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인 독립운동 대부…안중근 의거 후원·항일단체 조직
▶ ‘따뜻한 난로’로 불리며 존경받아…기념사업회·강동구 등 조명 나서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 [최재형 기념사업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들은 그를 이름 대신 '페치카'(Печка)라고 불렀다.
러시아어로 '난로'를 뜻하는 이 말에는 추운 이국땅에서 굶주리고 갈 곳 없던 동포들을 따뜻하게 품어준 한 사람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담겨 있었다.
사업으로 큰 부를 이뤘지만, 자기 재산을 모두 조국 독립과 한인사회를 위해 내놓았던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이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연해주 항일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최 선생의 삶과 정신을 기리기 위한 기념사업이 최근 서울에서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최 선생 흉상 건립이 추진되고, 선생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 독립운동가 최재형 기념사업회'도 흉상 제막과 함께 장기적으로 기념관 건립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5일(한국시간)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용산구 기념사업회 사무국에서 최재형 선생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최재형 선생 탄신 166주년 기념식과 겸해 열린 흉상 제막식에는 광복절을 맞아 국가보훈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최재형 선생의 후손들이 함께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각계 후원으로 제작된 이 흉상은 사무국 사무실에 놓여, 보는 사람마다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게 한다. 아직 국내에 변변한 기념관이 없어, 기념사업회가 추진하는 기념관 건립이 현실로 이뤄지면 미래에는 기념관에 제자리를 찾아 설치될 예정이다.
2011년 출범한 기념사업회는 매년 순국일 추모식과 학술사업, 고려인 동포 후손 장학사업 등을 이어오며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최 선생의 삶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념관 건립 역시 기념사업회의 숙원 사업이다.
서울 강동구도 최근 '독립운동가 최재형 지사 흉상 건립 지원 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추진 중이다.
최 선생의 본관인 전주 최씨 종친회가 강동구에 흉상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구가 행정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흉상 건립은 아직 계획 단계로, 대상지 선정과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최 선생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함경북도 경원의 가난한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다. 어린 시절 러시아 상선에서 일하며 언어와 국제 감각을 익혔고, 이후 사업가로 성공해 당시 연해주를 대표하는 한인 거부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부를 개인의 안락을 위해 쓰지 않았다.
교육이 민족의 미래를 바꾼다고 믿었던 그는 연해주 일대 32개 학교 설립을 지원했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인들을 돌보며 공동체의 버팀목이 됐다. 그래서 고려인들은 추운 겨울 몸을 녹여주는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를 '페치카'라고 불렀다.
그는 독립운동의 후원자에 머물지도 않았다.
1908년 안중근, 이위종 등과 함께 항일 의병단체인 동의회를 조직해 총장을 맡았고, 대한국민의회 외교부장 등을 지내며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당시에는 자금과 권총을 마련해주고 사격 연습 장소를 제공하는 등 거사를 성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20년 일본군이 연해주에서 한인들을 무차별 학살한 '4월 참변' 때에도 그는 피신하지 않았다.
끝까지 자택을 지키다 일본군에 체포된 최 선생은 우수리스크에서 순국했다. 일본군은 처형 뒤 무덤까지 없애버려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유해는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고, 2023년에는 순국 103년 만에 러시아 우수리스크 최재형 기념관 뒤편의 흙을 국내로 봉환해 부인 최 엘레나 여사와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했다.
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기념사업회 김지영 사무국장은 "흉상 건립을 계기로 최 선생의 삶과 독립정신을 더 많은 시민에게 알리고, 장기적으로는 그의 삶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는 기념관 건립까지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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