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일반 독서도 인지기능 저하 늦추고 장수에도 도움
▶ 소설은 언어능력·사회적 인지 향상에 특별한 효과
▶ 타인의 관점 상상하며 공감·복합적 사고 능력 키워
▶ “한 권을 넘어 꾸준한 독서 습관이 변화 만들어”
좋은 책을 들고 편안히 앉아 읽는 것은 단지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뇌 건강에도 좋다. 신문, 잡지, 논픽션 서적 등 일반적인 독서는 노년층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심지어 수명을 연장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것은 독특한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읽는 소설의 양은 논픽션 독서량보다 언어 능력을 더 잘 예측하는 지표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더욱 중요한 것은 소설 읽기가 더 나은 사회적 인지 능력, 즉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능력과 연관돼 있으며, 세상이 복잡한 곳이라는 사실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해준다는 연구 결과다.
왜 그럴까?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속 세계와 등장인물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의 심리학 조교수 닉 버트릭에 따르면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서로 다른 관점들과 씨름하고, 각기 다른 시각 속으로 정신적으로 들어가 보게 된다.
최근 서사 소설 읽기의 이점에 관한 리뷰 논문을 쓴 토론토 요크대 심리학과 레이먼드 마 교수는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의 경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우리와 매우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며 “소설은 자연스럽게 일종의 성찰과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유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서는 사회적인 활동
사회적 건강은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하다. 그리고 흔히 혼자 하는 활동으로 여겨지는 독서가 실제로는 우리의 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독서가 성장 과정에서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4~6세 사이의 어린이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즉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믿음과 관점,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마 교수는 연구 결과 더 많은 동화책을 접한 어린이들이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보다 이러한 발달 단계에서 더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025년 21개 연구를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동화책을 더 많이 읽는 어린이들이 더 높은 공감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감 능력과 독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증거도 있다. 900명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2024년 연구에 따르면 높은 독해력은 이후의 공감 능력을 예측하는 요인이었으며, 반대로 공감 능력 역시 더 높은 독서 능력을 예측하는 요인이었다. 또 2023년 연구에서는 재미를 위해 책을 더 많이 읽었던 청소년들이 성장한 뒤 더 사교적인 성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 교수는 소설 읽기가 “사회적 세계에 대한 복잡한 인지적·정서적 시뮬레이션을 우리에게 제공한다”며 이는 현실 세계에서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의 힘
이러한 이점은 부분적으로 스토리텔링의 힘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 뇌영상 연구에 따르면 이야기를 이해할 때 관여하는 뇌 네트워크와 ‘마음 이론’에 필요한 뇌 네트워크가 서로 겹친다. 이 같은 연구들을 검토한 마 교수는 이는 “우리가 이야기에 몰입하는 동안 다른 사람을 이해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뇌 네트워크도 함께 활성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TV와 영화 같은 다른 형태의 스토리텔링도 비슷한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버트릭 교수는 “책을 읽을 때 우리가 해야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머릿속에서 그 세계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그 세계가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상상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가적인 정신적 작업이 이야기에 몰입함으로써 얻는 효과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좋아하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우리가 다른 존재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 교수는 “친구들이 곁에 없거나 함께 만날 수 없을 때도 우리는 언제든 책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서는 사회적인 활동이 될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이점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북클럽이나 함께 책을 읽는 단체, 북톡(BookTok) 같은 소셜미디어 커뮤니티는 다른 독자들과 우리를 연결해주며 사회적 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한다.
버트릭 교수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상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 등장인물들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차이를 접하는 경험
소설 읽기는 사회적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세계를 넓히고 그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뛰어난 작가들은 인간의 본질을 관찰하는 데 탁월한 사람들이며, 우리가 익숙한 영역 밖에 존재하는 경험들을 접하게 해줄 수 있다.
버트릭 교수는 “독서는 차이와의 만남이다. 다른 종류의 정신, 다른 장소,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방식과 만나는 것”이라며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독서가 가장 흥미로워지는 순간들은 가능한 한 강렬하게 이러한 차이와 부딪히는 지점들”이라고 말했다.
버트릭 교수와 동료들은 2022년 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 회보(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발표한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성장 과정에서 문학 소설을 더 많이 읽었던 사람들이 성인이 된 뒤 더 복합적인 세계관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보다 미묘하고 다층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으며, 심리적으로 더 풍부한 관점과 지적 겸손함을 보였다.
버트릭 교수는 “모든 사람이 하나의 개별적인 인간으로 존중받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세상이 복잡하다는 것, 특히 사회적으로 복잡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아마도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서의 효과를 연구하는 데는 본질적인 어려움이 있다. 버트릭 교수는 “독서는 한 사람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에게 책을 읽을 시간과 여유가 더 많고, 책을 읽고 싶은 성향이 더 강하다면 그것은 무작위로 생기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서의 이점은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되는 것으로 보이며, 사회경제적 지위는 독서 행동과 독서 능력을 강하게 예측하는 요인이다. 다만 1만4,000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연구에서는 여가시간 독서가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 교수는 “성공적인 예술작품이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어떤 본질적인 것을 포착하기 때문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호소력을 가지면서도 어쩌면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무엇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이 읽는 방법
▲천천히 시작하라.
마 교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그 시간에 대신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그는 “한 시간까지 늘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15분부터 시작해 30분, 45분으로 늘리고, 잠들기 전 한 시간까지 늘려갈 수 있다. 아마 좋은 습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습관을 길러라.
꾸준함이 핵심이다. 버트릭 교수는 “어떤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많은 책이 조금씩 쌓이는 것, 다시 읽고 또 읽고 계속해서 읽는 것이 사람들이 세상을 보다 폭넓게 생각하는 방식에 진정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서의 광대한 다양성 속으로 뛰어들어라.
단편소설이나 그래픽노블, 팬픽션 등 다양한 형태의 독서도 모두 포함된다. 바쁜 업무 일정 속에서 학술지를 많이 읽는 마 교수는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을 선호한다. 최근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작품들을 읽었다는 그는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겠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버트릭 교수는 현재 스펜서 애커먼의 ‘Reign of Terror’를 읽고 있으며, 윌리엄 볼먼의 3,000쪽이 넘는 소설 ‘A Table for Fortune’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유쾌한 풍자 작가 테리 프래쳇의 작품들을 모아 읽고 있다. 여기에는 종교를 다룬 ‘Small Gods’와 저널리즘을 소재로 한 ‘The Truth’ 등이 포함돼 있다.)
▲오디오북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버트릭 교수는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독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디오북이라는 형식이 특정 책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해줄 수도 있다. 버트릭 교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이해하기 쉬울 뿐 아니라 더 재미있으며, “작품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하나의 노래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버트릭 교수는 “나는 독서를 인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밤에 혼자 고행하듯 해야 하는 수도승 같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즐기는 것을 마음껏 읽으면 된다.
▲독서를 사회적인 활동으로 만들어라.
북클럽은 훌륭하며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버트릭 교수는 함께 독서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서로 책임감을 갖게 해주는 파트너가 있고, 다양한 관점을 공유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읽어라.
독서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마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을 읽든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By Richard S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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