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유엔총회 연설 후 양자·다자 회담 소화…美경제력·군사력 거듭 과시
▶ ‘전멸’ 위협 동시에 이란과 석달만의 대화 계기로 중간선거 직후 합의 주장
▶ ‘시진핑 대좌’ 직전 中 겨냥해 日과 동맹 강조·중남미 핵심자원 보호 강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이란 및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낙관론과 중국을 향한 견제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 연설을 시작으로 덴마크·그린란드 총리와의 3자 회담, 영국·일본·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 중남미 안보협력체 회의, 중동 동맹국들과의 다자회의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미 본토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다자외교 무대에서 지난해에 이어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자신이 돌아왔음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집권 2기 출범 후 미국이 경제력뿐 아니라 군사력에서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하루 종일 과시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기 대외 정책 가운데 최대 난제로 남아있는 이란 전쟁에 대한 발언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란전 여파로 유가를 비롯한 물가가 급등하며 중간선거 악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종전론을 퍼트리는 데 주력한 것이다.
집권 1기와 2기를 통틀어 특정 국가와의 첫 전면전을 시작했으나 7개월째 종전 해법을 찾지 못한 탓에 국제 유가 급등과 국내 물가 상승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는 이란전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 주장으로 귀결됐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는 우선 이번 전쟁이 세계 최대 테러 국가인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를 위해 시작됐다며 정당성을 강조했고, 이란이 더 이상 중동에서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미국이 추가 군사작전을 수행할 주요 탄약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란을 '전멸'시킬 수 있다고 위협하는 한편 11월 중간선거 직후 이란과 '합의'가 "성사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며 이란을 거듭 압박했다.
국제사회에 이란을 향한 '경제 고립 작전'에 동참을 촉구하면서 전쟁의 결과물로 '이란 테러 위협 종식'과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의 첫 대좌 자리에서는 이란과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오늘조차 우리와 대화해왔다"고 말하더니 이어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유엔본부에서 3시간 동안 회담한 사실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중남미 안보협력체 '미주의 방패' 회의에서도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 협상의 중재자들을 만났다"고 소개했다.
지난 6월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석 달여 만에 양측 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을 계기로 종전 합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대표와의 회담에서는 "우리가 합의를 이루거나, 아니면 사태가 매우 매우 빠르게 끝날 것"이라며 전쟁 이후 이란의 군사 공격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동맹국들을 다독이는 데 집중했다.
아울러 국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권자 불만이 고조되며 여당인 공화당의 패색이 짙어진 중간선거에서 반전을 꾀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
선거까지 남은 한 달여 동안 종전 합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선거 직후 전쟁이 끝난다는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미국인 대다수가 반대하는 이란 전쟁이 표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과 더불어 종전 전망이 요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종식 낙관론을 주장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지 않은 채 "양국이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본다"고 했으며, 오는 12월 미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초청해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틀 후인 24일 예정된 백악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특히 시 주석의 미국 도착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시 주석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견제구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주의 방패 행사에서는 "미주의 자원은 언제나 미주 국민에게 속해야 한다"며 서반구의 에너지와 희토류 등 핵심 자원이 외부 세력의 영향력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주의 방패 회원국들이 보유한 막대한 천연자원이 "적대적인 외부 세력에게 빼앗기게 둬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나라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간 좌파 정부의 집권이 잦았던 중남미에서 영향력 확장을 꾀해온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약 35분간 진행된 회담에서도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췄다.
회담에서 미일 정상은 경제 안보를 포함한 중국 관련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응 능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교도 통신이 일본 정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 직전 일본 총리와 마주 앉아 중국 관련 현안을 논의하며 미일 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생중계된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덕담만 했고, 미국 정부도 회담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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