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무엇일까요?” 그럼 보통 잠시 생각한 후에 가족, 사랑, 믿음, 충성, 자유, 돈 등의 대답이 나온다. 물론 모두 맞는 대답일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관계”일 것이다. 가족, 사랑, 믿음, 충성, 자유, 심지어 돈까지도 관계 안에서 의미를 갖는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면, 그 행복은 바로 관계를 통해 오는 것이다.
나는 관계의 핵심은 결국 용서라고 생각한다. 어느 관계이든 완벽하지 않기에 반드시 어려움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럴 때 관계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용서이다. 실제로 최근에 오랜만에 한 지인을 만났다. 그런데 그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 과거에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받은 후 그 사람을 여전히 용서하지 못한 채 괴로움과 분노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분에게 조심스럽게 그 사람을 용서하라고 권면했다. 그러자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미 그 사람을 용서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제 마음에는 그때의 감정이 남아 있네요...” 그 말을 들으면서 문득 얼마 전 내가 누군가에게 크게 상처를 받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상황이 생각났다. 얼마나 억울하고 괘씸했던지 며칠 동안 잠을 설칠 정도로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목사인데…’ 하면서 그 사람을 용서하기로 결단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감정적으로는 용서가 되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들여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이분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으로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한 사람이 오랜 세월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간수가 찾아와 말했습니다. “당신은 오늘 석방되었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그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감옥 문을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간수가 다시 물었습니다. “왜 나가지 않습니까? 이제 자유입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여기 있는 것이 익숙합니다.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간수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을 가두고 있는 것은 이 철문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한참 동안 열린 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감옥 문은 이미 열려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아직 감옥 안에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감옥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유가 주어졌는데도 자유를 믿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용서도 때로 이와 같을 때가 있다.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오랫동안 그 사람 때문에 마음이 묶여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음을 추수리고 결심한다. ‘이제 그 사람을 용서하겠다!’ 그 순간 감옥의 문은 열린다. 그런데도 계속 그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왜 그랬을까?”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용서했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과거의 감옥 안에 앉아 있는 것이다. 용서는 상대방만 감옥에서 풀어주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나 자신도 그 감옥에서 풀어주는 것이다. 미움과 분노의 감옥에서 나 자신을 풀어주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에 매여 있던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물론 용서했다고 해서 상처의 기억과 아픈 감정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이 다시 찾아올 때마다 과거의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용서했다면 이제 자유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가 오늘의 나를 계속 가두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내 마음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된다. 용서는 감옥 문을 여는 것이고, 자유는 그 문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바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누리는 용서로 인해 가능하다.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영원한 용서를 허락하셨고, 자유함을 주셨다. 부디 예수님의 십자가의 용서를 감사함므로 받아 누리고, 그 자유함 가운데 서로를 진심으로 용서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가정과 교회와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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