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요 언론인 연합뉴스가 지난 19일 ‘팩트체크-20만명 넘는 복수국적자’ 제하로 복수국적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 것은 의미 있는 시도였다. 해당 특집은 “복수국적 허용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현행 국적법의 위헌 소지와 이민 2·3세대가 처한 현실, 그리고 복수국적이 이들에게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다는 문제까지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국적선택명령제도’다. 과거에는 해외에서 태어난 이민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만 22세까지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됐다. 그러나 2010년 개정으로 자동 국적상실제가 폐지되고 국적선택명령제가 도입되면서, 결과적으로 이민 2·3세대에게 예기치 않은 부담과 제약을 안겨주는 ‘신의 악수’가 되었다.
국적선택명령제도는 일정 기간 내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복수국적자에게 국적선택을 명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한국 국적을 상실하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이민 2·3세는 주소지 파악이 어려워 국적선택명령을 받지 못하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지 않는 제도적 허점이 발생한다.
해당 특집은 “법무부 장관이 1년 내 둘 중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명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상실된다”는 규정을 소개했지만, 이민 2세가 사실상 국적상실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행법의 차별적 구조는 다루지 않았다. 더욱이, 현행 국적법은 “법무부장관은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한 자에게 하나의 국적을 선택할 것을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은 ‘명할 수 있다’가 아니라 ‘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는 법무부 장관의 법정 의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소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이민 2·3세와 그 가족에게 국적선택명령을 송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국적법 시행령에 따라 관보에 공고할 수 있다. 하지만 관보 공고는 본래 대상자의 신원은 특정되지만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민 2·3세의 존재와 인적사항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국적선택명령 자체를 내릴 수 없어, 명백한 적법절차 위반이며 관련 헌법소원이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이러한 문제는 2010년 국적선택명령제도 도입 이후 복수국적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한층 더 심각해졌다. 부계혈통주의 아래에서는 1983년 5월 25일 이후 출생 남성과 1988년 5월 5일 이후 출생 여성이 복수국적자가 됐고, 1998년 6월 14일 부모양계주의 시행 이후에는 부모 중 한 명만 한국 국적이어도 출생과 동시에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됐다.
실제 사례를 보면, 최근 미국 정계에서 주목받았던 위스콘신 주지사 후보 프란체스카 홍이 1988년 11월 4일생이고 출생 당시 아버지가 한국 국적을 보유했다면 복수국적자가 되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싱글맘인 그녀의 이민 3세 자녀가 1998년 6월 14일 이후 출생했다면 부모양계주의에 따라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한국 국적을 취득해 ‘복수국적의 대물림’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약 40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인 차세대들은 자신이 복수국적자인지, 국적이탈이 필요한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미국 정계·공직 진출 과정의 신원조회와 한국 방문·연수 등에서 각종 제약과 불이익을 겪고 있다. 특히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이민 2·3세에게 사전 통보나 실질적인 권리 보장 없이 의무만 부과하는 현행 제도는 적법절차와 단일국적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결국 별다른 문제 없이 시행돼 온 기존 국적자동상실제를 폐지한 결과, 복수국적의 범위가 불합리하게 확대되면서 이민 2·3세에게 권익 증진은커녕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법적 실효성마저 없는 현행 국적선택명령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다. 이제는 기존 국적자동상실제를 조속히 재도입해야 한다.
<
전종준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대만이 세계각국에 퍼저있는 화교들 포용하는 2중국적 정책을 보면 .. 전례에 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