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한미훈련 축소 지시
▶ 쿠팡 제재·정통망법 등 갈등 누적
▶ 3500억弗 대미투자 지연까지 겹쳐
▶ 트럼프, 통상-안보 함께 묶어 압박
▶ 美매체 “대미투자 불만에 훈련 축소”
▶ 한미 연합방위 태세도 파장 우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데 이어 한국을 직접 겨냥해 동맹 기여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한미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쿠팡 제재와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둘러싼 미국 기업 규제 논란에 더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지연, 이란전 지원 문제까지 겹치며 미국의 대(對)한국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통상 현안에서 시작된 갈등이 안보 분야로 번지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워싱턴DC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한미 관계에는 여러 갈등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쌓여왔다. 특히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제재와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과 행정부에서 한국의 규제 정책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쿠팡에 6000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되자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으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역시 미국 측의 주요 관심사다. 허위·조작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규제가 미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측의 우려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쿠팡 제재와 정보통신망법 모두 국내법에 따른 조치로 특정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통상 분야의 긴장 또한 높아졌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아직 1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지 못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투자 약속의 구체적인 이행이 지연되는 상황 자체가 불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8월 말~9월 초까지 1호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 인상 등 추가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보 현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한국이 이란전 지원 요청을 사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북한으로부터 방어하고 있는데도 이란에서의 군사작전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3만 9000명으로 언급했지만 실제 규모는 약 2만 8500명이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 직후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점에 외교가의 시선이 쏠린다. 단순히 이란 문제에 대한 한국의 협조 여부를 넘어 미국이 한국의 동맹 기여 전반을 문제 삼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매체 폴리티코는 “(한국은) 가장 느린 협상가들”이라는 익명의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이행이 더딘 것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훈련 축소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이 한미 관계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은 모든 것을 거래로 본다는 점”이라며 “1차 대미 투자를 발표하기만 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괜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미국이 요구하는 경제적 기여와 안보적 기여를 별개의 사안으로 보기보다 하나의 협상 카드로 묶어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 외교의 파장이 한미 연합 방위 태세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 국방부는 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해 “군 통수권자의 지시 이행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밝혀 실제 조정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찾아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연합훈련 축소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17일부터 시작된 을지 자유의 방패(UFS) 기간 예정된 연합 야외기동훈련(FTX) 가운데 일부를 취소하거나 한미 각국의 단독 훈련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UFS 기간 예정된 대대급 이상 연합 FTX는 14건으로, 일부가 단독 훈련으로 전환되면 전체 연합 FTX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미국의 메시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발언에 주목하면서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도 미국과 (군사적인) 공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를 고려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해왔다”고도 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통상·투자에서 비롯된 미국의 불만이 안보·동맹 문제와 결합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한국으로서는 대미 투자와 통상 현안을 조속히 풀어야 하는 동시에 이란전 등 미국이 요구하는 안보 기여의 범위와 한계를 조율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연합훈련 축소가 일회성 조정에 그칠지,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재편 구상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한미 관계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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