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스러질 때 보석의 진가가 드러나듯, 성숙의 계절을 지나며 나만의 고유한 피부톤과 영혼의 색도 더욱 길어집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유행을 쫒는 색이 아닌 내 안색을 가장 우아하게 밝혀주고 삶의 행보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진짜 인생의 색을 찾아가는 안목을 소개합니다.
■1단계: 스타일리스트 없이 집 안의 ‘두 장의 원단'으로 끝내는 가장 확실한 감별법
요즘 주변을 보면 전문가에게 큰돈을 주고 나에게 맞는 ‘퍼스널 컬러’를 진단받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습니다. 저 역시도 오랫동안 패션샾을 운영했지만 정확한 톤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의 진단서 없이도 내 안색을 환하게 깨워줄 진짜 인생의 색을 찾아내는 가장 쉽고 정직한 독학법을 알아봅니다.
안목 늘리기: 웜톤, 쿨톤이라는 복잡한 미학 용어 대신, 색의 가장 원초적인 성질인 '붉은 기(따뜻함)'와 '푸른 기(차가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집에 있는 스카프나 티셔츠, 혹은 서랍 속 손수건 중 완연한 붉은 기를 띤 원단 하나(예: 오렌지, 다홍색, 따뜻한 피치 베이지)와 완연한 푸른 기를 띤 원단 하나(예: 시린 파란색, 차가운 라벤더 핑크)를 준비해 보세요.
실천법(붉은 기 vs 푸른 기의 거울 실험):
자연광이 드는 거울 앞에서 먼저 붉은 기가 도는 원단을 턱 밑에 넓게 펼쳐 봅니다. 만약 이 원단을 대었을 때 얼굴의 붉은기나 잡티가 도드라지지 않고, 오히려 볼에 건강한 혈색이 돌면서 인상이 온화해 보인다면 당신은 자연의 온기를 품은 ‘웜 컬러’가 인생의 색인 사람입니다.
그다음 바로 푸른 기가 도는 차가운 원단을 대어보세요. 붉은 천을 댔을 때는 노랗고 칙칙해 보였던 피부가, 푸른 천을 대는 순간 신기하게도 안색이 맑고 깨끗하게 정돈되며 눈매가 이지적으로 살아난다면 당신은 맑은 냉기를 품은 ‘쿨 컬러’가 인생의 색인 사람입니다.
이 두 장의 원단이 만들어내는 반사의 미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전문가의 거창한 파일이 없어도, 내 안색이 '따뜻한 온기'와 '차가운 냉기' 중 어느 쪽과 조화롭게 반응하는지 단 1초 만에 시각적으로 증명해 주는 가장 확실한 열쇠입니다.
■2단계: 품격을 높이는 ‘뉴트럴 컬러'의 깊이감
미를 아는 이들의 옷장에는 화려한 원색보다 블랙, 그레이, 베이지, 네이비, 카멜 같은 '뉴트럴(무채색·자연색) 컬러'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베이지나 그레이라도 내가 웜톤(붉은 기)이냐, 쿨톤(푸른 기)이냐에 따라 선택해야 할 뉴트럴의 깊이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천법:
내가 ‘붉은 기(웜톤)'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노란 기와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오트밀 베이지, 밀크티 베이지, 카멜(Camel)**을 선택하세요. 피부의 노란 기를 우아한 귀티로 승화시켜 줍니다. 차가운 시멘트색 대신, 브라운이나 베이지 빛이 살짝 섞여 따뜻한 무드가 도는 일명 '토프(Taupe) 그레이'나 회베이지(Greige) 를 고를 때 인상이 한결 온화하고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내가 '푸른 기(쿨톤)'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베이지를 입으면 무조건 황토방처럼 칙칙해 보인다고 낙담할 필요 없습니다. 노란 기를 쏙 빼고 푸른빛이나 핑크빛이 미세하게 감도는 코코아 베이지, 샌드(모래) 베이지, 애쉬(Ash) 베이지를 선택하면 쿨톤 특유의 맑고 이지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푸른빛이 살짝 감도는 깨끗한 슬레이트 그레이(Slate Grey)나 도시적인 차콜 그레이, 그리고 세련된 실버 그레이가 안색을 반사판을 켠 듯 환하게 밝혀주는 최고의 명약이 됩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색이라도 내 몸의 기운에 맞춰 온도를 미세하게 조율하는 것, 이 정교한 한 끗의 차이가 바로 유행을 넘어서는 중년의 지적이고 깊이 있는 품격을 완성합니다.
■3단계: 품격을 완성하는 톤별 '인생 배색 공식'
내 피부의 온도(1단계)와 나에게 맞는 뉴트럴 컬러(2단계)를 찾았다면, 이제 마지막 단추는 이 색들을 내 몸 위에 어떻게 조화롭게 엮어내느냐(배색)입니다. 복잡한 색상표 대신, 내 톤의 매력을 극대화해 줄 가장 우아한 두 가지 실전 공식만 기억하세요.
‘붉은 기(웜톤)’를 위한 공식: 자연의 풍요로움을 닮은 ‘대지(Earth) 배색’
온기를 품은 이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배색은 가을날의 숲이나 대지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색들의 조화입니다.
실천법: 2단계에서 고른 밀크티 베이지 니트 위에, 낙엽을 닮은 짙은 카멜이나 브라운 슬랙스를 매치해 보세요. 여기에 자연의 생기를 불어넣는 올리브 그린이나 톤 다운된 오렌지 빛 테라코타 스카프를 툭 얹어주는 것입니다. 색들이 서로 튀지 않고 하나의 자연 풍경처럼 부드럽게 스며들어, 보는 사람에게 범접할 수 없는 온화함과 풍요로운 귀티를 전달합니다.
‘푸른 기(쿨톤)’를 위한 공식: 지성과 세련미를 극대화하는 ‘도시(Urban) 배색’
냉기를 품은 이들의 매력은 흐트러짐 없는 이성적인 세련미에 있습니다. 이들은 색의 대비를 맑고 이지적으로 활용할 때 빛이 납니다.
실천법: 은은한 윤기가 도는 실버 그레이 블라우스에 차갑고 이지적인 딥 네이비 와이드 팬츠를 매치해 보세요. 그리고 그사이에 눈이 시리도록 깨끗한 화이트 셔츠 깃을 살짝 드러내거나, 안색을 단번에 형광등 켠 듯 밝혀주는 라벤더 핑크나 스카이 블루를 이너로 곁들이는 것입니다. 도시의 세련된 야경처럼 정제된 배색이 당신의 분위기를 한층 더 이국적이고 지적으로 격상시켜 줍니다.
비싼 돈을 주고 남이 정해준 색의 틀에 갇히기보다 매일 아침 거울 속 내 안색에 귀를 기울이며 찾아낸 색이야말로 삶의 연륜과 가장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진짜 나의 색이 될 것입니다. 다음 5회에서는 ‘전체의 균형을 잡는 마침표’라는 제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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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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