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이란 원유 달러 거래 허용
▶ 이란 원유 중국에 헐값에 팔렸지만 60일간 80억불 수익 가능성 열려
▶ 반정부 시위 ‘바자르’ 설득 카드도
▶ 미국도 페트로달러 영향력 커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원유 판매 대금을 달러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이란을 고립시키던 전략을 바꿔 관리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서방 제재로 중국 외에는 수출이 막혔던 이란 원유를 ‘페트로 달러’가 주도하는 시장에 복귀시킨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란과 중국 사이 차단막을 만드는 결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집권세력 역시 그동안 ‘그림자 선단’을 통해 헐값에 원유를 판매하며 얻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손에 넣으면서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다.
이란은 매장량이 약 2086억 배럴로 세계 3~4위, 일일 생산량은 약 285만 배럴로 5~6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산유국이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반복돼 온 미국·서방과의 오랜 반목으로 이란 원유는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다. 1995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이란이 테러 단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 또는 금융기관이 이란과 석유 거래를 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2008년 11월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란 원유 대금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거쳐 달러로 환전되는 이른바 ‘유턴 거래’ 또한 막았다.
이후 2012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 퇴출(버락 오바마 행정부), 2018년 대이란 석유 및 금융제재 전면 복원(트럼프 1기) 등을 거쳤다. 2008년 2470만 배럴이었던 이란 원유 수출량은 제재 효과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 481만 배럴로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재 기간 동안) 이란은 ‘비밀 선적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원유를 수출할 수 있었으며 그것도 대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만 원유를 판매했다”고 짚었다. 대금 결제는 중국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 등으로 이뤄졌고 심지어 물물교환 방식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현재 이란 원유는 80~90%가량이 중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판로가 극히 좁다. 미국이 이란 원유에 달러 결제를 허용한 것이 중국의 에너지 공급 부족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결제 허용은 이란에 매우 큰 ‘당근’이 될 수 있다. 리처드 네퓨 미 컬럼비아대 이란 전문가는 “이란은 (60일 동안) 80억달러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예상 수익 규모는 약 600억달러로 불어난다. 미국이 이란에 핵 포기를 유인할 깜짝 카드를 내민 셈이다. 이란의 원유 경제를 장악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아직 남아 있는 이란 강경파를 설득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이란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으킨 경제집단 ‘바자르’를 설득하고 고환율과 인플레이션으로 시름하는 일반 국민까지 달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주요 산유국인 이란 원유를 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최대 산유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패권’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절연’한 유럽연합(EU)은 미국 LNG 최다 수입국이 됐다.
미국과 이란 전쟁도 결과적으로는 미국 원유와 LNG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1월 현직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하는 사상 초유 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 원유 확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네수엘라의 세계 1위 매장량(약 3000억 배럴)을 염두에 둔 원유 개발을 위한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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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조양준·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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