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법원 제동에도 ‘영구화’ 규정 관보 공개
▶ 기존 비용 수십배 달해
▶ 기업·이민자 부담 가중
트럼프 행정부가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문직 취업비자(H-1B)에 10만 달러가 넘는 고액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영구화하기 위한 규정 제정에 착수했다. 이미 연방법원이 해당 수수료에 제동을 건 가운데 행정부가 새로운 규정을 통해 강행 의지를 다시 밝히면서 기업과 이민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연방 국토안보부(DHS)는 24일 연방관보에 H-1B 비자 신규 신청에 10만3,26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규정안을 공개했다. 규정안은 30일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되며, 행정부는 연말까지 최종 확정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통령 포고령을 통해 일부 신규 H-1B 비자에 10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당시 포고령은 1년간 효력을 갖도록 했으며. DHS에 해당 조치를 영구화하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연방법원은 지난 6월 이 수수료가 불법이라며 행정부의 징수를 막았다. 현재 보스턴 소재 연방 항소법원이 관련 판결을 검토하고 있으며, 워싱턴 DC의 또 다른 법원에서도 상공회의소 등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한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새 규정안의 수수료는 기존 H-1B 관련 비용과 비교하면 사실상 ‘폭탄’ 수준이다. 지금까지 H-1B 비자 신청에 들어가는 비용은 신청 유형과 고용주 규모 등에 따라 대체로 2,000~5,000달러 수준이었다. 10만3,265달러가 적용될 경우 기존 비용의 수십 배에 달한다.
H-1B 프로그램은 미국 기업이 과학·기술·공학·교육·연구 등 전문 분야의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매년 일반 신청자에게 6만5,000개의 비자가 배정되며, 미국 대학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에게는 2만개가 추가로 할당된다. 비자 승인을 받은 근로자는 통상 3년간 체류할 수 있으며 최대 6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와 H-1B 제도 비판론자들은 일부 기업이 미국인 근로자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으로 대체하는 수단으로 비자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업계와 기술업계는 미국 내에서 충분한 인력을 찾기 어려운 전문 분야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H-1B가 필수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고액 수수료가 부과된 이후 H-1B 신청 규모도 감소했다. USCIS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주들이 등록한 H-1B 신청은 약 34만4,000건으로 2024년보다 25% 이상 줄었으며, 2023년 약 79만4,000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적 공방도 거세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민주당 소속 주정부들, 노동조합과 기업 연합 등이 수수료 부과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외국인 입국 제한 권한만으로 의회가 법률로 만든 H-1B 제도의 비용을 사실상 변경할 수 없으며, DHS가 의회의 승인 없이 막대한 재정 수입을 창출하는 수수료를 부과할 권한도 없다고 주장한다.
행정부는 이에 대해 10만달러 수수료는 일반적인 세금이 아니며 대통령의 입국 제한 권한에 근거한 조치인 만큼 법원이 개입할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DHS는 이달 초 H-1B 근로자의 체류 연장이나 해외 근무자를 미국으로 전근시키는 신청에도 최대 4,5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별도 규정을 내놓았다. 또 H-1B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고숙련·고임금 근로자에게 유리한 새로운 비자 선정 방식도 추진하고 있어 H-1B를 둘러싼 기업과 외국인 전문직 근로자들의 비용 및 절차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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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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