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주 우리 집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열네 살이었지만 늘 잘 먹고 잘 놀았기에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었는데, 갑자기 먹지 않고 물도 못 마시더니 일주일 만에 우리 곁을 떠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이 너무나 힘들어서 사실은 지금도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한밤중에 달려간 동물 응급병원에서 강아지를 품에 안고 안락사를 지켜본 마지막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강아지는 주사를 놓자마자 즉시 숨이 멎었다. 생과 사의 전환이 그야말로 찰나였다. 눈은 계속 우리를 바라보고 몸은 아직도 따뜻했지만, 그 아이의 고통은 한 순간에 끝났다. 그때 처음 든 생각이 ‘사람도 이처럼 쉽게 빨리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었다. 개의 죽음 앞에서 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그 즉각적인 종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명이 다하도록 큰 병 없이 살다가 고통 없이 가는 것, 살던 집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며 평화롭게 떠나는 것, 가족친지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마음의 빚이나 회환을 정리한 후 눈을 감는 것…. 모든 사람들이 바라지만 대부분 이루지 못하는 꿈이다.
현대인의 80~90%는 병원 혹은 요양기관에서 임종을 맞는다. 마지막 때가 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원으로 실려가고, 심폐소생술이나 연명치료 등으로 극심하게 고통 받다가 중환자실에서 사망한다. 생애 마지막 1~3개월의 의료비가 평생 쓴 것보다 많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임종 직전에 의료비가 급증하는데. 결국 낫지도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엄청난 비용을 쓰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단식 존엄사’다. 생의 말기에 스스로 음식과 물을 끊고 자연적인 신체기능 저하로 죽음에 이르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VSED(Voluntarily Stopping Eating and Drinking)라 부르며, 자발적인 음식섭취 중단이기 때문에 안락사와는 달리 어디서나 합법이다.
단식존엄사의 대표적 인물은 작가이자 생태론자였던 스캇 니어링(1883-1983)이다. ‘소박한 밥상’으로 유명한 아내 헬렌 니어링(1904-1995)과 함께 메인주의 농장에서 평생 노동하고 책을 쓰며 채식주의자의 삶을 살았던 그는 100세 되던 해에 자신의 기운이 소진됐음을 깨닫고 스스로 곡기를 끊었다.
아내 헬렌에 따르면 스캇은 99세까지 장작을 패서 나를 정도로 건강했는데, 어느 날 이제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며칠간 과일주스만 섭취하다가 열흘 동안 물만 마셨으며, 18일째 되는 날 서서히 숨을 멈추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헬렌도 같은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 했으나, 91세 때 차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메릴랜드 주의 로즈메리 보웬이란 여성은 94세 때 넘어져 척추압박골절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3개월 물리치료 하면 회복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단식으로 생을 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딸에게 자신의 단식과정을 촬영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합법적이며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단식을 시작한지 8일째 되는 새벽, 잠든 채로 세상을 떠난 그녀의 마지막 일주일은 16분짜리 영상으로 기록되었고, 이 특별한 스토리는 2019년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반향과 논란을 낳았다.
한국에서는 조선의용대 출신의 마지막 독립운동가 김학철 옹이 파란만장한 삶을 단식으로 고결하게 마무리한 것이 많은 울림을 낳았다. 2001년, 김 옹은 눈감기 20여일 전부터 곡기를 끊고 죽음을 하나하나 준비했다. “부고를 내지 말라. 고별식과 추도회를 하지 말라. 일절 부조금을 받지 말라. 유골은 두만강 하류에 뿌려달라”고 당부한 그는 스무하루를 굶은 뒤 머리를 면도로 밀고 간호사를 불러 관장하여 육신을 비워낸 후, 조용히 저세상으로 떠나갔다.
단식자연사는 고통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건강한 젊은이들에게는 굶어죽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병들고 노쇠한 노인의 경우 공복과 갈증을 느끼는 감각기관들이 기능을 멈추기 시작하므로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아상태가 되면 뇌에서 모르핀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고, 탈수가 오면서 혈액이 농축되면 의식이 떨어져 몽롱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 의과학적 현상이다.
물론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어가는 몸에 약과 음식을 강제 투여해 억지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데서 생기는 고통에는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죽음이란 자연의 섭리이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혹하거나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이 웰다잉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지어 암 환자들도 암보다는 과잉치료 때문에 고통스럽게 죽어간다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 할아버지 할머니 때를 생각해보아도 대부분 집에서 임종을 맞는 것이 당연했다. 단식 존엄사는 가장 인간답게 자신의 의지대로 생을 마감하는, 세상과의 자연스러운 이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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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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