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수출 ‘1000억달러’ 돌파
▶ 독일·중국·미국 이어 4번째 달성
▶ AI발 훈풍에 차·IT 등 실적 견고
▶ ‘재수출 40%’ 네덜란드 빼면 빅4
▶ 반도체 비중 44% 의존 심화 문제
▶ EU, 철강 무관세 쿼터량 축소에 미는 관세카드 또 꺼낼 가능성도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에 앞서 월간 기준 수출 1000억 달러를 넘겨본 국가는 독일·미국·중국 밖에 없다. 제조업 대국 일본이나 반도체 경쟁국 대만도 아직 밟아보지 못한 고지다.
반도체가 수출 대기록의 달성을 이끌었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은 448억 2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400억 달러 벽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증과 고정 가격 상승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 흑자도 361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해 역시 사상 최초로 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외 품목들도 견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6월 자동차 수출액이 67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8% 늘었고 △선박(12.9%) △철강(9.6%) △석유제품(49.8%) △석유화학(18.8%) 등도 수출 행진에 가세했다. 석유 관련 제품들의 경우 수출 물량은 줄었지만 단가가 오르면서 금액 기준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6월에는 주력 수출 품목 20개 중 18개의 수출액이 지난해 6월보나 늘었다. 이렇다 보니 6월 비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8% 상승한 574억 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반도체 등 주력 제품의 수출이 순항하면서 올해 연간 수출 1조 달러를 달성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초 올해 목표로 제시됐던 수출 5강을 넘어 수출 4강까지 가능하다는 기대도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올 1~4월 누적 수출액에 따르면 한국보다 수출액이 앞서는 나라는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뿐이다. 이 기간 네덜란드의 수출액은 3435억 달러로 한국(3066억 달러)보다 400억 달러가량 앞서고 있지만 한국이 5월과 6월 잇달아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어 하반기 중 역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네덜란드는 수출액의 40%가량이 ‘재수출’이어서 실질적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이미 글로벌 4강에 진입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이 독일을 비롯해 라인강이 경유하는 유럽 중부 내륙 국가들의 수출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교역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능력이라는 의미에서 수출로 따지면 이미 한국은 세계 4위라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1956년 연간 약 4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 규모가 이제 한 달에 1000억 달러를 넘기고 있지만 수출 규모가 급히 커진만큼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최근 수출 성장세가 반도체 업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1월 수출액에서 반도체 수출의 비중은 13%에 그쳤다. 이 비중은 2024년 3월(20.7%) 처음 20%대를 돌파하더니 올해 1월에는 31.2%까지 치솟았다. 이후 5월에는 42.31%로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비중이 40%대에 진입했다.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상승했을 뿐 아니라 상승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반도체 수출액은 448억 2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3.8%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황에 연동되는 컴퓨터 부문의 수출액 54억 1000만 달러까지 더하면 이 비중은 49.12%에 달한다.
일단 정부는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반도체 수요 증가와 이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IT 제품군에서도 반도체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반도체 업황 추세가 견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특정 품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높을 때 회복탄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AI에 대한 투자 집중의 과도한 속도와 강도는 지속 가능성과 금융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범용 D램의 가격을 보여주는 D램 ㎏당 수출단가가 6만 달러로 전월 대비 1000달러가량 떨어져 9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향후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완만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도체 품목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핸드폰, 가전제품, 컴퓨터와 같은 다른 전자제품의 물가까지 자극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결국 반도체 수요까지 떨어트리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 뿐 아니라 변압기나 발전소와 같은 인프라용 기계나 생산 설비에도 다양한 반도체가 들어간다”며 “높은 반도체 가격은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강화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당장 유럽연합(EU)은 1일부터 철강 무관세 수입 쿼터를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신철강 조치’를 단행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이 또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전쟁 종식으로 인한 유가 하락도 수출 실적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제품 가격이 상승한 덕에 수출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실제 석유화학 부문 수출액 증감률은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 플러스로 전환했다. 석유 제품 역시 3월에 전년 동월 대비 89.1% 급증하더니 지난달에도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수출 품목 다변화도 우리나라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
주재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