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인생사에서 우리를 주저앉히는 가장 거대한 장벽은 늘 ‘두려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그 두려움의 실체를 마주하고 정면으로 돌파할 때, 엉켜 있던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쉽게 풀려나가는 것을 우리는 우리의 인생사에서 여러번 경험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혹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 맞다트리면 우리는 늘 두려움에 빠진다. 역사 속 위인들이 남긴 위대한 업적 역시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통과해 낸 용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심리학과 철학에서 말하는 두려움은 ’미지의 것에 대한 방어적 태도‘이자 ’통제력을 상실할 것 같다는 불안‘에서 기인한다. 크게는 생존을 위협받는 신체적·물리적 두려움, 사회적 지위나 관계가 무너지는 존재론적·사회적 두려움,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두려움으로 나뉜다.
역사 속에서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문명의 변곡점을 만든 대표적 예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대공황 시기 리더십이다. 1930년대 미국인들이 경제 붕괴라는 거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며 패닉에 빠졌을 때, 그는 취임 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그는 두려움에 굴복해 마비를 택하는 대신, 뉴딜 정책이라는 과감한 실행력으로 미지의 경제 위기를 돌파했다. 지금이야말로 이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 만들어내고 있는 두려움을, 돌파할 지도자의 지도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 인류는 문명사적 대격변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와 미국 사회는 예측 불가능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그중 우리를 엄습하는 두려움의 핵심적 실체들을 따진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적 영역까지 대체하며 전통적인 일자리와 인간 존재 가치에 대한 근본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어쩌면 노동의 종말을 일으킬 미래 기술이다.
둘째, 민주주의의 후퇴, 극단적인 진영 논리,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정학적 분쟁과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면서 사회적 안전망을 무너뜨리고 있다.
셋째,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연대와 신뢰의 기틀이 흔들리면서 일어나고 있는 공동체의 헤체다. 이 거대한 두려움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회피가 아니다. 두려움을 정확히 직시하고, 변화의 주체로서 판을 다시 읽는 것이다.
거대한 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하기보다, 그 혼란 속에서 새롭게 재편될 질서의 기회를 포착하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우리 스스로를 준비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전 세계적 격변 속에서, 소수 중의 소수인 미주 한인 사회는 반이민 정서의 고조, 경제적 불안정, 급격히 쇠퇴하는 1세대 커뮤니티, 그리고 2세대와의 깊은 단절이라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두려움의 고비를 넘기기 위해 우리는 여러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1세대가 흘린 피와 땀의 역사는 2세대와 그 이후 세대가 미국 사회에서 당당히 뿌리내릴 수 있는 주춧돌이다. 이 역사를 공감의 언어로 공유할 때, 2세대는 부모 세대의 삶 속에서 정체성의 뿌리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 간 단절을 메우는 ’기억의 연대‘와 소통이라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통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반이민 정서와 경제적 불안 앞에서 움츠러드는 것은 가장 위험한 대응이다. 기회만 있으면 온동네가 시끌벅적하게 공동체 단결을 위한 행사나 축제를 열고, 지역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타 소수계 및 주류 사회와 손을 잡는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 권리는 가만히 있는 자에게 주어지지 않으는다.
셋째,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AI 혁명의 파고 속에서 전통적인 생계형 비즈니스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산업과 디지털 트렌드를 수용하고, 1세대의 근면함 위에 2세대의 전문성과 혁신을 결합하는 ‘융합의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경제적 사회적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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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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