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는 나기 전에 미리 뽑는 것이 좋다.” 치과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사랑니가 비뚤게 나거나 잇몸 속에 매복되어 있으면 언젠가는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랑니라고 해서 반드시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니, 즉 제3대구치는 대개 17~26세 사이에 잇몸을 뚫고 나온다(맹출). 턱뼈의 공간이 부족하면 일부 또는 전부가 잇몸이나 뼈 속에 묻히는 매복 사랑니가 된다. 문제는 통증이나 충치, 염증이 전혀 없는 ‘건강한 매복 사랑니’까지 예방 차원에서 모두 제거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중요한 의학적 근거 중 하나가 2020년 발표된 콕란(Cochrane)의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다. 연구진은 증상이 없는 매복 사랑니를 뽑는 경우와 그대로 두고 관찰하는 경우를 비교 분석했다.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연구가 493명을 대상으로 한 2개 연구에 불과하고 연구의 질도 낮아, 결국 “증상이 없는 건강한 매복 사랑니를 반드시 뽑아야 한다거나 반대로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좋다고 결론 내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가이드라인(NICE) 역시 병적인 변화가 없는 매복 사랑니의 예방적 발치를 일률적으로 시행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이는 사랑니를 무조건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다. 충치가 생겼거나 사랑니 주위 잇몸 염증이 반복되는 경우, 주변 치아의 치주질환을 유발하거나 인접 치아의 뿌리를 손상시키는 경우, 낭종이나 종양 등이 발견된 경우에는 발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아프지 않다”와 “문제가 없다”는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통증이 없어도 방사선 검사(X-ray)를 해보면 주변 치아의 충치나 잇몸뼈 손실, 뿌리 흡수 등의 문제가 진행 중일 수 있다. 따라서 사랑니의 운명을 결정할 때는 주관적인 통증 유무뿐 아니라 정밀한 구강검사와 방사선 검사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이 필수다.
반대로 발치 수술 자체에도 위험 요소가 따른다. 특히 아래턱 사랑니는 턱 뼈 속을 지나는 ‘하치조신경’과 가까운 경우가 많아 신경 손상, 감염, 출혈, 드라이소켓(발치 후 잇몸 뼈가 노출되어 생기는 통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수술이 복잡해지고 회복이 더뎌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사랑니는 “있으면 무조건 뽑는 치아”가 아니라 “문제가 생겼거나 생길 위험이 높을 때 치료하는 치아”에 가깝다.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향후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다면 예방적 발치를 선택할 수 있다. 미국구강악안면외과학회(AAOMS) 역시 질환 위험이 낮은 사랑니라면 정기적인 임상 및 방사선 검사를 통한 추적 관찰을 적절한 관리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랑니 관리의 정답은 ‘발치’냐 ‘보존’이냐로 이분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치과를 방문하여 자신의 사랑니 상태와 잠재적 위험을 정확히 평가한 뒤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사랑니 치료의 원칙은 단 하나다. ‘무조건’보다 ‘필요할 때’가 먼저다.
문의 원데이치과 571-655-0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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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현 원데이치과 원장 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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