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정숙의 문화살롱 The Armory Show 2026 -Javits Center, New York-

Mike and Doug Starn_cloudy sky_2026
지난 9월 24~27일 뉴욕 재빗 센터에서 열린 아모리 쇼에는 30여 개국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가했고 약 5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올해는 단순히 새로운 작품과 갤러리를 소개하는 아트페어라기보다, 오늘날 미술계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풍경처럼 느껴졌다.
과거의 아트페어가 유명 작가와 블루칩 작품을 통해 미술시장의 현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그보다 넓고 복합적인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카리브해와 디아스포라, 이주와 기억, 식민주의의 유산, 정체성 등과 일상의 사물을 다루는 작품들이었다.
미술의 중심이 더 이상 하나의 지역이나 전통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카리브해와 디아스포라-주변에서 중심으로>
올해 인상적인 변화 중 하나는 카리브해와 디아스포라의 경험이 더 이상 주변적인 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식민주의와 이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오늘날 세계가 경험하는 이동과 경계의 문제를 이야기 한다.
Kathia St. Hilaire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 역사와 폭력의 관계를 복합적인 이미지 속에 담아낸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아름다움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역사와 정치적 기억이 새겨진 장소가 된다.
Margarita Cabrera의
역시 경계와 이동이라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사이의 공간’이라는 개념은 오늘날 디아스포라의 경험과도 연결된다.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여러 장소와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아모리쇼가 단순히 새로운 지역의 작가를 소개한 것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일상의 사물이 기억이 되는 순간>
올해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거대한 역사적 주제를 아주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이다.
Lucia Hierro의 는 의자라는 친숙한 사물을 통해 가족, 이주, 노동과 소속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일상의 물건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가족의 역사를 담는 기억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흐름이다. 거대한 역사나 정치적 사건을 직접 묘사하기보다, 사소한 물건과 개인적인 기억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젊은 작가와 갤러리에서 발견되는 미래>
전시작품에서 또 하나 느낀 것은 유명 작가의 작품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이다. Bony Ramirez, Sandra Brewster, Lisu Vega 등의 작업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신체, 기억, 장소와 정체성을 탐구한다. 이들의 작품에서는 이미 확립된 미술사적 언어를 반복하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문화와 개인적인 경험을 새로운 시각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물론 아모리쇼 전체에서 비슷한 형식과 미학이 반복되는 순간도 있었다. 강한 색채, 회화와 콜라주의 결합, 개인적 서사, 신체와 정체성의 표현 등이 여러 부스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오늘날 미술시장에서 특정한 미학이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중요한 차이는 있었다. 좋은 작품들은 단순히 정체성을 넘어 개인의 경험을 더 넓은 역사와 사회적 질문으로 확장시키고 있었다.
<시장과 작품 사이에서>
아모리쇼는 결국 미술시장이다. 따라서 올해도 블루칩 작가와 안정적인 시장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이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동시에 젊은 갤러리와 새로운 작가들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이러한 균형은 현재 미술시장의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컬렉터들은 여전히 이름과 시장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다음 세대의 작가를 먼저 발견하려는 욕구도 강해지고 있다. 그 결과 아모리쇼는 단순히 ‘무엇이 잘 팔리는가’를 보여주는 장소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작가와 어떤 주제가 미술계에서 중요해질 것인가를 시험해보는 장소가 되고 있다.
<결국 아모리쇼가 보여준 것>
올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미술계의 중심이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오늘날의 현대미술이 더 이상 하나의 미술사적 중심을 향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 개인의 경험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새로운 미술의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올해의 아모리쇼를 돌아보며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누가 가장 유명한가?”가 아니라 “앞으로 누가 중요한 작가가 될 것인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 작가의 작품을 확인하는 것보다,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업에서 다음 시대의 언어를 발견하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오늘날 미술의 중심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보여준 자리에서, 미술의 미래는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만나는 ‘사이의 공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도정숙 (서양화가, 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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