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10% 폭락 ‘검은 화요일’
▶ 차익실현·마이크론 실적 경계에
▶ 삼성전자·하이닉스 12%대 급락
▶ 코스피 910P 빠져 역대 최대 낙폭
▶ 이달만 두번째 서킷브레이커 발동
전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한국 증시가 하루 만에 무너져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코스피는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는 각각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피에서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내려졌다.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반도체주에 대한 쏠림 부담이 커진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심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급락한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114.55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10%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하락률은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 4일(698.37포인트·-12.06%)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크며 하락 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닛케이225(-3.55%)와 대만 가권지수(-1.34%) 등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서도 충격이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하루 동안 증발한 시가총액은 742조7,573억 원에 달한다. 코스닥은 76.88포인트(7.94%) 하락한 891.52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이 800선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이달 들어 여덟 번째이며 서킷브레이커는 이달 8일 이후 두 번째다. 코스피 전체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은 46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859개에 달했다. 상한가는 4개, 보합은 13개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역대 최대 규모인 8조5,39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 1,393억원, 4조5,289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연기금의 매도세도 이어졌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180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피 급등으로 한국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웃돌면서 이달 말 리밸런싱 유예 종료를 앞두고 비중 조정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최대 60조원 규모의 한국 주식 매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급락의 중심에는 반도체주가 있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하루 만에 과열 논란이 부각되며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12.31% 하락한 31만 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도 12.47% 내린 255만5,000원까지 밀렸다.
두 종목의 하락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7개의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평균 하락률은 -25.6%, 삼성전자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7개는 -24.6%나 됐다.
시장에서는 최근 반도체 업종에 집중된 극단적인 쏠림이 조정의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SK스퀘어·삼성전기 등 시가총액 상위 4개 종목이 코스피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날 기준 61.7%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지수 전체 낙폭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외 변수도 부담을 키웠다. AI 투자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간밤 미국 빅테크 주가가 하락한 점도 영향을 줬다. 여기에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계심이 커지며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마이크론은 24일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을 발표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위험관리 차원에서 매도세가 나오는 듯하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때문에 낙폭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도이체방크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BofA는 연내 세 차례, 도이체방크는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기존 동결 전망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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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신원·장문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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