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도널드는 이란전을 시작하면서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으며 미사일은 파괴되고 헤즈불라를 통해 이웃을 공격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조건 항복밖에 없으며 이란 국민들은 들고 일어나 정권을 차지하라고도 했다.
전쟁은 4개월만인 지난 주 양국이 양해 각서에 서명함으로써 일단 끝났지만 그 결과는 처음 도널드의 호언장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각서를 통해 미국이 내세울만한 것은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는 이란의 약속과 그동안 막혀 있던 호르무즈 해협을 60일간 무료로 개방한다는 조항뿐이다.
그러나 이란은 지난 수십년간 핵무기를 갖겠다고 선언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리고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은 그냥 열려 있었다. 이번 각서에 ‘60일 동안 무료’란 조항이 들어간 것은 그 시간이 지나면 통행료를 받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 대가로 미국이 내준 것은 많다. 각서 10조를 보면 서명이 끝난 직후 미국은 이란 석유의 수출은 물론 이에 수반되는 금융과 보험 운송을 허용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 하나만으로도 이란은 매달 수십억 달러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이 돈이 이란 국민들의 민생고 해결과 그동안 망가진 군사 재건 어느쪽에 쓰일 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각서가 집행되는대로 수십억 달러의 동결된 이란 자금을 풀어주고 최종 협상 타결 후에는 미국이 3천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자금을 마련하는데 앞장선다는 조항도 있다. 도널드 행정부는 미국 돈은 한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이 물어야 할 전쟁 배상금을 인근국을 압박해 대신 내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각서는 또 레바논의 영토와 주권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이란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분노를 사고 있다. 레바논에는 이스라엘 멸망을 목표로 삼고 있는 헤즈불라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을 공격하지 말라는 건 앉아서 당하라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이다. 각서에도 불구하고 헤즈불라의 공격에 이스라엘이 대응하자 도널드가 네타냐후를 보고 “내가 아니었으면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비난하는 등 양국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 각서에는 이밖에 양국은 상대방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는데 이는 앞으로 이란이 자국민을 상대로 어떤 탄압을 일삼아도 미국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름없다. 한때 회교 독재에 맞서 들고 일어나라던 도널드는 각서 체결 후에는 이란 정권 교체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느니, 새 이란 지도자들이 현명하다느니, 이란만 미사일을 못 갖게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느니 하는 황당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처음 이란 공격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분노와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는 드물게 이란전에 찬사를 보냈던 브렛 스티븐스는 최근 칼럼에서 “이란 지도자들은 신과 강철 의지로 미국과 시온주의자 적들은 망신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체로 사실이라고 적었다.
그는 미국이 이란 군사 시설을 상당수 파괴한 것은 맞지만 전쟁의 승패는 통계가 아니라 의지가 좌우한다며 이 점에서 테헤란의 강단 있는 인간들은 워싱턴의 허영심 많은 인간에게 결정적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협박과 후퇴를 되풀이하며 스스로 약점을 노출했고 회교 정권이 무너지지 않고 유가가 뛰자 겁을 먹고 전쟁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태도는 1945년 이래 미국 지도자들이 이기기 위한 전쟁을 해 본적이 없으며 치욕적인 아프간 철군을 한 전임자를 비판한 트럼프가 취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가 자신의 말을 비롯 모든 것과 모든 이를 배신하는 것이 본질인 인간인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고 적었다.
왜 도널드가 처음에 한 말을 뒤집고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가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자기 SNS에 “주가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유가가 폭락하고 있는데 내가 이란에 더 강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질투심이 많거나 나쁘거나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각서가 없었더라면 1929년 이후 최악의 주가 폭락과 세계적인 공황이 왔을 것이라며 나는 제2의 후버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미국은 무력으로 이를 열 수 없음을 실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말을 들은 이란이 앞으로 협상에 고분고분 나올 까닭이 없다. 시작은 창대하게 시작된 이란전이 끝은 미약하고 비참한 도널드의 패배로 끝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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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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