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CPO 인터뷰] AI 시대, 실리콘밸리 HR 수장이 찾는 새 인재상 [빅테크 CPO 인터뷰] AI 시대, 실리콘밸리 HR 수장이 찾는 새 인재상](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6/07/02/202607021710506a1.jpg)
스리다르 라마스와미(오른쪽) 스노우플레이크 최고경영자(CEO)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앤스로픽 공동창업자가 1일 미 캘리포니아주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스노우플레이크 서밋 26’ 행사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 제공]
스노우플레이크 비개발자 AI 해커톤
▶코드 한 줄 모르는 마케터들이 2위
▶BCG도 전 직원 AI 인증 의무화
스노우플레이크 최고인사책임자
▶"호기심·소통·판단력이 생존 공식"
▶AI 수용성과 전이적 사고에 주목
▶부서 벽 없이 모두가 문제 해결자
▶성과 평가는 AI 아닌 사람이 해야
지난달 29일 한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케팅·영업개발 부문 직원들이 모니터 앞에 모여 숨죽인 채 시계를 바라봤다. 이들은 평소처럼 기획서나 업무 데이터를 펼치는 대신, 인공지능(AI) 도구 창을 띄웠다. 회사가 비(非)개발자 직군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AI 해커톤(hackathon)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제한시간 안에 팀을 이뤄 서비스나 설루션을 개발하는 공모전이다. 통상 개발자·디자이너 중심으로 열리는 해커톤은 흔하지만, 비기술 직군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스노우플레이크'에서도 처음이었다. 한국·일본·인도·싱가포르·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50여 개 팀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코드 한 줄 몰랐던 마케터들이 2위를 차지했다.
주인공은 스노우플레이크 코리아 마케팅팀의 정효진·이선희 매니저. 10년 이상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은 회사의 AI 코딩 에이전트 '스노우플레이크 코코(CoCo)'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했다. 정 매니저는 "처음에는 데이터 분석이 마케터와는 거리가 먼 영역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AI 도구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다 보니 캠페인 분석부터 대시보드 구축까지 직접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특정 기술 직군만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도구라는 걸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대회의 목표는 분명했다. 비기술 직군을 개발자로 전환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AI를 활용해 직접 돌파구를 찾는 조직으로의 체질개선이었다. 이번 해커톤을 총괄한 루이 리 스노우플레이크 아시아태평양(APJ) 제품마케팅 및 에반젤리즘 총괄은 4일 비개발자 대상 해커톤을 개최한 배경을 묻는 본보 질의에 "비개발자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문제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직접 답을 찾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커톤의 진짜 성과를 참가팀의 결과물보다 더 넓은 곳에서 찾았다. 루이 리는 "가장 큰 성과는 사람들이 AI를 개발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기지 않고, 본인 업무를 위한 도구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호기심의 단계를 넘어 일상적인 사용과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나아갔다는 것이 진짜 성공의 지표"라고 말했다. 회사는 해커톤 외에도 실습 교육, 사내 AI 챔피언 제도, 영업·인사(HR)·마케팅·재무 등 직무별 AI 활용 사례 내재화를 통해 임직원의 AI 리터러시(이해 및 활용 능력)를 높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제 '누가 AI를 잘 쓰는가'를 넘어 '누가 AI로 문제를 해결하는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AI가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면서, 직무 재편의 속도도 함께 빨라지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은 한 기업만의 변화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이달부터 전 세계 3만3,500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4단계 AI 인증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했다. 크리스토프 슈바이처 BCG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모든 직원이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조직"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채용 대상 주니어 인재들은 AI 네이티브로서 AI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며 주니어 채용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입에게 기대하는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AI 활용능력은 더 이상 특정 부서의 기술 프로젝트가 아닌 '기본 요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가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매출책임자(CRO)와 함께 최고인사책임자(CPO·Chief People Officer)를 핵심 경영진에 두고 AI 시대 조직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을 클라우드 인프라 파트너이자 주요 유통 채널로 둔 스노우플레이크는, 업무의 시작부터 끝까지 AI가 관통하는 조직이다. 그 조직의 인적자원을 책임지는 CPO 아르넌 게슈리가 꼽는 인재의 조건은 무엇일까.
