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선거용 외교성과 위한 국면전환 가능성… ‘대폭 축소’로 北 호응 유도
▶ ‘하노이 노딜’로 동력 잃은 북미 대화 재개 여부 촉각…김정은 반응이 관건
▶ 트럼프, 한미훈련에 ‘비용’ 관점 접근…첫 북미정상회담 때도 훈련 중단 선언
▶ ‘한국, 이란 비핵화 동참 사양’ 언급도…일부 외신 “이란전 지원부족 실망 시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유화적 손짓을 한 것으로 보여 북미 대화 재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전쟁의 수렁에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국면전환을 도모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라는 확실한 '당근'을 꺼내 들면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던 북미 간 소통에 동력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인 16일 오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이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에서는 북한이 위협적이지 않고 예의를 지켜왔기 때문에 연합훈련 시행은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 축소 지시를 언제 내렸는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취소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훈련 시작에 임박해 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만 보면 여건이 됐다면 취소할 의향도 있다는 식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는 한국시간으로 17일 시작해 27일까지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한미훈련 개시일에 맞춰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는 김 위원장에 대한 유화적 손짓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간간이 김 위원장과 사이가 좋다는 식의 언급을 했지만,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같은 실체적 조치에 공개적으로 나선 적은 없다.
특히 축소 규모를 '대폭'으로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침략전쟁연습'이라며 강도 높게 반발해왔다. 그간 한미연합훈련의 유예나 축소가 북한과의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조치로 활용돼온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가 갖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에 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분위기 조성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을 두고서는 일종의 수렁이 돼버린 이란전쟁에서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전쟁이 6개월이 다 돼가고 11월 중간선거도 다가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을 할 수도, 일방적으로 발을 뺄 수도 없는 난처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
가자전쟁과 관련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내세운 최근의 발표도 이스라엘의 비협조 속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누누이 '좋은 관계'를 내세워온 김 위원장을 상대로 외교적 성과 확보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이상 비핵화를 논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에도 미국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제시하면서도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있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만약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에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단기적 성과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하지 않는 등의 '스몰딜'이 거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김 위원장을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차례 만났다.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관계 진전에 제동이 걸렸고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찾아 김 위원장과 회동하기도 했지만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에 '비용'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북한의 공격을 비롯한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한미훈련에 대해 '비싸고 미국이 부담을 많이 하는 훈련'이라는 인식이 고정돼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시절인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첫 북미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하면서 "엄청난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반도 방어의 측면보다 일종의 사업가적 관점에서 한미훈련에 접근하고 있음을 당시부터 분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게시물에서 한국에 이란 비핵화에 동참하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고 주장한 대목도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다소 관련이 없는 얘기'라면서도 그 옆에 괄호 안 물음표를 달고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란 비핵화 동참과 관련한 요청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에 동맹국들이 응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핵을 보유한 북한을 억지하느라 주한미군을 배치했는데 한국이 미국을 돕지 않는다는 식으로 공개 불평했다.
실제 이란 비핵화와 관련한 한미 당국 간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언급도 기존에 한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던 연장선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훈련 축소 지시를 보도하면서 "많은 미국의 동맹국처럼 한국도 미국의 이란전쟁에 관여하기를 거부했다"며 "한국이 이란전에 더 많은 지원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임을 시사했다"고 해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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