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23일, 뉴욕의 예비선거 결과는 단순히 ‘이변’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 정치 전문가들이 이 결과를 두고 “정치적 지진”이라 부르는 이유다. 5선의 거물 정치인이 32세 신인에게 무너졌고, 민주당 지도부가 지지한 현역 의원들이 풀뿌리 조직의 힘 앞에 줄줄이 낙선했다.
이번 선거가 예년보다 훨씬 뜨거웠던 이유는 미국 정치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때문이다.
첫째, ‘안전 선거구(Safe Districts)’의 고착화다. 게리맨더링과 당파적 양극화로 인해 전국 하원 의석의 90% 이상이 특정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안전 지대’로 굳어지면서, 사실상 본선보다는 당내 경선(예비선거)이 실질적인 당선 결정전이 되었다. 이제 유권자들은 본선이 아닌 예비선거에서부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강하게 대변할 후보를 뽑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결집하고 있다.
둘째, 양당 내 ‘이념 전쟁’의 심화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노선에 반기를 든 현역 의원들을 겨냥해 직접 ‘숙청’에 나섰다. 켄터키의 토마스 매시 의원이나 텍사스의 존 코닌 상원의원이 낙선한 것은 공화당의 판단 기준이 ‘경륜’이나 ‘능력’에서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의 뉴욕의 경우 조란 맘다니 시장이 이끄는 민주사회주의자(DSA) 연합이 기성 진보 블록을 몰아내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평등, 노동권 강화, 주거비 억제라는 구체적인 의제를 앞세워 기존 기득권 정치인들을 ‘변화 없는 세력’으로 규정하며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 문법은 “조직된 소수가 돈 많은 다수를 이겼다”는 것이다. 수천만 달러의 수퍼 PAC 자금과 기성 정치권의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 골목마다 발로 뛰며 유권자를 직접 조직한 풀뿌리 운동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제 뉴욕과 미국의 정치지형은 ‘친시장적 온건파’에서 ‘강경한 이념적 블록’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시 정부와 의회의 우선순위는 이제 치안 강화나 기업 친화적 운영보다 주거비 억제, 노동자 보호, 이민자 지원, 복지 확대 등 보다 직접적인 생활 밀착형 진보 의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 한인사회는 관중으로 남아선 안 될 것이다. 지진이 땅의 구조를 바꾸듯, 정치 지형이 바뀐 지금이야말로 한인사회가 능동적 세력으로 거듭날 기회다.
‘선거철 이벤트’를 넘어선 일상적 조직화가 필요하다. DSA가 수천만 달러의 공세를 뚫고 승리한 비결은 예비선거 날의 폭발력이 아니라, 평소 유권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들을 투표장으로 안내한 ‘골목의 힘’이었다. 우리는 투표일에만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라, 매일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상시 정치 집단이 되어야 한다.
‘정치적 줄 서기’가 아닌 ‘실질적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념 대립이 격화될수록 어느 특정 진영에만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상공인 면허 절차 개선”, “시니어 복지 예산 확보”와 같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들고 어느 쪽과도 협상할 수 있는 독립적 세력이 되어야 한다. 정치권은 ‘어느 편인가’보다 ‘표를 조직할 수 있는가’를 보고 협상 상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정치 리더를 지금 당장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주역들은 대부분 30대였다. 뉴욕 정치의 세대교체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 커뮤니티의 미래 리더들이 지역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지진은 대지의 구조를 바꾼다. 그 바뀐 대지 위에 무엇을 세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한인 커뮤니티가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변화의 방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능동적 세력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새로운 판에서도 우리의 자리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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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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