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지켜보면 다른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가 울고 있을 때 먼저 다가가 이유를 묻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도 있다. 누군가 속상해하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는 아이도 있고, 상대방이 직접 말해주어야 비로소 알게 되는 아이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적절하게 반응하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원래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아이가 따로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성장하면서 배우는 것일까?
아이의 공감능력에는 타고난 기질로 인한 개인차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환경과 관계 역시 중요하다. 특히 부모와의 관계는 아이가 감정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가장 초기의 중요한 환경 중 하나이다.
공감(empathy)은 단순히 다른 사람과 함께 슬퍼하거나 기뻐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정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능력 뿐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점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후자와 관련된 중요한 발달적 능력이 ‘관점수용(perspective taking)’이다. 이것은 잠시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같은 상황을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점차 발달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경험하는 일상의 관계 역시 중요하다. 발달심리학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며 다루는 방법을 가르치는 다양한 과정을 ‘정서사회화(emotion socialization)’라고 한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감정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그리고 부모 자신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이 모두 아이가 감정에 대해 배우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 때문에 속상했다고 이야기했을 때 “다 큰 아이가 무슨 그런 일 가지고 그래”라고 바로 판단하는 것과 “그랬구나. 네 입장에서는 많이 속상했겠네”라고 먼저 반응하는 것은 아이에게 서로 다른 경험이 된다. 후자의 경험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이해받는 경험을 하는 동시에, 사람의 감정에는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간다.
부모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가 다른 사람의 관점도 생각해 보도록 도울 수 있다. 형제나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 “누가 먼저 그랬어?” “누가 잘못했어?”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때 너는 어떤 기분이었어?”라고 물어본 뒤 “그럼 그때 동생/형은 어떤 기분이었을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는 ‘나는 이렇게 느끼지만 저 사람은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부모와의 이러한 대화 뿐 아니라 부모가 일상에서 보여주는 모습 역시 이러한 정서사회화의 한 부분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대하는 방식뿐 아니라 가족에게 어떤 말투를 사용하는지, 다른 사람이 실수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누군가 힘들어할 때 그 사람의 입장을 얼마나 생각하는지도 지켜본다. 부모가 “다른 사람 마음을 생각해야지”라고 말하는 것만큼, 실제 생활에서 부모가 직접 다른 사람의 감정과 관점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공감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는 경험, 감정에 대해 부모와 이야기하는 경험,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경험, 그리고 가까운 어른들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들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발달해 간다. 아이에게 공감을 가르치고 싶다면 “다른 사람 마음을 생각해야지”라고 말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부모님들이 되셨으면 좋겠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 주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주며, 부모 자신도 일상에서 타인의 감정과 관점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러한 일상의 경험들이 아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요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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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영 바이올라 대학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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