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첫 ‘9000피 돌파’ 명과 암
▶ 레버리지 ETF 등 영향…개인 순매수 이달만 16조
▶ 코스피 900개 종목 중 791개는 하락…순환매 실종
▶ 반도체 위주 랠리 “시장 변동성 더 커질 것” 우려도
▶ 전문가 “연내 1만피”…MSCI 선진국지수 편입 변수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전인미답의 ‘9000피’를 돌파했지만 지속 가능한 ‘코리아 프리미엄’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과제도 동시에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지수가 올라도 반도체주를 제외하고는 하락 종목이 더 많아지면서 지수와 종목 간 괴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랠리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주주 환원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기업별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돼 순환매가 이뤄져야 코스피 1만 달성을 넘어 안정적인 상승장 구조가 구축될 것으로 진단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스탠스를 취하면서 증시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장중 9100까지 치솟았다.
증시를 주도한 것은 삼성전자(4.62%), SK하이닉스(6.51%), SK스퀘어(6.52%), 삼성전기(8.27%) 등 시가총액 상위 ‘4총사’였다. 이날 기준 4개사가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62%로 5월 말(55.35%) 대비 4.27%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지는 못한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승 종목은 109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791개에 달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으로 좁혀 봐도 상승 종목은 14개, 하락 종목은 35개였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밸류체인 대형주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종목별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된 셈이다.
9000피 돌파 주역으로는 반도체주 강세 외에 개인의 거센 순매수세가 꼽힌다. 개인은 이달 들어서만 16조 2043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기관(3조 5567억 원)보다 압도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20조 593억 원을 팔아치운 점과 상반된 행보다. 17일 기준 예탁금과 신용융자 규모는 각각 124조 6320억 원, 37조 8005억 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선 특히 지난달 국내 증시를 견인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일 종목으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개인 순매수가 확대된 점을 상승 동력으로 분석했다. 반도체주를 보유하지 않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더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한 ‘포모(FOMO·소외 공포감)’ 수요가 레버리지 ETF에 몰렸다는 해석이다. 이날 기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시가총액은 14조 36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품이 출시된 5월 27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순매수액은 8조 4295억 원에 달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개인 포모 매수세가 집중됐는데 두 종목 모두 시총 1·2위이다 보니 시장 전반 영향력이 막대해졌다”면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더 유입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하락장에서 원금 손실 리스크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등 공신인 반도체주를 놓고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기업의 탄탄한 실적과 반도체 경기 호황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코스피 지수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1조 3141억 원어치를 사들인 외국인의 상위 3개 순매수 종목도 모두 반도체주와 반도체 소부장주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를 각각 8747억 원, 4235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미국주식 예탁증서(ADR) 상장에 대한 단기 수급 모멘텀 기대감에 SK하이닉스도 84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반도체주 위주의 ‘양극화 장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중심으로 이익 성장이 이뤄지면서 당분간 반도체주 위주의 장 분위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반도체주가 조정받으면 시장이 흔들려 그만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과열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0.75% 오른 80.25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의 ‘반도체 대세론’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기반으로 이르면 상반기 중 1만 피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주 랠리에만 기대기보다는 업종별 고른 상승세가 필요하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거버넌스 문제 때문에 디스카운트(저평가)를 받았지만 배당이나 주주 환원 쪽에서 눈을 떴다는 평가가 나오면 한국은 재평가가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내년 이익 가시성이 예상보다 크고 한국 기업들이 돈을 잘 벌고 있다면 30년 평균 멀티플만 적용해도 (코스피는) 1만 2000 이상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가 최대 1만 400, KB증권은 1만 50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역시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각각 1만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도 한국 증시 상승 동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요 변수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시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가 유입으로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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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ㆍ장문항ㆍ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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