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톰킹 아트센터·디아비컨 미술관
▶ 2인 한인 여성 작가 특별 설치전

스톰킹 아트센터의 광활한 자연속에 설치된 아니카 이의 설치작 ‘Message from the Mud’. [스톰킹 아트센터 제공]
▶아니카 이, ‘흙이 보내는 메시지’ 내달 9일까지
▶양혜규 개인전, 디아 재단 의뢰로 제작한 신작 4점 공개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조각 미술관인 스톰킹 아트센터(Storm King Art Center)와 뉴욕 업스테이트 현대미술의 성지인 디아비컨(Dia Beacon)은 뉴욕주 허드슨 밸리에 위치한 관광 명소로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속에 어우러진 보기 드문 대규모 설치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들이다. 특히 가을 시즌이면 관람객들이 몰리는 이 두 곳에서 아니카 이와 양혜규 2인 한인 여성 작가의 특별 설치전이 각각 열리고 있어 화제다.
■스톰킹 아트센터 아니카 이 설치전=스톰킹 아트 센터는 1960년 약 500에이커 규모의 광활한 자연 속에 조성된 세계적인 야외 조각 미술관이다.
마야 린, 마트 디 수베로, 리차드 세라, 앤디 골즈워디, 미술에서 모빌을 도입한 알렉산더 칼더,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 등 세계적인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 100여점을 영구 전시 중이다.
이곳에서 아니카 이(Anicka Yi)의 첫 대규모 야외 설치 프로젝트 ‘흙이 보내는 메시지’(Message from the Mud)가 선보이고 있다. 스톰킹 연못의 물과 토양, 종이 폽, 계란 껍질 등의 유기물로 채워진 투명 아크릴 기둥들이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얕은 연못 위에 들어선 설치작은 지난 5월17일 개막, 내달 9일까지 전시된다.
햇빛과 시간에 노출되면서 다채로운 조류, 남세균, 미생물 군집이 투명한 기둥 표면을 통해 추상화처럼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층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후각·생명체·미생물 등 유기적 재료를 다뤄온 작가의 세계관이 스톰킹 아트센터의 광활한 야외 대지와 결합해 생명 순환을 조명한다.
유적 발굴 현장처럼 연출된 설치장소에는 20개의 기둥들이 과거, 현재, 미래의 환경적 시간대가 중첩되며 흙 속에서 떠오른 어느 세계의 폐허처럼 서 있다. 작가는 1880년대 후반 러시아-우크라이나 생태학자 세르게이 비노그라드스키가 발명한 토양 과학 기술을 활용, 흙과 물을 탄소 및 칼슘원과 결합함으로써 눈으로 관찰 가능한 미생물 군집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토양 생태계는 각 미생물 군집이 서로를 받쳐주고 서로에 의해 유지되는 방식을 통해 모든 생명이 상호의존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스톰킹의 남쪽 연못에서 채취한 물과 흙 샘플을 사용함으로써 해당 풍경의 복합적인 미생물학적 초상을 제시한다.
작가는 이 설치작을 통해 모든 생명 체계의 바탕에 깔린 상호 의존성에 대한 탐구를 확장한다.
노라 로렌스 총괄 디렉터와 아델라 골드스미스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 전시는 시드니 E. 프랭크 재단(Sidney E. Frank Foundation), 헤이즌 폴스키 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빌첵 재단 등 여러 단체가 후원하고 있다.
