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뉴욕 3년 사라진 것과 늘어난 것 [특파원 시선] 뉴욕 3년 사라진 것과 늘어난 것](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6/08/01/202608011653006a1.JPG)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관광용 인력거 ‘페디캡’ [로이터]
언제부터인가 뉴욕 지하철에서 초콜릿과 사탕을 팔던 중남미 여성들이 자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2∼3년 전만 해도 포대기에 싼 아이를 업고 엠엔엠즈(M&M's) 초콜릿이 담긴 상자를 내미는 여성의 모습은 뉴욕 지하철에서 흔히 보이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후반인 2023년 뉴욕에 처음 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임기 중간을 통과하며 귀국을 앞둔 현시점까지 변화한 것 중에는 지하철의 초콜릿 판매 여성처럼 통계에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적지 않다. 어떤 것은 사라졌고, 어떤 것은 늘었다.
동네 뉴욕 공공도서관(NYPL)이 운영하는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자주 이용하는 지인은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뉴욕 공공도서관은 이용자에게 체류 신분을 묻지 않는데, 주로 영어 실력을 빨리 늘리고자 하는 신규 이민자들이 많이 찾는다.
미등록 이민자이건 영주권자이건 누구나 상관 없이 영어회화 교실에 참여하거나 아이를 동화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에 데려올 수 있다.
그러나 누군지 묻지 않는데도 이민자들은 도서관과 같은 공공장소를 잘 찾지 않게 됐다. 뉴욕 지하철과 도서관의 변화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강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의 방문교수나 박사후 연구원도 확연히 줄었다.
바이오, 컴퓨터공학 등 이공계 연구자들의 신규 유입이 거의 사라진 것은 물론 기존 연구자들도 떠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 기조 때문이라고 한다.
뉴욕에 산 지 5년 된 한 아시아계 연구원은 연구 프로젝트 예산이 이번에 연장되지 않으면 올해 중 미국을 떠날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많은 외국 출신 기술 분야 엘리트들은 자신의 선택으로 미국을 떠나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무슬림 교수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대학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근의 아이비리그 대학 공대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강의를 한다고 들었다.
중국 유학생들도 이공계 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에서 직장을 찾을 수 있는데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늘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대기업들이 미국 빅테크에 못지않은 파격적인 급여 조건을 제시하며 인재를 자국으로 흡수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연구자들이 오지 않고 기존 연구자들도 짐을 싸는 데 따른 손실은 기업의 분기 실적이나 성장률 통계로는 잡히지 않을 것이다. 청구서는 5년, 10년 후 혹은 다음 세대에 날아올 수 있다.
뉴욕의 유엔본부에선 올해 들어 화장실 종이타월이 사라졌다. 예산절감이 이유다.
사라진 것은 종이타월만이 아니다. 유엔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의 분담금 납부가 지연되면서 예산 부족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월 유엔총회 보고에서 올해 유엔 사무국 직위를 21% 줄였다고 말했다. 뉴욕과 같은 고비용 지역의 인력을 저비용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기자가 사는 동네에도 유엔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최근 1년 새 갑자기 이사를 나가는 경우가 늘었다.
물론 3년간 늘어난 것도 있다.
뉴욕 길거리에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난하는 문구를 담거나 ICE 단속 관련 도움을 제공한다는 이민자 관련 단체들의 포스터들이 늘었다.
뉴욕은 아직 로스앤젤레스(LA)나 시카고, 미니애폴리스처럼 이민당국의 대규모 단속 작전이 펼쳐지진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음번 타깃은 뉴욕'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백악관에서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톰 호먼은 뉴욕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단속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지난 3년간 늘어난 것 중에선 'K-컬처'를 빼놓을 수 없다.
맨해튼 코리아타운에는 뉴요커들로 북적이고, 맨해튼 곳곳에는 고급 한식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예전에 홍삼을 팔던 코리아타운 인근 상점 자리에는 한국 화장품들을 모아 파는 할인 매장이 들어왔는데, 지나가며 볼 때마다 사람들이 북적인다.
케이팝의 인기는 강조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마침 BTS는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던 뉴욕·뉴저지 경기장에서 이번 주말 콘서트를 연다. 이 초대형 경기장을 가득 메울 관중 동원력을 가진 아티스트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기자의 10대 자녀가 얼마 전 참여한 뉴욕의 창작 글쓰기 서머캠프에서는 한 학생이 케이팝 아이돌 '아이브'의 멤버가 등장하는 팬픽(좋아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백인 학생이었다.
얼마 전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관광용 인력거는 케이팝 아이돌그룹 '아일릿'의 '낫 큐트 애니모어'를 크게 울리며 지나갔다. 무더운 한여름 뉴욕 관광지 한복판에서 "한정판 콩국수, 마차(말차)보다 고소해"라는 한국어 노랫말을 들으니 뭔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뉴욕 공공도서관의 교육공간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아이돌 '캣츠아이'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보며 춤을 따라 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케이팝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들리긴 하지만 케이팝을 포함한 한국문화의 저변은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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