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무장관·업계는 ‘효과없다’… ‘90일 수출제한’ 보도에 백악관 “가짜뉴스”
▶ 공화 후보들 “젠장, 뭐라도 해봐야” 아우성…트럼프도 검토 시사

캘리포니아 주유소의 경유 가격 고시[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 '경유 수출금지'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미 경윳값을 잡아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금지 여부를 놓고 23일(현지시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전화통에는 이틀째 불이 났다고 한다. 경유 수출금지 문제에 대한 정치인들과 정유업계 관계자들의 엇갈린 의견이 빗발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도화선이었다. 그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경유 수출금지 검토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나도 그것(수출금지)을 요구했었다"며 "나는 경유를 수출하지 말자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경유 수출금지는 몇 달 전부터 거론된 방안이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이 차질을 빚으며 경윳값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은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세계 경유 가격 상승은 이란이 아니라 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라며 양측이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촉구가 무색하게 양측의 난타전은 이어졌고, 미국의 경유 소비자가격은 22일 기준 갤런당 평균 6.52달러까지 올랐다. 한 달 새 0.91달러(16.2%) 상승한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83달러(76.7%) 급등했다.
가뜩이나 고전이 예상되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경윳값 급등은 초대형 악재가 됐다. 농기계 사용이 많은 농업 주(州), 난방을 위한 경유 사용이 많은 북부 지역 후보들 사이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주유소 가격판을 가리키며 "당장 큰일 날 것 같다", "젠장, 무슨 조치든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백악관 내 신중론자들도 밀리기 시작했다고 한 석유업계 임원은 전했다.
경합지로 꼽히는 알래스카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지난 21일 "미국산 연료는 미국인들과 함께 미국에 남아야 한다. 경윳값이 정말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상원의원과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도 경유 수출금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존 슌 상원 원내대표도 지난주 이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경유 수출금지는 미 메이저 정유사들 입장에서 수십억달러의 매출 손실이지만, 당장 선거가 다급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이는 "12월(선거 이후)의 문제"라는 게 업계 임원의 전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경유 수출금지가 과연 의도한 대로 경윳값을 낮출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단순한 수요·공급만 따지면 수출금지로 미국 내 공급되는 경유가 늘어나 가격이 낮아질 수 있지만, 이 효과는 단기간에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미국은 경유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훨씬 많은 수출국이다. 원유 공급 차질에 중국·일본·한국 등 주요 수출국도 경유 수출량을 줄인 마당에 미국마저 경유 수출을 금지할 경우 시장의 가격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재 '풀가동' 중인 미 정유시설에서 생산된 경유를 수출하지 못하면 저장시설이 포화하고, 결국 정유량을 줄여야 한다. 이 경우 원유 정제로 나오는 휘발유·항공유 생산이 덩달아 줄고, 휘발윳값은 갤런당 0.25달러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전체 (원유) 정제 능력 측면에서 그것(수출금지)이 실현 가능한지, 전면 금지나 부분 금지가 효과가 있을지를 검토 중"이라고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선거일을 포함하는 '90일 수출금지'가 유력하게 검토된다고 폴리티코가 복수의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즉각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주무 부처인 에너지부의 크리스 라이트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는 미국산 경유의 수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 정유시설에서 나오는 경유가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약간의 조정이 있을 수는 있다"고 업계의 '자발적 수출량 조절'을 암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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