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인 터보홀딩스 회장
▶ ‘Chung Family Dream It, Be It.’ 자녀 대학·모교에 장학재단 설립

정영인(사진)
▶ 조상의 뿌리 알려주기 위해 가족 11명 데리고 고향방문
▶ 고향엔 대형 환영 플래카드⋯고향 그리며 쓴 시 기념비 등 지역명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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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신, 그가 이번 여름에 보내온 소식들로 그의 삶을 되짚어본다.” 정영인(아호 덕산) 터보홀딩스(Turbo Holdings Inc.) 회장에게 이번 기획특집을 위해 인터뷰를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그는 극구 사양했다.
그는 늘 그랬다. 이번 전 가족 11명 한국 방문을 앞두고도 간단한 안부로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는 이야기 및 장학사업에 관한 몇 가지 안부만 들려주었다. 그는 기사를 쓰려고 하자 장학금 액수는 밝히지 말아 달라며, 평소 마음에 새겨온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뜻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이 글은 정 회장이 이번 한국 방문 중 간간이 보내온 가족들의 여행 소식과 한양대 장학재단 설립 소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동안 공개된 자료와 정 회장의 과거 행적을 연결해 그의 삶을 돌아본 기록이다.
■전 가족 한국방문과 한양대학교 장학재단 설립
이번 정 회장의 한국 방문은 그의 인생을 이해하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은 부인 정혜선 여사와 함께 결혼한 세 자녀와 손자들을 포함, 전가족 11명을 데리고 약2주 동안 한국을 찾았다. 고향을 보고, 선산에 인사를 드리고, 여수와 부산, 경주를 거쳐 서울로 향한 국토 대장정이었다.
그 여행 중에는 자신이 졸업한 한양대학교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 회장은 평생 마음속에 품어온 하나의 꿈을 실행에 옮겼다.
후학을 위한 장학사업. 이번 방문 중 한양대학교를 찾아 거액의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미 아들, 작은 딸이 졸업한 스탠퍼드대학교에도 거액의 장학재단을 지난 해 세웠으며, 내년에는 큰 딸이 졸업한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도 같은 뜻을 담아 거액의 장학재단을 세울 계획이다. 그리고 이들 세 장학재단에 앞으로도 능력있는 후손들이 나오면 더 증자해 재단을 더욱 키워 나가기를 학교 측에 희망했다고 한다.
세 재단에 붙인 이름은 하나. ‘Chung Family Dream It, Be It.’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라”는 뜻이다. 어쩌면 이것이 정영인 회장이 자신의 인생 마지막에 남기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인지 모른다.
■ “자녀에게 고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한국 방문에 앞서 정 회장이 보내온 소식은 아주 소박했다. “자식들에게 내 고향도 보여주고 선산에 인사도 드리고 한국도 구경시켜 주고 친구도 만나러 갑니다.”
그러나 정 회장에게 이번 여행은 단순한 가족여행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자란 후세대에 조상의 뿌리를 알려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니 그가 자란 고향 동네에는 그의 이름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나붙으며 동네가 축제 분위기임을 보여주었다. 평소 그가 어떻게 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고향 마을에는 정 회장이 세워준 우상각과 겨울 동각, 그가 고향을 그리며 쓴 시가 바위에 새겨진 공적비가 마을의 명물로 간직되고 있는 사진도 보인다.
기록적인 한여름 폭염 속에 그의 가족은 여수, 부산에 이어 경주를 찾았다.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둘러본 뒤 서울로 올라왔다. 어린 손자까지 모두 즐거워했고 무탈하게 여행을 마쳤다는 소식을 보내오며, 정 회장은 “모두 무사해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행의 주요 목적지는 ‘한양대학교’
이번 가족의 한국 여행 일정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날은 자신의 모교인 한양대학교를 찾은 것이었다. 역시 한양대학 교정 곳곳에 그의 모습이 담긴 환영 깃발,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이 환영 일색이었다.