개념 미술가인 아니카 이는 한국에서 출생, 2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디아스포라 작가다. 이러한 경험과 정체성을 배경으로, 그의 작업은 주로 새로운 형태의 생명과 지능, 계급, 젠더, 이민 등의 주제를 다뤄왔다.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그의 작업은 박테리아, 냄새, 꽃 등 유기적이고 일시적인 재료를 사용해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해오며 글로벌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 휴고보스 미술상을 수상하며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뉴욕 차이나타운과 코리아타운에서 샘플링한 박테리아, 회로판 같은 거대 개미집 그리고 아시안 여성의 땀과 개미의 냄새를 혼합한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장소 20 Old Pleasant Hill Road, New Windsor, NY 12553 ▲관람 시간: 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토~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화요일 휴관) ▲문의 845-534-3115/웹사이트 www.stormkingartcenter.org

디아 비컨 미술관 2개 층에서 지난 10일 개막한 양혜규 대규모 설치전 작품중 하나인‘조석장’. [국제갤러리 제공]
■양혜규 디아 비컨 설치전= 북부 뉴욕 허드슨강 인근에 위치한 디아 비컨은 1929년에 지어진 나비스코 과자 박스 인쇄 공장 건물을 개조해 2003년 문을 연 대형 현대미술관이다.
대부분의 미술관처럼 인공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작품의 분위기를 계속 변화시키는 자연광이 특별한 장소이다.
리처드 세라(거대한 철판 조각 'Torqued Ellipses), 앤디 워홀('Shadows' 아크릴화), 댄 플라빈 (형광등 조명 설치 미술), 루이즈 부르주아 (2층 거울/거대 거미 'Maman' 조각), 마이클 하이저 로버트 스미스슨 등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이 소장된 이곳에서 설치미술가 양혜규가 첫 개인전을 열고 대규모 설치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양혜규는 지난 10일 개막한 '양혜규: 통(通)'에서 디아 재단의 의뢰로 제작한 신작 4점을 공개했다.
동아시아의 오행사상과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현악 사중주 '영상'(1968)에서 출발해 방위와 색채, 빛과 움직임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들이 미술관 2개 층에서 2028년 6월 12일까지 전시된다.
윤이상의 '영상'은 고구려 강서대묘의 사신도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현무·청룡·주작·백호를 상징하는 방위와 색채를 플루트·오보에·바이올린·첼로에 대응시켰다.
양혜규는 이 음악의 구조를 조각과 설치, 조명으로 재해석해 전시 공간 전체에 펼쳐 놓았다.
작품 '소리장'은 방울 2만1,600개를 금속 링으로 엮어 바닥에 넓게 펼친 작품이다.
작품 제목과 달리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방울로 이뤄진 무거운 표면 아래에는 여러 개의 전구가 놓여 빛을 발한다. 전구는 무거운 표면 일부를 아래에서 밀어 올리듯 부풀리며, 빛과 불투명한 재료가 어우러진 장면을 연출한다.
베네치안 블라인드로 제작한 대형 설치작품인 ’조석장’은 높은 천장과 천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특징인 전시장에서 흑색과 은색 블라인드를 곡선 형태로 설치해 물결의 흐름과 움직임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오방색 가운데 네 가지 색으로 제작한 '소리 나는 물방울'과 금색의 '소리 나는 동아줄'을 더해 작품 안에 방위의 체계를 구축했다.
'낙하장'은 검은색 플라스틱 끈을 전통 짚풀 공예 기법인 용마름(새끼나 짚을 꼬아 엮어 용의 등처럼 만든 형태) 방식으로 엮어 만든 조각이다. 끈은 기둥을 감싸고 창문 쪽으로 뻗어 나가며 바닥을 따라 이어진다.
한국 설화에 등장하는 용과 뱀의 중간적 존재인 이무기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작가의 직조 조각 연작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제작됐다.
'축류'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루버(louver·얇고 긴 금속판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한 구조물) 208개와 12개의 움직이는 조명으로 만든 작품이다. 약 40분간 이어지는 조명과 루버의 움직임은 오행사상의 방위에 상응하는 색채를 만들어낸다.
▲장소: 3 Beekman St, Beacon, NY 12508
▲관람 시간: 금~월요일 오전 10시 ~ 오후 5시 (화~목요일 휴관)
▲문의 845-231-0811/https://dia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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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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