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LA의 젊은이들은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절망을 말한다. 이 도시에서는 집값이 너무 비싸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그러나 가격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 정말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이 도시의 제도는 누구를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 보호의 비용은 누구에게 청구되고 있는가?
LA에서 집을 사기 어려운 것은 시장이 실패해서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제도가 너무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LA 주거지의 약 4분의 3은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는 땅이다. ‘한 필지에 한 채’라는 100년 전의 결정이 공급의 길을 물리적으로 막아버렸다.
여기에 산 가격을 기준으로 매기는 재산세가 더해진다. 오래 보유할수록 세금이 가벼워지니 집을 내놓을 이유가 없고, 매물은 좀처럼 돌지 않는다. 환경심사와 공청회는 기존 주민에게 새 주택 건설을 몇 년씩 늦출 수 있는 사실상의 거부권을 쥐어 주었다.
이 세 겹의 장치를 관통하는 원리는 하나다. 먼저 도착한 사람을 지킨다는 것. 장기 소유자와 기존 동네는 보호받지만, 그 비용은 젊은 세대와 새 이주자, 집 없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세기의 조닝 개혁’이라 불린 SB 9이 시행 2년 동안 캘리포니아 열여섯 개 도시에서 만들어낸 새 주택이 112채에 그쳤다는 사실이 이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개혁은 서류 위에 머물렀고, 집값은 그 위에서 계속 올랐다.
그 반대편에 서울이 있다. 서울은 밀도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계, 곧 조합과 시공사, 선분양과 청약이라는 장치를 반세기에 걸쳐 키워 온 도시다. 문제는 이 기계가 만들어내는 것이 주택이기 이전에 자산이라는 데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의 수익은 현재의 용적률과 앞으로 허용될 용적률 간 격차에서 나온다. 그런데 그 틈을 여닫는 손잡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계추처럼 방향을 바꿔 왔다.
공급이 정치의 시간표에 매이는 순간, 용적률은 계산할 수 있는 규칙이 아니라 기대와 베팅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기대는 집값에 미리 얹힌다. 여기에 전세라는 독특한 사적 금융이 겹친다. 세입자의 보증금은 집주인의 손에서 이자 없는 매수 자금으로 바뀌고, 이 돈이 매매가와 전세가를 서로 밀어 올린다. 규칙이 자주 바뀌는 시장에서 사람들이 배우는 것은 순응이 아니라 방어, 그리고 한 발 앞서 베팅하는 것이다.
질병은 정반대인데 증상은 같다. 캘리포니아는 보호가 지나쳐서, 한국은 개입이 잦아서 같은 지점에 도달했다. 이미 도착한 사람을 지키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에게 문을 닫는 두 도시의 집값은, 시장 가격이라기보다 회원권 가격에 가깝다. 그리고 새 회원의 입회비는 구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처방도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필요한 것은 지방정부가 풀린 규제를 도로 조이지 못하게 하는 주 차원의 일관된 법, 오래 눌러앉을수록 유리해지는 세제의 교정, 그리고 종이 위의 밀도를 실제 건물로 옮길 수 있는 시공 생태계의 육성이다.
서울에 필요한 것은 이미 강력한 이 기계를 예측 가능한 규칙 아래 두는 일이다. 현재보다 올린 보유세를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고, 용적률을 그때그때의 협상이 아니라 미리 공시된 규칙으로 운영하며, 전세가 서서히 물러날 길을 설계하고, 일본의 주택소비자조합이나 독일의 조합주택 같은 제3의 공급원을 키우는 것이다.
겉으로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두 처방이 깊은 곳에서는 하나로 만난다. 주택을 자산 축적의 회로에서 조금이라도 떼어내 사용가치의 자리에 되돌려 놓는 것, 그리고 규칙을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약속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책은 하나의 가설이다. 그리고 그 가설을 검증하는 사람은 언제나 아직 이 도시에 도착하지 않은 다음 세대다. 서울에서 그 검증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현장은 재건축과 재개발의 언덕이다. 조합이 수백 명의 소유자를 하나의 개발 주체로 묶고, 용적률의 틈이 서류 위에서 돈으로 계산되는 동안, 그 서류 어디에도 이름이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세입자와 상가 임차인, 이미 도착해 살고 있었지만 끝내 회원이 되지 못한 이들이다. 그들은 이주의 계절과 함께 떠난다. 문은 열리는가. 이 물음은 지금도 조합 총회가 열리고 이주 공고가 나붙는 서울의 언덕 위에서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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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성 도시계획박사ㆍLA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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