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학·정학’의 최후의 조치
▶ AAU조사, 여학생 4명 중 1명꼴
▶ 야간에 동행하고 안전한 길 이용
▶ 음료를 둔 채 자리 뜨지 않기

지난 5일 뉴욕주 이타카의 코넬 대학교에서 열린‘생존자들을 위한 정의’(Justice for Survivors) 집회 중 맥그로우 타워 앞에서 시위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로이터]
최근 코넬대에서 제기된 강간 의혹 사건이 전국적으로 시위와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의혹에 담긴 잔혹한 정황과 형사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건 당시 코넬대와 지역 검찰이 의혹을 충분히 조사하고 적절히 대응했는지를 놓고도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코넬대 뿐만 아니라 각 대학 캠퍼스내 성적 비위 사건 통계와 처리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도 주목받는다. 정부 통계에서도 코넬대와 뉴욕주 내 다른 대학에서 발생한 성폭력 관련 사건 가운데 퇴학이나 정학 등 중징계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캠퍼스내 성관련 사건 통계 자료 등을 심층 분석했다.
■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
코넬대 사건은 법원 기록에 ‘제인 도’(Jane Doe)라는 가명으로만 신원이 공개된 전 학생이 지난달 대학과 학생 7명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원고는 소장에서 2024년 한 사교클럽 건물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약물을 투여받은 뒤 여러 학생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들 중 한 남학생은 스냅챗 메시지에 ‘공짜로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전국적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뉴욕주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관련 사건 대부분은 당국에 신고되지 않거나 중징계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코넬대에 신고된 학생 관련 사건은 1,200건이 넘었지만, 퇴학 또는 제적 처분을 받은 사람은 7명이었다.
정학 처분을 받은 사람은 14명이었다. 해당 통계에는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학생뿐 아니라 학생을 폭행하거나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 교직원 등도 포함됐다.
강간 피해 생존자 지원단체인 ‘레인’(RAINN)은 “대학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피해자의 접촉을 금지하거나, 해당 학생을 피해자의 수업 또는 기숙사에서 분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퇴학과 정학은 대학들이 가장 마지막에 고려하는 조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뉴욕주, 가해자 ‘퇴학·해고’ 1% 남짓
‘이너프 이즈 이너프(Enough is Enough)로 불리는 뉴욕주법을 통해 뉴욕주 내 다른 대학들의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법은 대학들이 성폭행,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관련 사건과 대학의 자체 조사 및 징계 절차 결과를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욕주 내 약 300개 대학에서 수집한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보고된 2만5,800여 건의 사건 가운데 학생 퇴학이나 대학 교직원 해고로 이어진 경우는 약 1%에 불과했다.
정학 처분으로 이어진 사건도 약 2%에 그쳤다. 레인에 따르면 강간이나 기타 성폭력을 당한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피해로 인한 정신적 충격 때문에 결국 절차 진행을 중단하거나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일부 피해 학생은 조정을 거쳐 혐의를 받는 상대방과 비공식적으로 합의해 공식적인 징계가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코넬대에서는 뉴욕주 전체 대학에 비해 사법당국에 신고되는 사건의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코넬대에 신고된 사건은 대학 내부의 공식 사법·징계 절차로 이어지거나 퇴학 및 해고 같은 가장 엄중한 처분을 받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사법당국에 이첩된 성폭력 신고가 이후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전국 단위 통계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일부 조사에 따르면 경찰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 중 체포나 유죄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 AAU조사, 여학생 4명 중 1명 피해
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캠퍼스내 성폭력은 공식 범죄 통계에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더 흔하게 발생한다. ‘미국대학협회’(AAU)가 실시한 가장 최근 조사인 2019년 설문조사에서는 전국 33개 대학의 학부 여학생 4명 중 1명 이상이 대학 입학 이후 강제력 행사나 동의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비동의 성적 접촉 등 강간 또는 다른 형태의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또는 남녀 이분법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성별 정체성으로 규정한 학생들의 피해 비율도 이와 비슷했다. 학부 남학생 가운데서도 약 7%가 성폭력을 한 차례 이상 당했다고 답했다.
럿거스대 폭력 종식 연구센터의 사라 맥마흔 소장은 “성폭력은 신고가 적게 이뤄지는 범죄”라며 “수치심, 보복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낯선 사람에게 충격적인 경험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 등이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코넬대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부 여학생의 35%는 대학 입학 이후 동의하지 않은 성적 접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의 20%, 2023년의 23%보다 높아진 수치다. 코넬대 남학생 가운데서도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그 비율은 학부 여학생보다 낮았다.
■ 연방교육부 캠퍼스 범죄 통계 자료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대학 캠퍼스 안팎에서 강간을 비롯한 주요 성폭력 사건이 증가했다. 통계상 수치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미투’(#MeToo) 운동이 지목된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과 각종 비위의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도록 했으며, 전국 대학계에서도 많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렸다.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은 ‘클레리법’(Jeanne Clery Disclosure of Campus Security Policy and Campus Crime Statistics Act)에 따라 캠퍼스 내 범죄 통계와 캠퍼스 안전 정책을 매년 공개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보고서를 통해 학교의 안전 환경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여러 범죄의 신고 건수가 증가했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교육부 캠퍼스 범죄 통계 자료’(Campus Safety and Security·CSS) 웹사이트에서 각 대학별 범죄 유형과 관련 통계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https://ope.ed.gov/campussafety/#/
■ 캠퍼스에서 지켜야 할 안전 수칙
▲ 야간에는 동행하고 안전한 길 이용: 야간에는 가급적 친구나 다른 학생과 함께 이동하고, 혼자 다녀야 할 경우 대학의 야간 동행·셔틀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동 경로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리고, 밝고 사람이 많은 길을 선택하며 이어폰 사용을 자제해 주변을 살핀다.
▲ 출입문 잠그고 귀중품 노출 피하기: 기숙사와 주거 공간, 차량의 문을 항상 잠그고 외출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잠금 상태를 확인한다. 노트북이나 가방 등 귀중품은 차량 안에 보이지 않게 보관하고, 기숙사 출입문이나 차고 문을 열어 두지 않는다.
▲ 출입자 확인하기: 학생증이나 출입카드가 필요한 기숙사에서는 출입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게 무심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신원이 불분명하거나 수상한 사람이 출입하는 경우 기숙사 직원이나 캠퍼스 경찰에 즉시 신고한다.
▲ 외출 계획 알리고 음료 주의: 파티나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는 믿을 만한 친구나 룸메이트에게 장소와 이동 방법, 귀가 예정 시간을 미리 알린다. 행사 중에는 마시던 음료를 자리에 두고 떠나지 않는 등 음료에 약물이 투입될 위험에 대비한다.
▲ 대학 안전 시스템·지원 제도 숙지: 대학에서 운영하는 비상 호출 장치와 안전 앱, 캠퍼스 경찰 연락망, 비상 알림 시스템의 사용법을 미리 익혀 둔다. 성폭력·데이트 폭력 예방과 긴급 상황 대응 교육에 참여하고, 필요할 때 ‘타이틀 나인’(Title IX) 담당 부서나 심리 상담 서비스 등 교내 지원 제도를 활용한다.
▲ 수상한 행동 발견하면 즉시 신고: 방치된 가방이나 수상한 차량 등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을 발견하면 대학의 안전 앱이나 보안 담당 부서에 신고한다. 스토킹이나 미행처럼 즉각적인 위협이 발생하면 캠퍼스 경찰 또는 지역 경찰에 연락하고, 룸메이트 갈등 등 긴급하지 않은 문제는 기숙사 사감 조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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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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