5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본보와 만난 아르넌 게슈리 스노우플레이크 CPO는 "우리는 기술자와 비기술자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꼭 20년 경력의 엔지니어일 필요는 없지만, 호기심을 갖고 시도하고 실험하는 사람이 AI 시대에 더 잘 적응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기심, 소통 능력, 판단력을 세 가지 핵심 역량으로 꼽았다. AI가 코딩을 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시대라지만, AI에 대체되지 않는 경쟁력은 다름 아닌 '인간다움'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뒤 구글·테슬라를 거쳐 스노우플레이크의 HR 수장 자리에 오른 그는 비기술 전공자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최고위직에 오른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그는 AI 시대 생존 공식으로 먼저 'AI 수용성(AI propensity)'을 제시했다. AI 수용성이란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험하고, 도구를 써보려는 태도를 말한다. ①AI 인지(AI awareness) ②AI 호기심(AI curiosity) ③AI 숙련(AI proficiency)의 3단계를 거쳐, 단순히 AI를 아는 수준을 넘어 업무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꺼이 실험하고, 끊임없이 배우며, 변화에 맞춰 적응하는 사람들"이 살아남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AI 수용성을 갖췄다면, 그다음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AI와의 상호작용이 자연어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소통 능력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정보를 바탕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기에 공감 능력을 동반한 판단력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인재상은 '전이적 사고(transferable thinking)'를 가진 사람이다. "한 분야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전혀 다른 과제에 적용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각을 제시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슈리는 기업 차원의 AI 도입 원칙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반복적이고 마찰이 큰 업무는 AI가 맡지만, 공감·판단·인간적 연결이 필요한 일에는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그가 철저히 지키는 원칙이다. 성과 평가나 승진 심사, 업무 피드백 같은 업무는 반드시 사람이 직접 맡는다고 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이미 이 원칙을 실전에 적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전 직원 설문조사에서 9,000여 명이 남긴 코멘트를 회사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몇 분 만에 분석했다. 예년 같으면 수 주가 걸리던 작업이다. AI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직무기술서를 자동 생성하고, 직원의 경험·기술·커리어 목표를 분석해 최적의 멘토와 협업 상대를 추천했다. 배경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직원을 매칭하는 '동료 멘토십' 프로그램은 불만이 성과와 이직률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선제 대응하는 역할을 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게슈리는 "절약된 시간은 직원 리스닝 세션, 커리어 대화, 인간적 관계 강화 등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업무에 재투자한다"고 말했다. AI 도입 과정에서 변화 관리가 기술 자체만큼 중요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새로운 도구를 들이는 것보다, 구성원이 그 도구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HR의 진짜 역할이라는 얘기다.
AI 에이전트 도입 후 채용규모가 줄었는지 묻자 그는 "많은 사람들이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지만, 역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진화하는 것"이라며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 오히려 사람의 잠재력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이는 테크기업 만의 얘기가 아니다. 스노우플레이크의 AI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을 도입해 그동안 분산돼 있던 공급망관리(SCM), 창고관리시스템(WMS) 데이터를 통합한 풀무원의 안순식 SCM 부문 상무는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효율화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인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화·문서화하지 않은 경험들을 AI에 학습시키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고, AI 에이전트가 실수했을 경우 책임을 지는 것도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게슈리는 AI 시대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더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바로 실험을 허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게슈리는 "역할이 무엇이든, 회사의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모두의 일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기존 부서의 칸막이에 얽매이지 말고, 구성원의 도전을 장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두가 문제 해결자'라는 철학이 AI 시대 조직 문화의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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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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