이 급격히 저하되어 치매를 앞당기게 된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려면 50세 이후 중년기부터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질환 비만과 같은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 매일 규칙적으로 걷고, 계단 오르기 등을 통한 하체근력을 강화하고 하루 7-8시간의 숙면, 콩, 두부, 달걀 등 단백질 위주의 식사와 다른 사람들과의 적극적 교류,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20~30년 규칙적으로 한다면, 80이 되어도 뇌 나이는 60대에 이르는 뚜렷한 기억력을 가진 수퍼에이저가 될 수 있다.
치매 예방 TIP
1. 많이 읽고 쓰라 (유튜브 시청보다, 하루 1시간 독서, 500자 쓰기)
2. 많이 씹어라 (식사를 천천히 30번씩 꼭꼭 씹는다)
3. 많이 걸어라 (매일 하루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4. 요가, 수영, 계단오르기 등 전신운동과 하체 근력강화 운동을 해라
5. 생활습관병을 없애라(고혈압, 당뇨, 비만- 치매로 가는 지름길)
6. 지나친 음주, 흡연을 피하라
7. 적극적인 교류활동(고독은 치매의 지름길)
8. 하루 7-8시간 잠은 뇌를 청소하는 시간
9. 생선, 콩, 두부, 채소, 통곡물 등 지중해식 식사를 해라
10. 청력이 떨어질 때는 보청기를 사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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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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