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한인타운을 찾는다. 한인 식당에서 식사하고, 한인 행사에서 축사를 하며 한인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표현한다. 반가운 일이지만, 한인사회가 기대하는 것은 선거철의 방문이나 사진 한 장이 아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듣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지가 중요하다.
LA 시장 선거를 앞두고 캐런 배스 시장의 지난 임기를 돌아보면 분명 아쉬운 점들이 있다. 노숙자 문제와 치안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고,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이 더 빠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정을 평가할 때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뿐 아니라 실제 추진한 정책과 성과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배스 시장과 한인사회의 관계는 연방 하원의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배스 당시 의원은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한인 이산가족의 상봉을 지원하는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산가족 문제는 많은 미국 정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한인사회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역사이자 가족의 아픔이다.
시장 취임 이후에도 변화가 있었다. 2024년 배스 시장은 시장실에 한국어 소통을 전담하는 직책을 마련하고 김지은 보좌관을 임명했다. 미국 제2의 도시 LA의 시장실이 영어와 스페인어뿐 아니라 한국어로도 주요 정책과 정보를 전달하게 된 것이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인 어르신과 이민 1세대에게는 시정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한인사회가 수년간 요구해 온 LAPD 온라인 경찰 신고 시스템의 한국어 서비스도 배스 시장 재임 중 도입됐다.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영어 신고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주민들에게 경찰 신고의 문턱을 낮춰준 변화다. 앞으로 신고 이후의 수사와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도 언어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하지만, 오랜 요구가 실제 행정에 반영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인사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2024년 도미닉 최 당시 LAPD 부국장이 LA 경찰국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이자 한인계 임시 경찰국장으로 취임했다. 시장실의 소상공인 정책과 대외 소통 등 여러 분야에서도 한인 인재들이 역할을 맡았다. 공직 인사는 능력과 경험이 우선이지만,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배스 시장은 최근 LA 한인축제에 참석하고 추석을 맞아 한인타운의 어르신들을 직접 찾기도 했다. 이러한 만남의 가치는 행사 참석 자체보다 지역사회의 요구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LA 경제의 회복 역시 중요한 과제다. 팬데믹 이후 침체된 다운타운을 되살리기 위해 시 정부는 약 26억 달러 규모의 컨벤션센터 확장 및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 과정에서 1,7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완공 이후 개최할 18건의 국제회의가 예약됐다. 장기적으로 1만 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지만, 실제 경제효과는 앞으로 검증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Banc of California는 LA시 브렌트우드로 본사를 이전하고 다운타운에 약 4만스퀘어피트 규모의 사무실을 개설했다. 빈 상가에 소상공인과 창업자들의 입주를 지원하는 ‘Vacant to Vibrant’ 프로그램도 시작됐다. 이러한 투자가 한인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주거비 문제에서도 주목할 만한 수치가 있다. 배스 시장 취임 이후 올해 8월까지 완공된 저소득 주택은 1만 265가구에 달한다. 연평균 완공 물량은 이전 5년간 약 700가구에서 약 2,800가구로 증가했다. 또한 행정명령 1호를 통해 4만 7,000가구 이상의 주택이 개발 절차를 밟고 있다. 한인타운에서도 지난 8월 해당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된 80가구 규모의 저소득 아파트가 완공됐다. 다만 개발 예정 물량과 실제 완공된 주택은 구분해야 하며, 공급 확대가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제 2028년 LA 올림픽도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전 세계의 선수와 관광객, 언론인들이 LA를 찾는 만큼 교통과 치안, 공공시설, 거리 환경 등 도시 전체의 준비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중대한 준비 부족이나 실수가 없도록 철저한 점검과 책임 있는 실행이 필요하다. 한인타운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올림픽의 경제적 기회와 혜택을 함께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에서 완벽한 지도자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 요구를 실제 변화로 연결하며, 부족한 부분에도 책임지는 자세다. 한인사회와 LA의 미래를 위한 판단 역시 약속이 아닌 기록과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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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강 캘리포니아 민주당 아시아태평양 코커스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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