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인원은 모든 연령대에서 꾸준히 증가했으나, 챗GPT가 공개된 후 22~30세 사이의 개발자 수가 뚜렷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고객서비스, 회계, 법률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AI로 인한 자동화가 특히 초급 노동자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AI 에이전트의 발전으로 인해 더 자율적이 된 AI는 코드생성뿐 아니라 수정, 배포까지 개발의 전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AI가 곧 인간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가속시켰다. 앤쓰로픽 CEO는 AI로 인해 초급 일자리가 50%까지 감소하고, 실업률이 10~20%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 역시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동이 필요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며, 인간의 존재이유를 찾아야 하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기계가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된 주제이다. 1930년 케인스는 노동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현상을 ‘기술적 실업’이라 표현했고, 1920~1940년대 기사에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 ‘기계에 잡아먹힌 인간’ 등 AI에 대한 헤드라인과 유사한 경고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AI가 노동을 대체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최근 4.3%라는 완전고용 수준의 미국 실업률이 보여 주듯 AI의 확산이 대량실업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AI는 오히려 다양한 영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데, 링크드인에 따르면 AI통합 전문가, 데이터센터 기술자, 데이터주석 작업자 등 AI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AI를 활용한 크리에이터나 창업자로 소개하는 프로필도 크게 늘어났다.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 역시 인력 수요에 대한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픈AI CEO는 AI가 ‘1인 유니콘’ 기업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초기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위고비와 같은 체중감량 약품을 판매하는 메드비는 2024년 두 명의 인력과 AI 에이전트로 출발해 2026년에는 18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한다. 하지만 내부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메드비는 AI에이전트, 광고제작, 고객서비스 등을 위해 오픈AI, 앤쓰로픽, 일레븐랩스 등을 비롯하여, 법률회사, 회계법인 등의 서비스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메드비는 의사, 약국, 물류회사와 약품 판매 기업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플랫폼 없이는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경제는 정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한 영역의 효율성 증가는 항상 다른 영역의 수요를 창출하는데 이는 ‘제번스의 역설’에서 잘 드러난다. 제번스는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이 가져온 효율성 향상이 석탄 사용량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생산성 증가로 에너지 가격이 저렴해진 결과 이전에는 석탄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던 철강, 직물, 철도 등의 분야에서 증기기관을 폭발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AI 시스템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AI개발 회사와 미디어가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AI능력을 과장한 결과 나타난 인상적인 벤치마크 점수와 데모들은 AI가 대부분의 인간노동을 자유롭게 수행할 것이라는 환상을 만든다. 스케일AI는 디자인, 애니메이션, 데이터분석 같은 실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AI를 평가한 ‘원격노동지수’를 발표했는데, 고객이 만족할 만한 산출물은 2.5% 수준이었다. AI는 범위가 명확하고 비교적 단순한 작업에서는 인상적인 성능을 보이지만, 모호한 상황을 해석하거나 복합적인 추론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AI는 점차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많은 작업을 수행할 것이며 전문직의 역할도 변화할 것이다. AI 시대의 과제는 이러한 전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노동과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바꾸고, 생산성 향상의 결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는 인간 노동이 사라진다는 주장과는 다르다.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면 그 해결책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이는 새로운 욕망으로 이어진다. 인류의 진보는 기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능력을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인쇄술은 인간의 기억과 지식공유 한계를, 망원경과 현미경은 시각적 인지한계를, 전화는 공간적 소통 한계를, 자동차는 물리적 이동 한계를, 컴퓨터는 정보처리 역량을, 인터넷은 정보 접근과 소통 능력을 확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직업을 바꾸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과 산업을 창출해 왔다. AI 역시 이러한 흐름속에 있으며 노동을 대체하기 보다 인간잠재력의 지평을 넓히는 범용 기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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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국 칼스테이트 롱비치 교수 마케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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