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정액 10년만에 80% 급증
▶ 은행 기본자본 4분의 1수준 달해
▶ B등급 이하 고위험 차주도 75조
▶ 고금리땐 상환 못할 가능성 높아
▶ 금융 전반 부실 대출 부메랑 위험
미국 대형 은행들이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빌려주기로 약정한 대출 금액이 기본자본(Tier 1)의 25%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자본은 은행의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을 합산한 개념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미국 초대형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 AI 투자가 글로벌 금융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은행과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대형 은행의 AI 관련 기업대출 규모 잔액은 1,500억달러다. 이는 미 대형 은행 총자산의 0.8% 수준이다. 이 중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대출 규모는 149억달러로 집계됐다.
대출 잔액 규모는 미미할 수 있지만 대출 약정 금액을 놓고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미 대형 은행의 AI 관련 산업 대출 약정액은 지난해 4,500억달러로 10년 전보다 80% 급증했다.
이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은행 건전성을 평가할 때 핵심 지표로 삼는 기본자본의 25% 수준이다. 최근 앤스로픽이 AI 칩 구매를 위해 36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추진하는 등 차입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건전성 비율은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용등급 B 이하인 고위험 차주에게 약정한 대출액도 5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대형 은행이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에 약정한 대출액(1910억 달러)의 약 4분의 1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AI 버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대출이 부실자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AI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전방산업에 대한 투자 및 수요 감소, AI 모델의 효율성 향상으로 인한 에너지·반도체 수요 위축이 나타날 경우 해당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시카고 연준은 “대출 잔액은 총자산의 0.8% 수준으로 건전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출 약정액은 기본자본의 25%에 육박해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B등급 이하 기업에 대한 대출은 고금리 지속 시 상환을 못 받을 확률이 크다”며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비은행 금융기관 및 사모신용대출에 대한 익스포저까지 고려하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라 미국의 AI 장비 핵심 공급처인 동남아시아 주요국의 납기 지연이 우려되는 것도 리스크로 지목됐다. 동남아시아는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이후 AI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서버 및 네트워킹 장비 등의 핵심 공급처로 부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동남아시아 상품 수입액은 전년 대비 46% 늘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는 중동으로부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 전력 생산 부족으로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해 미국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AI 투자는 미국 경제성장률에 40%가량 기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1%(연율 기준)였으며 이 중 AI 관련 투자의 기여도는 0.97%포인트로 나타났다.
이 기간 미국 성장률의 약 39%를 AI 관련 투자가 책임졌다는 얘기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보 처리 장비 투자가 0.42%포인트, 소프트웨어 0.35%포인트, 연구개발(R&D) 0.13%포인트, 데이터센터가 0.07%포인트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관련 투자가 미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정도보다 높다. 2000년 당시 미 실질 GDP 성장률은 2.94%였는데 닷컴 버블 관련 투자의 기여도는 0.81%포인트(28%) 수준이었다. 미국 상위 5% 초대형 기업이 대규모 AI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성장률도 강하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은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지난해와 올해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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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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