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새 6번째 총리 사임…늦어도 8월 31일까진 차기 총리 결정
▶ 스타머, 국정 부진에 지지율 급락…지방선거 참패로 결정타
▶ 우익 영국개혁당 “당장 총선하자”

사임 발표하는 스타머 총리[로이터]
키어 스타머(63)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오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임할 것"이라며 "오늘 아침 나의 결정을 알리기 위해 (찰스 3세) 국왕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2024년 7월 4일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정권 교체에 성공해 이튿날 총리에 취임한 지 약 2년 만이다. 중도좌파 노동당 대표로서는 2020년 4월 취임 이후 6년여 만이다.
이로써 데이비드 캐머런(2010∼2016년 재임)과 테리사 메이(2016∼2019년), 보리스 존슨(2019∼2022년), 리즈 트러스(2022년), 리시 수낵(2022∼2024년) 등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유럽연합(EU)과의 협상 혼란 속에 보수당 총리 5명을 거친 데 이어 스타머 총리까지 최근 10년 사이 6번째로 총리가 사임하게 됐다.
그 뒤를 잇는 새 총리는 이르면 내달 중순, 늦어도 오는 8월 31일까진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노동당이 하원 650석 중 403석을 차지하는 만큼 곧 치러질 경선에서 선출될 차기 노동당 대표가 차기 총리를 맡게 된다.
스타머 총리는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NEC)에 7월 9일 (당 대표) 후보 지명을 시작해 여름 휴회까지 완료하는 일정을 세워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당 대표) 경선이 치러지면 새로운 대표가 9월 (1일) 의회 개회 전에 정해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경선이 끝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면서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내 후임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차기 대표 및 총리로 유력한 앤디 버넘 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은 지난 18일 메이커필드 선거구 하원 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총리 최소 자격 요건을 갖추고 당 대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앤디 버넘(56) 하원 의원[로이터]
버넘 의원은 차기 대표로 많은 노동당 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노동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장관 등 잠재적 경쟁자들을 모두 앞서고 있다.
경쟁자가 나서지 않으면 경선이 아예 치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스타머 총리가 기한으로 제시한 7월 16일 여름 휴회까지 버넘 의원이 단독 후보로 등록하면 경선 없이도 바로 차기 당 대표가 될 수도 있다고 BBC 방송은 지적했다. 일간 가디언은 버넘 의원이 빠르면 7월 17일에 새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NEC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 둔화와 잇단 정책 유턴, 더딘 개혁 속도 등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율이 급락했고 지난달 초 지방선거 참패로 결정타를 맞았다.
또 우익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 지지율 1위로 올라서며 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도좌파 노동당이 중도 자유민주당, 좌파 녹색당에 지지자들을 빼앗기면서 스타머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노동당 내 반발이 커졌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과 연루된 피터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한 인사 오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스타머 총리는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가 가까스로 넘겼지만, 결국 지난달 초 지방선거 참패로 치명타를 입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취임 이후 경제와 공공서비스 개선, 우크라이나 및 유럽 동맹국들과 관계 강화를 본인이 이끈 내각의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우리 당이 지금 던지는 질문은 내가 다음 총선까지 당을 이끌기에 최적인가'"라며 "그 답을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들었고 이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지방선거 참패와 버넘 당선 이후에도 다음 총선에서 당을 이끌겠다고 거듭해서 밝혔지만, 이대로면 차기 총선에서 패배가 자명하다며 당의 재건을 요구해온 당 소속 의원들과 내각 주요 장관들의 압박으로 사임하게 됐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날 다우닝가에 집결한 주요 장차관 및 총리실 직원들은 사임을 결정한 스타머 총리에게 박수를 보냈다. 또한 스타머 총리는 "퇴임 후엔 내 곁을 굳건히 지켜준 멋진 아내 빅(빅토리아 여사)에게 최고의 남편, 내 자랑이자 기쁨인 아름다운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는 데 시간을 쏟겠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감정이 북받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론조사 1위 정당인 우익 성향 영국개혁당은 이날도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다음 총선은 총리가 조기 총선을 발표하지 않는 한 현 의회 임기가 끝나는 2029년 여름까지 치러지면 된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영국개혁당은 선거를 요구한다"며 "우리는 급격한 변화를 이행할 준비가 됐다"고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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