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속 기름때를 씻어낸다”, “혈관에 쌓인 찌꺼기를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건강식품 광고를 흔히 접한다. 이해하기 쉬운 표현처럼 보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정확하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환자가 이런 말을 믿고 처방약을 중단하거나, 건강식품만으로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혈관은 물이 흐르는 수도관이 아니다. 혈관은 끊임없이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혈액의 흐름과 조직으로 전달되는 산소와 영양분을 조절하는 살아 있는 장기다. 그렇다면 동맥경화는 어떻게 생길까?
높은 혈압과 혈당, LDL 콜레스테롤, 흡연, 비만, 만성 염증 등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혈관내피가 손상될 수 있다. 손상된 부위 아래로 LDL 콜레스테롤이 스며들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염증세포가 모여든다. 시간이 지나면 지방과 콜레스테롤, 염증세포, 죽은 세포의 잔해, 섬유조직과 칼슘 등이 엉켜 동맥경화반을 형성한다.
여기서 말하는 ‘혈관벽 안’은 피가 흐르는 혈관 통로를 뜻하지 않는다.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와 그 아래 조직층 속에 병변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동맥경화반은 혈액 속을 떠다니는 찌꺼기도 아니고, 혈관 표면에 음식물 찌꺼기처럼 가볍게 붙어 있는 이물질도 아니다. 수도관 안에 낀 때가 아니라 혈관벽 자체가 병들어 두꺼워지고 굳어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음식이나 건강식품을 먹는다고 동맥경화반이 물에 씻겨 내려가듯 없어질 수는 없다. ‘혈관청소’라는 표현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치 특정 식품을 며칠 또는 몇 주 먹으면 혈관 속 찌꺼기가 빠져나가고 막힌 혈관이 깨끗해지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맥경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혈관벽에서 진행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단기간에 씻어내거나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노폐물이 아니다.
혈관이 좁아지는 것만이 문제도 아니다. 동맥경화반의 표면이 불안정해져 갑자기 터지면 우리 몸은 이를 상처로 인식하고 그 자리에 혈전을 만든다. 이 혈전이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혈관이 서서히 좁아질 때보다 동맥경화반이 갑자기 파열될 때 더욱 치명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동맥경화의 진행을 늦추고, 일부 초기 병변을 줄이거나 동맥경화반을 안정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혈관청소’가 아니다.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고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금연과 운동을 실천하고 필요한 약을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혈관벽의 추가 손상을 막는 치료다. 특히 LDL 콜레스테롤을 충분히 낮추는 것은 동맥경화반이 더 커지는 것을 억제하고 갑자기 터질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높은 혈당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혈관내피가 손상되고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한다. 그 결과 심장과 뇌의 큰 혈관뿐 아니라 눈·신장·신경에 분포한 미세혈관까지 손상될 수 있다. 당뇨병 합병증이 결국 전신의 혈관질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를 단순히 “피가 탁하다”거나 “혈관에 찌꺼기가 끼었다”고 설명하면 질병의 본질과 치료의 중요성을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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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 추이 양한방 통합의학박사 (LAc.Ph.D.DI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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