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약 30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청구서를 공개하면서 미국의 높은 의료비 부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의사가 단 몇 분 진료한 비용이 수백만원에 달하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 한 알에도 수만원이 청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아이작 로셸의 아내이자 인플루언서인 앨리슨 쿠치(30)는 ‘출산 병원비 정산하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지난 4월 둘째 아이를 출산한 뒤 48시간 동안 병원에 입원하며 발생한 비용이 담겼다. 총 청구 금액은 약 2만달러(약 3000만원)로, 영상은 공개 이후 조회수 150만회를 넘기며 큰 화제를 모았다.
◆ 이부프로펜 한 알 4만원·의사 3분 진료에 900만원
청구서에는 출산 과정에서 사용된 각종 의료 서비스 비용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진통을 유도하는 자궁수축제(피토신) 비용은 1100달러(약 160만원), 무통주사(에피듀럴) 약제비는 560달러(약 85만원)였다. 특히 일반 약국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진통제 이부프로펜은 한 번 복용할 때마다 28달러(약 4만원)가 청구됐다.
병실 이용료도 적지 않았다. 분만을 기다리는 1인실 대기실과 출산 후 입원한 병실 이용료가 각각 하루 3200달러(약 470만원)씩 책정됐다. 여기에 ‘자연분만 수수료 레벨2’ 명목으로 약 9993달러(약 1480만원)가 추가됐다.
가장 논란이 된 항목은 의사 진료비였다. 쿠치는 “의사가 침대 옆에 머문 시간은 3분 정도였다”고 밝혔지만 청구서에는 의사 진료비로 6185달러(약 900만원)가 기재돼 있었다.
다만 쿠치는 남편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 총 2만달러 가운데 약 1만3400달러를 보험사가 부담했고, 본인이 실제로 낸 금액은 약 1500달러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 “쌍둥이 낳고 5억 청구”...산모들의 잇따른 경험담
영상이 확산되자 미국 의료비를 경험한 사람들의 사례도 잇따라 공유됐다.
한 산모는 “쌍둥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하고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 20일 입원했더니 병원비가 39만달러(약 5억3000만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산모는 “아이가 신생아실을 이용한 적도 없는데 신생아실 사용료로 2000달러(약 290만원)가 청구됐다”고 주장했다.
신생아 중환자실 장기 입원 비용도 화제가 됐다. 한 부모는 “딸이 NICU에서 91일을 보낸 뒤 병원비만 500만달러(약 74억원)가 청구됐고, 누적 청구액은 1억달러를 넘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캐나다와 영국, 호주 등 공공의료 체계를 운영하는 국가의 이용자들은 “출산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며 미국 의료 시스템과 비교하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은 보험 가입자도 상당한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출산과 같은 필수 의료에서도 높은 비용 부담이 반복적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 “한국은 의료 천국”…출산 비용 비교에 국내 의료체계 재조명
영상이 확산되자 미국의 높은 출산 의료비를 비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국내 누리꾼들은 “병원비가 상식을 벗어났다”, “의료 민영화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미국 의료 시스템을 지적했다.
반면 한국 의료체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많았다. “이번 일을 보고 한국 의료 시스템의 장점을 새삼 느꼈다”, “대한민국은 의료 천국”, “이래서 전 세계가 한국을 부러워하는 듯”이라는 반응과 함께 실제 국내 출산 경험을 공유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한국에서 제왕절개 후 1인실에 7일간 입원했는데 총 비용이 약 250만원이었고, 보험 적용 후 실제 부담액은 90만원 수준이었다”고 적어 4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입원실 이용료와 무통주사, 산모 식사 등을 포함한 출산 비용이 일반적으로 100만~3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건강보험 적용과 지방자치단체의 출산 지원 정책에 따라 실제 본인 부담액은 더 줄어들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출생아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출산 관련 의료비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000년 64만 명에서 2025년 25만4400명으로 약 60% 감소했다. 반면 직장가입자의 출산 관련 진료비는 2009년 약 7조5000억원에서 2023년 22조59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역가입자의 출산 진료비도 2조7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으로 늘어나 출생아 감소에도 의료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산후조리원 평균 이용료는 2020년 274만원에서 2024년 6월 기준 366만원으로 약 34% 상승했다. 서울의 평균 이용료는 같은 기간 375만원에서 491만원으로 약 30% 올라 출산 이후 돌봄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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