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2026-27 시즌 개막
▶ 음악감독 취임후 첫 지휘
▶ 28년 만의 새 프로덕션
▶ ‘스페인 고딕’으로 재해석
▶ 사랑·욕망·자유 강렬 무대

오페라 ‘카르멘’의 한 장면. 오른쪽은 카르멘 역 메조소프라노 리합 차이브. [LA 오페라 제공]
LA 오페라가 불멸의 명작 ‘카르멘(Carmen)’으로 새로운 시대의 막을 올린다. 오는 17일 LA 다운타운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개막하는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은 LA 오페라의 2026-27 시즌을 여는 작품인 동시에, 지난 7월 공식 취임한 새 음악감독 도밍고 힌도얀(Domingo Hindoyan)이 음악감독 자격으로 처음 지휘봉을 잡는 무대다.
LA 오페라가 창단 41주년 시즌의 출발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가운데 하나인 ‘카르멘’을 선택한 것도 상징적이다. 새 음악감독과 새로운 무대, 새로운 주역진을 한꺼번에 내세워 향후 LA 오페라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일종의 ‘선언’과 같은 공연이기 때문이다. LA 오페라는 당초 6회 공연을 계획했지만 티켓 수요가 높아 한 차례를 추가, 10월17일부터 11월7일까지 모두 7회 공연하기로 했다.
■ 힌도얀 시대 첫 지휘봉
이번 ‘카르멘’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단연 힌도얀 음악감독이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태생의 알메니아계 지휘자인 힌도얀은 지난 7월1일 LA 오페라의 ‘리처드 시버 음악감독’으로 공식 취임했다. 계약 기간은 2030-31 시즌까지 5년이다. 2006년부터 20년간 LA 오페라의 음악적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임스 콘론의 뒤를 잇는 중책이다. 콘론은 2026-27 시즌부터 계관지휘자로 자리를 옮겼다.
힌도얀이 LA 관객에게 낯선 지휘자는 아니다. 그는 2024년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지휘하며 LA 오페라에 데뷔했고, 같은 해 LA 필하모닉과도 처음 호흡을 맞췄다. 현재 영국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겸하고 있으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국립오페라, 파리 오페라, 베를린 슈타츠오퍼 등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지휘해왔다.
그의 음악적 뿌리도 흥미롭다.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을 시작해 베네수엘라의 세계적인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를 거쳤고,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휘를 공부한 뒤 2013~2016년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바렌보임의 수석 보조지휘자로 경험을 쌓았다.
■ 기존 ‘카르멘’과 다른 무대이번 공연은 익숙한 스페인의 화려한 색채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연출과 무대 디자인을 동시에 맡은 새디어스 스트라스버거(Thaddeus Strassberger)는 무대를 어둡고 신비로운 ‘스페인 고딕’의 세계로 재창조한다.
LA 오페라에 따르면 스트라스버거는 스페인 사진작가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로데로가 1989년 발표한 사진집 ‘Espana Oculta(숨겨진 스페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통과 현대 사이에 걸쳐 있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신앙과 미신, 욕망과 위험, 성스러움과 세속성이 공존하는 세계를 펼쳐 보인다.
1막의 낡은 담배공장 앞 광장에서 시작해 밤의 타블라오, 밀수꾼들이 머무는 로마 공동묘지, 투우장으로 이어지며 이야기가 점점 어두워진다. 마지막에는 성주간의 엄숙한 종교 행렬과 투우장의 열광적인 군중이 한 공간에서 교차한다. 그 경계에서 카르멘과 돈 호세의 비극적인 마지막이 펼쳐지며 ‘성스러움과 세속성의 충돌’이라는 이번 프로덕션의 핵심 이미지가 완성된다.
춤 역시 중요한 볼거리다. 안무는 지난 시즌 플라멩코 색채가 강렬했던 ‘아이나다마(Ainadamar)’로 LA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스페인 무용가 겸 안무가 안토니오 나하로(Antonio Najarro)가 맡는다. 의상은 매티 울리히, 조명은 파블로 산티아고, 프로젝션은 그렉 에메타즈가 담당한다.
■ 150년 지나도 강렬한 카르멘‘카르멘’이 1875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된 이후 150년 넘게 세계 오페라 무대를 지켜온 이유는 귀에 익은 음악뿐만이 아니다. 사랑을 위해서조차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는 카르멘과, 사랑이 집착과 질투로 변하면서 파멸해가는 돈 호세의 이야기는 시대를 넘어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세비야의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카르멘은 싸움에 휘말려 체포되지만 자신을 호송하던 군인 돈 호세를 유혹해 탈출한다. 카르멘에게 빠져든 호세는 고향의 연인 미카엘라와 군인으로서의 삶을 버리고 밀수꾼 무리에 합류한다. 그러나 카르멘의 마음이 스타 투우사 에스카미요에게 향하면서 호세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질투와 집착으로 변한다.
죽음을 예고하는 카드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카르멘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투우장 밖에서 호세가 다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지만 카르멘은 이를 거부하고 그가 준 반지마저 던져버린다. 결국 투우장 안에서 에스카미요의 승리를 환호하는 함성과 종교 행렬이 교차하는 가운데 호세는 카르멘을 살해한다.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꽃노래’ 등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친숙한 선율이 줄줄이 등장한다는 점도 ‘카르멘’의 매력이다. 그래서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관객에게도 비교적 접근하기 좋은 작품으로 꼽힌다.
■ 카르멘의 주연들타이틀롤 카르멘은 튀니지계 캐나다 메조소프라노 리합 차이브(Rihab Chaieb)가 맡는다. 2022년 LA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케루비노 역으로 데뷔했고 2025년 ‘코지 판 투테’에서는 도라벨라를 맡았다. 강렬한 무대 존재감과 폭넓은 음색으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성악가로, 이번 시즌 이후 글라인드본과 애틀랜타 오페라에서도 카르멘 역을 이어갈 예정이다.
카르멘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가 파멸하는 돈 호세 역에는 테너 조슈아 게레로(Joshua Guerrero)가 나선다. LA 오페라의 도밍고-콜번-스타인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 출신으로 ‘베르사유의 유령’, ‘모비딕’, ‘맥베스’ 등에서 주요 배역을 맡아온 LA 관객에게 친숙한 성악가다. 호세의 옛 연인 미카엘라는 소프라노 캐슬린 오마라(Kathleen O‘Mara), 카르멘의 마음을 사로잡는 화려한 투우사 에스카미요는 베이스 바리톤 리암 제임스 카라이(Liam James Karai)가 맡는다.
■ 총 7회 공연‘카르멘’은 10월17일부터 11월7일까지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총 7회 공연된다. 개막일인 ▲10월17일(토) 오후 6시를 시작으로 ▲10월25일(일) 오후 2시 ▲10월27일(화) 오후 7시30분 ▲10월29일(목) 오후 7시30분 ▲11월1일(일) 오후 2시 ▲11월4일(수) 오후 7시30분, 그리고 ▲11월7일(토) 오후 7시30분 마지막 공연으로 이어진다.
특히 17일 개막 공연은 샌타모니카 피어와 하시엔다하이츠의 윌리엄 스타인메츠 파크에 설치된 대형 LED 스크린으로 무료 생중계된다. 공연 전에는 라이브 음악과 게임, 어린이 프로그램 등도 마련된다.
▲티켓: www.laope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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