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민주당 정치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기존 민주당의 전형적인 후보와는 조금 다른 정치인들이 생각보다 훨씬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위스콘신 주지사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프란체스카 홍 의원도 그중 한 명이다. 홍 의원은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했고,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셰프이자 식당 노동자로 일했다. 전형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 아니다. 현재 위스콘신 주 하원의원인 그는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고 부르며 보편적 보육, 공교육 투자, 노동자 권익 강화와 같은 진보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처음 그의 출마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이런 후보가 위스콘신 주지사 경선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위스콘신은 캘리포니아와 다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표적인 경합주다. 그런 곳에서 공개적으로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한인 여성 후보가 주지사 경선에서 선전한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홍 의원은 결국 밀워키 카운티 행정책임자인 데이비드 크롤리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내가 더 관심 있게 본 것은 누가 이겼느냐보다 홍 의원과 같은 후보가 왜 이 정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위스콘신만의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최근 미국 곳곳에서 기존 민주당 주류와 거리를 둔 후보들이 예상 밖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후보들의 정책이나 정치적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유권자들에게 “기존 정치와는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모두 갑자기 진보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사회주의’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치안이나 세금, 노숙자 문제 같은 현안에서는 상당히 중도적이거나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는 유권자들도 많다.
그런데 질문을 생활과 직접 연결된 경제 문제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거비를 낮추는 문제, 의료비와 보육비 부담, 최저임금, 부유층에 대한 과세 등에서는 기존 민주당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나는 이 부분을 민주당이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이 반드시 “민주당이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정치 방식으로는 자신들의 삶이 충분히 나아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
캘리포니아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 문제는 숫자를 보지 않아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집값과 렌트비는 여전히 너무 높다. 장을 보러 가도 몇 년 전과 가격이 확연히 다르다. 보험료와 의료비,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의 데이케어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언젠가 집을 사고 안정적인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점점 현실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좋은 통계를 제시해도 매달 내야 하는 렌트와 생활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면 유권자가 느끼는 경제는 다를 수밖에 없다. 프란체스카 홍 의원과 같은 후보들이 지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들의 모든 정책에 동의해서라기보다는 적어도 자신들이 느끼는 문제를 기존 정치인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민주당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공화당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왔을 때도 공화당 주류는 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와 오늘날 민주당 진보 후보들의 정책은 당연히 전혀 다르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정치적 에너지로 바꿨다는 점에서는 생각해 볼 만한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이 조심해야 할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진보 후보들이 선전한다고 해서 민주당 전체가 무조건 왼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결론 내리는 것도 맞지 않다. 반대로 이들을 일부 젊은 진보 유권자들만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무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더 그렇다. 민주당이 주 전체 선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중요한 정치적 경쟁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안에서도 어떤 민주당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기존 민주당의 방식과 경험을 강조하는 후보가 있을 것이고, 더 과감한 변화를 요구하는 후보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당의 공식적인 지지나 정치 경력보다 자신이 아웃사이더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후보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중도냐 진보냐의 선택만으로 이 흐름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유권자들이 묻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가. 우리 아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가. 평범한 직장을 가지고도 이 도시에서 집을 구하고 가족을 키울 수 있는가. 정치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유권자는 다른 사람을 찾는다.
프란체스카 홍 주지사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선거가 보여준 정치적 신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인 이민자 가정 출신의 셰프였던 정치인이 위스콘신이라는 대표적인 경합주에서 주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경쟁했다는 사실은 지금 민주당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잘 보여준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여론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정말 더 진보적인 민주당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민주당과는 다른 민주당을 원하는 것인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기존의 방식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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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강 캘리포니아 민주당 아시아태평양 코커스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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