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0조 한국 데이터센터 정조준
▶ 2035년까지 민관합동 대규모 투자
▶ 피지컬 AI 상용화 거점으로 떠올라
▶ 구글, 칩·모델·인프라 풀스택 강점
▶ 엔비디아 ‘30주 병목’ 틈타 한국 공략
▶ 산학연 연산자원 선택지 늘어 ‘숨통’
구글이 자사 텐서처리장치(TPU)의 공급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한국 인공지능(AI) 생태계를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피지컬 AI 상용화에 속도를 내면서 엔비디아와 AMD에 이어 구글까지 국내 AI 생태계와의 접점을 넓히고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정보기술(IT)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들어 TPU 사업 전략을 바꿨다. 그동안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 중심으로 TPU를 설치해 검색·제미나이 등 내부 서비스를 가동하거나 클라우드 고객사에 임대해왔다. 하지만 올 4월 콘퍼런스콜에서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이 아닌 외부 데이터센터에도 TPU를 공급한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러한 행보는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기술에 필요한 컴퓨팅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TPU는 구글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제미나이 3.0 학습에 대량 투입되면서 AI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AI 후발 주자로 여겨졌던 구글이 GPU에 의존하지 않고 프런티어급 AI 모델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TPU는 특정 연산 방식에 특화된 AI 반도체(ASIC)라는 점에서 범용 AI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차별화된다. GPU 대비 전력 효율성이 높은 게 장점으로 꼽힌다. 최신 제품인 TPU v8의 전력 소모 대 학습 성능은 전작 대비 약 3배 높아졌으며 추론 성능은 약 1.8배 높다.
외부 수요도 이미 확인되고 있다.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TPU 도입 규모를 올해 1GW(기가와트)에서 내년 5GW로 늘리기로 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구글의 직접 판매 TPU 매출이 2027년 840억 달러(약 116조 원), 2028년 108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주요 TPU 사업 거점 중 한 곳으로 한국을 낙점했다고 본다.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라 2029년까지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총 550조 원의 민간투자가 추진되면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레이팅스에 따르면 한국은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구축에 약 1200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면 중국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데이터센터 시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다양한 제조업 생태계를 두고 있어 피지컬 AI 상용화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 2차례나 한국을 찾아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올 6월 방한 당시 △빠른 기술 수용 문화 △지정학적 중립 포지션 △세계적 수준의 산업 기반 등 3가지를 꼽으며 “피지컬 AI 영역은 한국이 글로벌 중심에 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리사 수 CEO가 올해 3월 한국을 방문한 후 AMD는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GPU를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결합하는 개방형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및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는 국내에 AI 연구센터도 설립하기로 했다.
여기에 구글도 가세하면서 한국이 빅테크 간 AI 인프라 격전지로 급부상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TPU 기반의 AI 인프라는 물론 AI 모델, 보안 기술 등 풀스택 AI 기술을 앞세워 국내 산학연과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AI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AI 반도체 실적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의 리드타임(최종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대 30주로 병목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틈을 타 구글이 적극적인 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산학연 입장에서도 AI 연산 자원 선택지가 넓어지는 만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피지컬 AI 시대까지 대비해야 하는 만큼 연산 자원은 많을수록 좋다”면서 “현재로서는 산업계나 학계가 GPU 활용에 익숙한 상황인데 TPU를 통해 얼마나 AI 연구 성과가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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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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