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뒤에는 발전만 있었는데, 무슨 원리로 앞으로는 퇴보만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가?”-토머스 배빙턴 매콜리(1800~1859)
1876년, 건국 100주년을 맞은 당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과거를 자랑스럽게 돌아보며 미래를 자신 있게 내다보았다. 반면 2026년의 많은 미국인들은 과거를 아쉬움과 불만 속에 돌아보고, 미래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기념비적 시점들은 과거가 현재의 관심사에 따라 색칠되고 편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미래는 본질적으로 불투명하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역사가 퍼거스 M. 보드위치의 저서 ‘센테니얼: 1876년 위대한 박람회와 미국 미래의 발명’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건국 100주년 박람회는 승리주의의 전형이었다. 미국인들은 제1차 내전, 즉 미국 독립혁명의 미화된 기억을 되새김으로써 제2차 내전인 남북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랐다. 보드위치는 실제 상처가 “사지가 절단되고 포탄 충격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드러났으며, 그들은 “미국의 모든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고 적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러한 불편한 현실에서 시선을 돌려 손짓하는 미래를 바라보았다. 당시 미국 최대 기업이었던 펜실베니아 철도회사는 박람회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 미국 인구가 4,000만 명이던 시절, 무려 1,000만 명이 박람회를 찾았다. 이것 역시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기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방 정부는 하루에 약 100건의 특허를 발급하고 있었고, 기계는 마치 시처럼 여겨졌다.
보드위치는 박람회에서 소개된 발명품 가운데 가장 혁명적인 것은 “한 세대도 채 되지 않아 일상생활과 사업의 방식, 공적 의사소통의 속도, 그리고 인간관계를 혁명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전화기였다. 광대한 대륙 국가에서 거리를 무력화한 발명품이었다. 그러나 2026년에는 어디에나 있는 ‘스마트폰’이 많은 미국인들에게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람회는 또한 농업의 기계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이는 도시화와 산업화를 가져왔다. 그전까지 농부의 낫은 하루에 겨우 1에이커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계는 광활한 대평원을 풍요로운 곡창지대로 만들었고, 농업 노동력을 더 높은 생산성을 지닌 공장 노동으로 이동시켰다.
축하 분위기의 박람회가 막을 내리자 노동 폭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보드위치는 다음과 같이 썼다. “펜실베니아의 석탄은 1870년대 미국 경제에 있어 훗날 텍사스의 석유가 차지하게 될 위치만큼 중요했다. 이 주의 깊은 무연탄 광맥은 미국의 철도와 공장에 동력을 공급했고, 전국의 가정을 따뜻하게 했다. 그러나 이를 채굴하는 일은 가혹했다. 광부들은 석탄 먼지 자욱한 안개 속에서 일했으며, 질식과 중독, 침수, 갱도 붕괴의 위협에 시달렸다. ‘브레이커 보이’라 불린 여덟 살 남짓한 소년들은 하루 최대 10시간 동안 망치로 석탄을 깨뜨렸고, 때로는 컨베이어 벨트나 석탄 투입구로 떨어져 쏟아져 내려오는 석탄 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노동운동 조직가들은 동료 11명이 교수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위축되었다. 친기업 성향의 한 잡지는 이를 두고 찬사를 보내며 ‘펜실베니아의 밧줄의 날’이라고 불렀다.
1876년의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미국은 이후 25년 동안 닥쳐올 격렬한 사회적 격변과 무감각해질 정도의 국내 폭력을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이어질 100년 동안 등장하게 될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신기술들(예컨대 내연기관, 라디오, 약리학 등)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1976년, 미국은 패전한 전쟁, 도시 폭동, 그리고 대통령 사임으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4년 뒤 미국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그렇다면 2026년은 어떠한가? 오늘날 미국인들의 낮은 고통 감내 수준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삶의 불편함 감소의 결과이다. 물질적·법적·도덕적 조건이 개선된 것과 동시에 국가적 건강염려증과 비합리적인 불안감도 함께 커졌다.
1876년과 달리 오늘날에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우울한 분위기가 존재한다. 비관론자들은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량으로 없애 ‘고용 기근’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인들에게 두려워하라고 촉구한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이 “현대 역사에서 기술 발전이 전체적인 인간 노동 수요를 감소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대로 낙관론자들은, 역시 추측에 불과하지만, AI가 경제성장을 극적으로 끌어올려 정부 세수를 증가시킴으로써 우리가 지금의 안락한 유아적 상태를 영원히 유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주 정부는 2026회계연도 첫 8개월 동안에만 정부 지출이 세입보다 1조2,000억 달러 더 많았다고 발표했다.
AI에 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미국인들이 넘쳐나는 발전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파괴적 변화가 가져올 미래의 위험에서 오히려 자극을 찾고 있다는 증상일 수도 있다. 그들은 다음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적·정치적 격변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후 등장한 어떤 기술도 15세기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활자 인쇄술에 필적하지 못했다. 그 기술은 결국 문해력을 민주화했고 그 결과 민주주의와 자유가 탄생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유는 끝없는 혼란을 동반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끝나기를 바라지 말아야 할 혼란이다.
<
조지 F. 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