전남 함평 태생으로 한양대학교 섬유공학과('65)를 졸업한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든 대학 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에는 원림산업 무역부에서 일했으며, 회사의 미국 지사 주재원으로 1973년 미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지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정 회장은 미국에 남았다. 그리고 그 선택이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2024년 한양대학교는 정 회장에게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당시 한양대는 정 회장이 성공한 기업인일 뿐 아니라, 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기여와 사회봉사를 실천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정 회장은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정 회장은 2001년부터 최근까지 모교에 7억원이상을 기부해온 것으로 나타나 있다.
■1983년, ‘터보’라는 이름으로 사업 시작
정 회장은 미국에서 처음 의류 소매업을 하면서 1983년 ‘터보’를 설립했다. 섬유와 어패럴 무역, 스포츠의류 유통사업으로 출발한 터보는 성장했고, 이후 부동산과 금융, 골프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퍼스트 다운’과 ‘팻팜’ 등을 통해 미국 시장뿐 아니라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고, 스포츠의류 분야에서 사업 기반을 넓혀갔다. 한때의 작은 의류사업이 훗날 터보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정 회장은 성공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기회와 여유를 준분께 감사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나눔과 봉사활동
정 회장의 나눔은 고향 후학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함은 물론, 뉴욕청소년재단, 가정문제연구소 등 한인사회 단체에도 계속 이어졌다. 뉴욕 민주평통 10기 회장과 한인경제인협회 상임고문 등을 지내면서 열심히 봉사한 공적도 있다.
그리고 뉴욕 한인사회에서 이민사박물관을 만들고 그 안에 위안부관과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할 때에도 정 회장은 큰 역할을 했다. 2017년에는 위안부관과 소녀상 건립을 위해 5만 달러를 기부했고, 소녀상 건립추진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2025년에도 정 회장은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에 다시 5만 달러를 기부했다.
■ 빈손 인생, 마지막에 ‘꿈’을 남기다
정영인 회장의 인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무엇일까. ‘빈손에서 시작해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그는 미국에 건너간 뒤 실패의 가능성을 이겨내고 사업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인사회에서 조용히 봉사했고, 장학사업 등을 펼쳤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인생 마지막 장에서 장학재단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 모든 것에 “드러내기보다 내 방식대로 내 몫을 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로 답했다. 더불어 강조한 것은 ‘감사’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불편함 없이 살 수 있게 해준데 대한 감사. 그 감사의 마음을 이제는 후학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정 회장은 거듭 말했다.
■ 마지막 유산- Chung Family Dream It, Be It.
전 가족을 이끌고 거의 2주간의 국토대장정을 마치고 13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정영인 회장. 그가 이번 여행에서 자손들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너희 조상의 뿌리를 기억하라.” 그리고 장학재단을 통해 차세대에는 “꿈을 가져라.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라.”가 아닐까.
빈손으로 시작했던 한 기업인의 마지막 꿈은 그렇게 다음 세대로 향하고 있다. 그가 평생 지켜온 겸손과 나눔의 방식 그대로, 조용하지만 오래 남을 이름으로. Chung Family Dream It, Be It. 어쩌면 그것이 정영인 회장이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며 세상에 남기려는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싶다.

장학기금 전달식에서 인사하는 정영인 회장(왼쪽에서 다섯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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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경험’ 강조⋯“스스로 해보고 스스로 해결하라”
■자녀교육 철학
정 회장은 자녀들을 키울 때 돈보다 경험을 강조했다.
힘든 일을 해보는 것.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 살아보는 것.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것이 결국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자녀들에게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이제 자녀들에게 또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성공해서 얻은 것을 어떻게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가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전 가족이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는 사실이다. 남한의 이곳저곳 명소를 보여주고,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 정영인 회장이 자신의 고향과 선산을 자손들에게 보여주면서 성공한 이민 1세대가 후세대에 자신의 뿌리를 보여주는 것, 이것은 아마 그의 자녀들에게 가장 기억되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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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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