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정치이력·행정경험 부족에도 임기 초 여론평가는 긍정적
▶ 타협·조정 등 유연성 발휘…트럼프와도 우호적 만남 화제
▶ 보수층 우려는 여전…유대인 많은 뉴욕서 친팔레스타인 행보 부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로이터]
정치적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조란 맘다니(34) 미국 뉴욕 시장이 '진보 돌풍'을 일으키며 뉴욕시장에 취임한 지 반년이 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맘다니의 급진적인 정치 성향이 부유층의 이탈을 초래하고 결국 뉴욕시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임기 초 실제로 그가 보인 모습은 현실과 유연하게 타협하는 실용주의적 노선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부유층 증세, 임대료 동결 등 맘다니 시장의 대표 정책들은 여전히 첨예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미국 사회의 진보·보수 진영 간 봉합되지 않는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 "뉴욕시 공산화 우려" 딛고 '진보 돌풍' 몰고온 정치 신예
뉴욕주 의원으로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던 맘다니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공약을 내걸고 지난해 11월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진영의 좌장 격인 버니 샌더스(버몬트·무소속) 연방 상원의원과 역시 진보 진영의 젊은 리더로 주목받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이 그의 당선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당선 직후 그의 급진적인 진보주의 성향과 짧은 정치 경력을 두고 보수진영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그가 미국 최대 도시이자, 월가가 있는 '경제 수도' 뉴욕을 이끌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보수 성향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시 인민공화국'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맘다니의 승리가 좌파 포퓰리즘의 부상을 상징한다며 날 선 비판을 내놨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칭하며 뉴욕시가 경제·사회적으로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경쟁 후보였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는 선거 기간 맘다니를 가리켜 행정 경험이 없는 '풋내기'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 초반 시정평가는 긍정…트럼프 두번 만나는 등 실용주의 행보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뉴욕시민들은 맘다니 시장의 임기 초반 시정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시에나대가 지난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맘다니 시장에 대한 뉴욕시민들의 여론은 긍정 평가(58%)가 부정 평가(26%)를 크게 앞섰다.
지난 4월 조사(긍정 56%·부정 34%) 때보다 긍정 평가는 늘고, 부정 평가는 줄었다.
중도·진보 성향의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지난 4월 취임 100일 기사에서 맘다니가 시장 권한으로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과감하게 행동에 나섰지만, 주정부나 주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인 분야에선 핵심 공약사항일지라도 후퇴하거나 정책을 조정하는 유연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취임사에서 "급진적으로 비치는 걸 두려워해 원칙을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후 현실 정치에 적응하면서 필요하면 조정과 타협에 나서는 등 실용주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두 차례나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이런 유연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시로 꼽힌다.
맘다니 시장은 과거 경찰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물론 경찰 예산 삭감까지 주장해왔지만, 정작 취임 후에는 자신과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제시카 티시 뉴욕시 경찰청장을 유임시킨 것도 현실을 고려한 타협 사례다.
지난 2024년 11월 티시가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뉴욕 경찰청장 자리에 오른 이후 뉴욕시는 범죄율이 감소했고, 이런 추세는 맘다니 시장 취임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핵심 공약사항인 부유층 증세도 맘다니 시장이 현실 여건상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난 사안이다.
맘다니 시장은 이른바 부유세로 불리는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을 주 정부와 주 의회에 거듭 촉구했으나,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근로자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맘다니 시장은 대신 주정부 승인이 필요 없는 뉴욕시 재산세율 인상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시민 반발과 시의회 반대를 수용해 없던 일로 되돌렸다.
◇ 부자증세·임대료 동결 성과…보수층은 '좌파 포퓰리즘' 비판
맘다니 시장이 추진하는 부유층 증세, 임대료 동결 등 핵심 공약은 여전히 보수 진영으로부터 '좌편향 포퓰리즘'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뉴욕시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에 대한 임대료 상승률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데, 뉴욕시 전체 임대주택의 절반가량인 약 100만채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뉴욕시 임대료 지침 위원회는 지난 25일 이러한 아파트들의 임대료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 당선되기 전 자신도 이런 아파트에 살았던 맘다니는 선거 핵심 공약으로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을 내걸었다. 취임 6개월 만에 주요 공약 이행이라는 정책 성과를 거둔 셈이다.
맘다니 시장은 성명을 내고 "뉴욕 세입자들에게 역사적인 승리"라고 자축했다.
반면 임대인 연합체인 뉴욕아파트연맹은 이번 결정으로 집주인들이 손실 보전을 위해 임대료 규제를 받지 않는 주택의 임대료를 더 높게 올리고, 뉴욕시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부유층 증세의 대안으로 추진된 초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를 둘러싸고도 억만장자들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헤지펀드 시타델은 맘다니 시장이 초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를 제안하면서 켄 그리핀 창업자의 부동산 거래를 사례로 언급하자 뉴욕 시내 사옥 프로젝트 투자를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빌 애크먼 등 헤지펀드 업계 거물들은 맘다니 시장의 부자 증세가 결국 뉴욕시에 해가 될 것이라며 날 선 비판을 해왔다.
부유층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안은 지난달 주(州) 의회를 통과한 상태다.
◇ 유대인 많은 뉴욕서 친팔레스타인 행보…"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
유대인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큰 뉴욕시에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맘다니 시장의 행보는 그의 시정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맘다니 시장은 뉴욕 최초의 무슬림 시장으로, 이슬람 경전 쿠란에 손을 올리고 취임 선서를 했다.
일부 유대계 커뮤니티에서는 맘다니가 친팔레스타인 행보를 보인다는 이유로 반유대주의 우려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취임 직후 전임자인 에릭 애덤스 전 시장이 도입한 친(親)이스라엘 조치들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반발은 더욱 노골화됐다.
뉴욕시 유대인 거주 인구는 약 160만명으로 전체 시 인구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맘다니 시장은 진보 성향 유대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많은 유대인 단체나 보수 성향 정치인들은 그가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동조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맘다니 시장은 미국 내에서 유대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유대주의에는 강한 반대 입장을 표하며, 현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하는 것과 반유대주의는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대계 커뮤니티와 무슬림인 맘다니 시장과의 뿌리 깊은 대립의 골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 분위기다.
NYT는 앞선 맘다니 취임 100일 기사에서 "맘다니 시장에게 어쩌면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는, 이스라엘 제외하고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뉴욕시에서 자신의 친팔레스타인 정치적 뿌리를 지키고자 하는 욕구"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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