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거제서 미함정 건조 길 열려
▶ 수상 전투함·콘솔탱커·로로선 등 선박 3종 외국 기업에 건조 허용
▶ 한화, 국내 업계 유일 조건 충족
▶ 예산권 쥔 의회 반발이 1차 난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조선업체도 자국에서 최대 2척의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한화오션이 그 기회를 거머쥘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한화오션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건 ‘현지 조선소 투자·인수’ 등 조건을 충족하는 데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이끌고 있는 핵심 파트너사다. 다만 업계에선 예산 책정 권한을 가진 미 연방의회의 협조 여부가 실제 선박 수주를 위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미 조선소에 투자하는 해외 조선사에 한해 최대 2척의 함정을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안보대통령각서(NSPM)에 서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선 한국 조선업계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 해군력 강화를 위한 함정 건조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기업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각서가 발효된 데 따라 미 전쟁부 장관은 90일 내 선박 조달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미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은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국가 안보 이익상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이를 우회할 수 있도록 예외 권한을 부여한다. 대표적인 예가 미 해안경비대의 중형 쇄빙선 조달을 위해 도입한 ‘핀란드 모델’이다. 초기 물량은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되 후속 물량은 미 조선소에서 만들어 함정 도입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번에 해외 건조가 허용된 군함은 △대잠전과 수상전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수상 전투함 △통합 화물 해상 보급용 유조선(콘솔탱커), 경사로를 이용한 화물 선적 선박(로로선) 등 3종류다. 초도 물량인 최대 2척 이외 물량은 반드시 미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규정했다.
미 행정부는 함정의 해외 건조와 관련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대상은 미국에 새 조선소를 짓거나 기존 미 조선소의 과반 지분을 보유한 해외 조선사다. 아울러 미 시민을 고용하고 훈련해야 하며, 자국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독자적인 조선 기법과 기술 라이선스를 미 조선소에 넘겨야 하며, 향후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에는 현지 공급망을 활용해야 한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이를 충족하는 곳은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한화는 2024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인수를 시작으로 미 조선업에 직·간접적 투자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현지 설비 확충은 물론 인력 채용 역시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미 군함 10척을 신속히 건조할 수 있느냐”고 재차 묻는 등 한미 함정 건조 협력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실제 선박이 발주되고 국내 조선사의 성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예산권을 쥔 미 연방의회의 반발이 1차 난관이다. 미 하원이 지난달 22일 의결한 국방수권법(NDAA)은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전투함을 사는 데 해군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마련한 NDAA 초안의 경우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예외 권한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면 해외 조선사와의 함정 건조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외 조항만으로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함정의 해외 건조를 위한 조건에 따르면 초도 물량인 최대 2척을 건조하는 동안 조선사는 사실상 모든 건조 공급망 및 기술을 미국에 넘겨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내 조선사들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의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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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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