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휴전 종료’ 공식화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재봉쇄’ 선언
▶ MOU의 두 핵심 사항 형해화 위기…신뢰없는 양국 ‘치킨게임’ 양상
▶ 美-이란 모두 확전 시 큰 타격 불가피…중재국들 발걸음도 바빠질 듯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미국과 이란이 100여일 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약 한 달이 경과한 시점에 다시 MOU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휴전 종료'를 통보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표한 지 만 하루도 안 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12일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한다고 밝히면서다.
지난달 14일 합의된 MOU는 제1항에 "미국과 이란 이슬람 공화국 및 현재 전쟁에 참여한 그들의 동맹국들은 이 MOU에 서명함으로써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5항은 "이 MOU에 서명함과 동시에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60일에 한해 통행료 없이 페르시아만에서 오만해로, 그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 상업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처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무력 사용의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담은 이들 2개항은 MOU의 핵심이자, 미국과 이란이 MOU를 체결한 이유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공격하자, 그에 맞서 미국이 이날을 포함해 최근 잇따라 이란에 공습을 가하고 석유 수출 제재를 복원하며 대치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미국은 '휴전 종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각각 선언하며 저마다 퇴로를 차단한 형국이다.
상호 신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엉성하게 채택한 MOU 체제의 근본적인 한계가 노출되면서 미국과 이란은 MOU 이전, 더 길게 잡으면 지난 4월 초 휴전에 들어가기 이전의 전쟁 국면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세예드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계기로 이란 내부에서 반미 목소리가 결집한 상황은 서둘러 호르무즈 해협 통제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국대로 유화 기조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에 큰 양보를 했다는 국내적 비판을 감수해가며,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던 호르무즈 봉쇄를 풀기 위해 MOU에 합의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란이 다시 호르무즈 상선 통행을 방해하는 상황은 최악의 정치적 패배를 의미한다는 판단 하에 강경 대응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이란이 이날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재봉쇄 선언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지가 우선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예고대로 봉쇄에 나설 경우 미국도 풀었던 대이란 해상봉쇄(일명 호르무즈 역봉쇄)를 재가동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MOU 체결 이전 거론했던 대로,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에까지 공격을 본격 확대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집권 후반 2년의 의회 지형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올라가는 최악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란과의 전면전 재개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또 이란의 민간 인프라까지 대거 파괴한다고 한들 지상군 파견을 통한 정권교체 없이 근본적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기 어렵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딜레마가 되고 있다.
이란도 MOU 체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에서 MOU 체제가 무너지고 전쟁을 재개하는 것이 과연 실익이 있느냐는 질문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해석이 서로 엇갈리는 MOU 체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이 양측의 입장인 듯 보인다.
결국 MOU 타결 이후 그것을 구체화하는 협상은 거의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개방(미국)과 통제권(이란)이라는 양측의 핵심 이익을 굳히기 위해 서로 무력 사용을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보다 먼저 핸들을 꺾을 수는 없다며 버티는 '치킨게임'의 양상마저 보인다.
이에 따라 카타르와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의 발걸음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MOU 체제하에서 국가 경제의 주축인 에너지 수출에 숨통을 틔운 나라들은 사태가 MOU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숨 가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중재국들의 노력 속에 양측이 확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며 MOU 체제에 산소호흡기를 공급할지 여부는 다음 한 주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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