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섬·배스 ‘비상사태’ 선포
▶ 연기 계속돼 ‘실내 대피령’
▶ 보관 냉동육류 대량 부패
▶ ‘바이오 해저드’ 우려도

지난 17일 발화된 이스트 LA 보일하이츠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 [로이터]
이스트 LA 인근 보일하이츠의 대형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화재가 5일째 진화되지 않으며 장기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유독성 검은 연기가 사흘 넘게 LA 도심 전역을 뒤덮으면서 주민들의 건강 우려가 커지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캐런 배스 LA 시장은 각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방위적인 소방 및 보건 자원 투입에 나섰다. 화재가 발생한 창고에는 대량의 냉동 육류 등 식자재가 보관되어 있어, 전력 차단에 따른 부패 및 바이오 해저드(생물학적 위험)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LA 소방국(LAFD)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오후 2시30분 사우스 로스팔로스 스트릿 1400블록에 위치한 ‘리니지 로지스틱스’ 냉동창고에서 시작됐다. 약 50만 평방피 규모의 대형 시설인 이 창고는 지붕 전체가 태양광 패널로 덮여 있어 초기 진압에 큰 애를 먹었다. 당일 저녁 한때 불길이 잡히는 듯했으나, 19일 오후 풍향이 바뀌면서 건물 내부의 잔불이 다시 무섭게 살아났다.
소방 당국은 21일 오후 현재까지도 공중 수포 투하와 소방 로봇을 동반한 지상 진압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특히 불을 끄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과 특수 폴리머 성분의 증폭제가 투입되면서 외벽 부근의 구조적 안정성이 급격히 저하됐다. LAFD 관계자는 “건물 붕괴 위험이 있어 소방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방어적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장기전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개빈 뉴섬 주지사는 20일 밤을 기해 전격적으로 주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선포를 통해 LA 시는 주 정부의 재난 기금과 보건 서비스, 그리고 긴급 복구 인력을 신속하게 인도받을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 재난관리청(Cal OES)은 즉각 유독가스 차단용 N95 마스크 550만 장과 이민자 및 이재민 대피소에 배치할 상업용 대형 공기청정기, 생수 등의 물류 자원을 LA 시에 지원하기로 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 역시 20일 오후 시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운영조직을 즉시 가동했다. 힐다 솔리스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또한 오는 23일 카운티 차원의 비상사태 선포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혀, 시·카운티·주 정부가 삼각 공조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화재 초기 창고 내부에서 냉동용 암모니아 가스가 누출되면서 한때 긴급 실내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리니지 로지스틱스 측은 “화재 직후 선제적으로 시설 내 암모니아를 펌프로 뽑아내 외부로 안전하게 이송 완료했다”며 대기 중 암모니아 농도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소방 당국 또한 대기질 측정 결과 일반적인 건축물 화재 연기 외에 특이 화학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남가주 대기질관리국은 미세먼지와 연기로 인한 대기 오염 상태가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라며 ‘미세먼지 주의보’를 21일 오후까지 연장했다. 현재 공식적인 강제 대피령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당국은 인근 주민들에게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문과 창문을 닫은 채 ‘실내 대피 상태’를 유지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시와 카운티 정부는 피칸 레크리에이션 센터, 시티 테라스 공원, YMCA 등 세 곳에 긴급 구호 대피소를 마련하고 마스크와 식수를 무상 배급 중이다.
이번 화재의 원인과 관련해 창고 운영사인 리니지 로지스틱스 측은 “건물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어레이의 소유주 측 계약업체들이 테스트 작업을 하던 중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은 위험물 저장소가 아닌, LA 전역의 마트와 식당으로 가기 전의 냉동식품을 보관하는 물류 거점이다.
화재와 전력 차단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창고 내부에 보관 중이던 냉동 육류와 가공식품들이 대량으로 부패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대규모의 유기물이 밀폐된 공간에서 썩어갈 경우 생길 수 있는 악취와 세균 번식 등 2차 ‘바이오 해저드’ 문제를 지적하며, 진화 이후 수거 및 방역 작업 또한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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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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