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에 새 반도체 클러스터
▶ 송전망 구축·발전량 확보에 한계
▶ 에너지·부지 확보 용이한 지방으로
▶ 수퍼사이클발 막대한 영업익 공유
▶ 팹·AIDC로 호남권 첨단산업 육성
▶ “기업 경쟁력 뒷전·인위적 분산” 지적
▶ 핵심인재 유인·투자 지속성도 과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 일대에 300조 원 이상을 투입해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배경에는 지역 불균형 해소와 정부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전력 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간 양 사는 클러스터 효과를 강조하며 경기 남부에 집중됐던 팹(반도체 공장)을 지방으로 분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수도권 전력망 포화와 정치권의 지역균형발전 요구가 맞물리면서 비수도권에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역시 지역에 분산 배치해 국가 전력망 과부하를 방지하면서 AI 시대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지방균형발전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30일에는 다음 달 1일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찾아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가 광주에 팹 건설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수도권 인프라의 물리적 한계가 우선 꼽힌다. 최첨단 팹 1기를 원활하게 가동하는 데는 원자력발전소 1기 수준의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평택과 용인 등 수도권 반도체 거점은 대규모 송전망 구축과 추가 발전 용량 확보 측면에서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전기를 생산하는 곳에서 곧바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대규모 부지 확보가 용이한 광주전남 등 전력 생산지로의 팹 확장이 기업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반도체 머니를 경기 남부 등 수도권 일부에 쏟아부어 지역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사회적 압박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 동안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합산 영업이익은 약 23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정부 예산(약 730조 원)의 3배를 웃도는 막대한 자금이 경기 남부 등 수도권 일부에만 집중될 경우 지역 불균형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이 추진 중인 5극 3특 다극 체제를 통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주요 대기업들이 화답하며 성장의 온기를 확산시키려는 의도 역시 명확하다. 특히 SK그룹은 향후 추진해야 할 글로벌 전공정 해외 투자의 명분을 얻기 위해 국내 대규모 투자를 선행하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구조적인 체질 변화 또한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메모리 시장은 범용 제품 위주여서 업황에 따른 실적 등락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더해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AI PC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고성능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메모리 역시 범용이 아닌 맞춤형으로 진화하며 미래 실적 예측 가능성이 커진 점도 양 사가 지역 투자 검토에 전향적으로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팹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DC)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지역 균형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음 달 정부와 충청권과 강원도에서 AI DC 조성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경남 지역에서는 우주항공 클러스터 조성 계획 공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고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기업의 투자 지속성 확보가 가장 큰 핵심 과제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최대 600조 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19조 원 규모의 청주 패키징 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대 160조 원이 투입되는 평택 P5 팹1, 팹2와 360조 원 규모의 용인 국가산업단지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현재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이지만 향후 거시경제 충격 등으로 업황이 꺾이거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 비수도권 팹 투자 계획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지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암초도 간과하기 어렵다. 대규모 부지 선정 과정에서 팹과 데이터센터 건설 호재를 노린 기획부동산 등 토지 투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최첨단 공정일수록 우수 연구 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핵심 경쟁력인데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우수 연구진을 비수도권으로 유인할 수 있는 파격적인 정주 여건 개선 방안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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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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