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와 가부장적 지배자는 숙명적인 딜레마를 공유한다. 일단 권좌에 오르면, 그들 자신의 종말을 향한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된다.” 호주의 중국학 석학 제러미 바메가 한 말이던가.
이 말의 함의는 이렇다. ‘장기 집권 독재체제는 정점에 달했을 때 가장 강력해 보이지만 동시에 내부 경직성과 후계 구도의 부재, 견제 장치 상실로 인해 붕괴의 시계가 빠르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시진핑이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그런 관측이 불거진 최근의 첫 번 째 계기는 지난 8월 30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방문이었다. 올해 73세인 시진핑이 부인 평리위안의 손을 잡고 전용기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는 광경이 목격됐다.
지난 9월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공식만찬에 시진핑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건강 이상설은 확산됐다. 그러다가 건강 이상설이 다시 점화 된 것은 지난 9월 25일~26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다.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시진핑은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역시 평리위안의 손에 의지해 전용기 계단을 내렸다. 그 모습이 몹시 굼뜬데다가 허약해 보이기까지 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시진핑의 백악관 방문과 관련해 중국 측이 상당히 이례적 요청을 해 온 것으로 보도했다. 백악관 웨스트 윙 내부에 시진핑 전용의 휴게실을 별도로 마련해 달라고 주문을 한 것. 그리고 시진핑과 트럼프와의 회담은 놀랄 정도로 짧았다고 덧붙였다.
눈에 띌 정도로 느릿느릿해진 시진핑의 거동. 이와 함께 미국의 글로벌 뉴스 전문지 세마포(Semafor)는 시진핑의 데스 워치(Death Watch- 종말 지켜보기)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을 펴면서 독재자의 숙명적 딜레마를 파헤친 바메의 말을 인용했다.
과거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의 말년, 그러니까 권력의 정점에서 사망에 이르는 과정은 상당한 파장의 연속이었다. 마오쩌둥의 경우 그의 말년, 특히 1960년대 중반 문화대혁명 발발 이후부터 1976년 사망할 때까지 그의 권력에 대한 집착, 극단적인 정치적 투쟁, 그리고 심각한 노화와 질병이 겹치면서 전 중국은 거대한 혼란과 파국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덩샤오핑의 말년은 ‘중국의 최고 실권자로서 개혁·개방을 완수하고 중국 경제발전의 확고한 기조를 다진 시기’로 요약 평가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치적 오점’을 남기지 않은 것도 아니다. 1989년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톈안먼 사건이 그것이다.
과거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절과 달리 오늘날의 중국은 세계 경제와 안보의 중심에 서 있다.
따라서 정점의 현 시진핑 체제, 그 이후 닥쳐올 수도 있는 극단적 정치적 불안정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투자의 흐름을 바꾸고 세계의 안보지형을 뒤흔드는 등의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진핑 데스 워치’는 단순히 중국 국내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사(Global Spectacle)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당권 정치(Leadership Politics)로 일관돼 왔다. 그 중국공산당 체제에서는 모든 것이 깜깜이다. 그런 특징상 후계구도를 정립하는 과정에는 항상 혼란과 비극이 따랐다.
그 두드러진 예가 마오쩌둥의 말년과 사후 벌어진 권력투쟁이다. 류사오치를 비롯해 마오쩌둥이 지목했던 후계자들은 모두 비극적 말로를 맞았다. 덩샤오핑의 권력승계는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편이다. 그러나 두 차례나 2인자 지명이 바뀌는 혼선 끝에 장쩌민이 권력을 승계했다.
시진핑 시기의 종말은 그러면 어떤 양상을 보일까. 아무래도 덩샤오핑 보다는 마오쩌둥 스타일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것이 세마포지의 예상이다.
시진핑은 집권기간 내내 숙청의 칼을 휘둘러왔다. 아주 오랜, 그리고 가장 신뢰하던 동지까지 무자비하게 숙청하면서 1인 체제를 구축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명확한 2인자나 후계자를 남기지 않아 후계구도를 극도로 불투명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이 시사(示唆)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시진핑 본인이 편집광적으로 권력주변을 통제하는 정치 환경 속에서 권력공백이 생길 경우 중국 공산당(CCP)내부가 통제력을 잃고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마오쩌둥 사후 군부가 주축이 돼 4인방제거에 나섰던 것 같이.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투쟁은 중국 국경 안으로만 국한 될 것 같지 않다.’ 포린 어페어스의 진단이다. 나이나 건강악화로 자신의 정치적 시간의 창문이 닫히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시진핑은 평생의 염원이었던 통일천하(統一天下)달성을 생전에 이루기 위해 대만 침공 등 군사적 도박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요약하면 시진핑은 장기집권을 통해 권력을 한 곳으로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권력의 세대교체나, 비상시 승계 시스템 측면에서 볼 때 중국 현대사상 가장 취약하고 불확실한 국면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다가올 ‘포스트 시진핑’시기에 몰아닥칠 정치적 소용돌이는 단순히 중국 내정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과 공급망, 그리고 미-중 패권구도 전체를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시진핑의 데스 워치(Death Watch). 한반도에는 어떤 광풍이 몰아닥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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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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