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두루미는 깊은 고뇌에 잠겨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더불어 마음 붙이고 살만한 곳이 없다), 머물고 있는 미국도, 고향 땅 한국도 정나미 떨어지는 아수라장이다.
바야흐로 최첨단 전자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 시대까지 왔지만 인간의 탐욕 본능은 수백 년 전과 다름없이 그대로다. 허영, 질투, 술수 모략 저주, 위선 등등의 수단들이 그대로 성행하고 있다. 인간계의 모순이라고 지적해야 할지 아니면 원래 인간이 그런 거라고 체념하고 말아야 할지….
약 3주 전부터 기이하게도 부산 해안가 북항에 상어 한 마리가 들어와 머물고 있다. 그러는 사이 무려 1백50여만 명의 관중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아직도 매일같이 수천 명이 장사진을 이룬다. 상어에게 ‘부캉이' 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매스컴들도 빠짐없이 상어의 근황을 보도, 법석을 떨고 있다. 새삼스레 우리 민족의 독특하고 야릇한 특성을 발견한 것 같아 묘한 상념에 빠져든다.
부캉이에 대한 우리 군중의 반응을 걸며 일상적이 아닌 환경이나 물체에 반응하는 인도 원숭이 집단 서식지의 소란과 아프리카 설치류 몽구스 떼거리의 심각한 경계태세 광경도 겹쳐 떠오른다. 뭔가 새것을 갈망하는 집단 기대심리 분출인가, 이같이 독특한 호기심 때문에 우리 민족이 전자기기 세계 일등 국가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긍정적 공감도 갖는다.
엊그제 ‘암살자(들)’라는 영화가 상영되자 여야 정치인들, 보수 진보 국민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패갈려 싸우고 있다. 어느 나라나 지도자 또는 같은 급의 인물이 저격, 자살 등으로 비명에 가는 경우 빠짐없이 비화, 일화, 음모설 등이 따르는 게 보통이다. 김일성, 히틀러의 경우도 지금까지 갖가지 낭설,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사건에 관한 항설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재, 공연되고 있다. 케네디 유족들은 아직도 각계 각층에서 활동 중이다.
이같이 괴팍한 우리 국민 성향은 5.18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형태와도 같은 맥락이다. 묘지 참배하겠다는 사람들을 구별하여 누구는 가능하고 누구는 안된다며 가로막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너그럽게 이해되지 않는다.
5.18 살인마 전두환은 결국 참배를 못 하고 죽었다. 우리 좌파들 일부는 반대를 무릅쓰고 김일성 장례식까지 다녀오지 않았나. 배재고 야구팀이 5.18정신에 위배 되는 철없는 행동을 했다고 크게 질책, 징계받고 두 명의 선수가 야구를 포기하기까지 했다. 5.18 희생자 묘지를 몇몇 관계자들의 전유물로 성역화하는 것이나 희생을 구실로 어떤 이익을 추구하는 따위의 소문들은 오히려 희생자들 영령을 모독하는 일이다.
상어 ‘부캉이’ 소동과 ‘암살자(들)’ 영화 상영 그리고 5.18 배재고 야구 선수들의 철없는 짓에서 우리 모두에게 호소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우리에게도 부캉이 관람 경우에서 처럼 공감대 계기만 온다면 보수 진보따위의 사상을 깨고 일치단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찬란한 간판을 내걸고 그 안에서는 제각각 비민주 아귀다툼 싸움판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요즈음 국회 법사위원장이 대법원장을 앉혀놓고 사정없이 꾸짖고 내갈기는 것을 보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궤멸을 실감하는 공포를 느낀다. 이 나라를 어쩌자는 것인가….
권력자는 죄행을 심판받을까 봐 조변석개(朝變夕改) 국법을 장난친다. 집권 민주당은 패권다툼으로 매일같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김정은의 대변인을 거리낌 없이 자처하는 판국이다.
동맹국 미국이 노골적으로 JM 정부를 못 믿겠다며 의심,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가 친중노선에 탐닉하다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JM 정부 또한 위기를 맞았을 때 마찬가지 과정이 재연될지 우려된다.
상어 부캉이 헤프닝과 함께 조너선 스위프트(Tonathan Swift)의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가 생각난다. 스위프트는 소설 주인공 걸리버를 통하여 18세기 정치상황을 여지없이 풍자했다. 작가 스위프트는 부조리, 모순 상황으로만 진행되는 사회상과 인간관계의 이기주의적인 생태에 절망하여 두문불출, 집에서 기르던 말하고만 대화를 나누다 세상을 떠났다.
조만간 우리나라에 또 참극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우울한 기분이다.
(571)326-6609
<
정 두루미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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