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은 연준·ECB·일본은행 금리인상에 무게
주요국 장기 국채 금리가 치솟은 가운데이달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이달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시장은 연준 금리인상에 무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시장에서는 70% 정도 확률로 보고 있다.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4일 나오는 고용보고서와 11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남아있는 변수다.
현재 연방기금금리는 3.50~3.75%로, 0.25%포인트 인상 시 3.75~4.00%가 된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 주요 배경은 여전히 높은 물가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1일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거의 5년 반 동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더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이 자리 잡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단호하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지난달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 안정은 저절로 달성되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평균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안정된 물가를 달성하는 것은 연준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향후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여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매도세를 부추겼다.
7월 FOMC에서도 금리가 동결됐지만 금리 인상을 원한 반대표 3표가 있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노동시장도 안정적이며, 실업률도 7월 기준 4.1%로 나타나는 등 거시경제 환경도 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경기 침체나 급격한 고용 악화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가 목표를 웃돈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추가 긴축을 택하기 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동결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워시 의장은 잭슨홀 발언과 관련해 "'포워드 가이던스'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완화되거나 고용이 약해질 경우 9월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데이터 의존적인 연준 입장에서는 4일 나오는 비농업분야 고용 지표와 11일의 물가 지표가 정책의 주요 판단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이 금리 인상을 감당할 만큼 견조한지, 물가 상승이 재가속되는지 등을 이 지표로 판단하게 된다.
모건스탠리나 JP모건 등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신중하거나 회의적인 입장을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미국 금리가 너무 높으며, 저금리가 미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등 늘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것도 연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연준이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고도 말하고, 워시 의장도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거시환경을 거스르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 ECB 금리인상 가능성 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ECB의 금리 인상은 2023년 9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었다.
이후 ECB는 지난 7월 회의에선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현재 예금금리는 2.25%, 기준금리(주요재융자금리)는 2.40%, 한계대출금리는 2.65%다.
ECB의 경우 연준에 비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크다.
시장 스와프 거래는 1일 기준 인상 확률을 96.6%로 반영했다. ECB의 금리 인상을 거의 기정사실로 보는 셈이다.
근거는 역시 높은 물가다. 8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3.3%로, 7월(2.9%)에 비해 크게 뛰었다.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ECB는 올해 물가 상승이 거의 전적으로 에너지 비용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물가 충격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ECB는 이것이 기업의 비용 전가, 임금 인상 요구 및 서비스 가격 상승, 중기 인플레이션 고착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프랑스 일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중기 목표에 근접하지 않았다. 2%가 아니라 약 3%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2%로 돌아가려면 더 높은 금리라는 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은 9월 회의에서 우리가 금리를 올릴 확률을 95% 이상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시장은 우리의 반응 함수를 상당히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 경제가 중동 분쟁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 전망을 뒷받침한다.
독일을 포함한 일부 국가의 2분기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됐다.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지 않았다면, ECB는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둘 수 있다.
ECB가 물가 대응에 미온적이면 기대인플레이션과 장기 금리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임금 상승률이 억제돼 있고 물가 상승의 2차 효과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는 금리 인상 기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물가 반등은 주로 에너지 분야 충격 때문인데, ECB가 물가를 과도하게 억제하려 하면 내수와 투자를 훼손할 위험도 있다.
◇ 일본·영국도 금리인상 압박
2일 일본 엔화는 한때 1.2% 오른 달러당 158.22엔까지 오르면서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장 마감을 앞두고 엔화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당국의 환율 관련 움직임이 실제 이뤄졌는지는 불명확하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오는 17~18일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1.25% 안팎으로 인상할 확률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싱크탱크 도단리서치는 금리 인상 확률을 지난달 10일 67%, 지난달 26일 87%에서 1일에는 94%로 예상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과 관련해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포함해 매번 회의에서 제대로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지금까지 금리 인상의 영향을 주시하고 물가 상승 리스크도 고려하면서 정책 운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우에다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엔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면서 이에 대한 일본의 단호한 조치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1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75%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올해 6월 '1% 정도'로 추가로 올렸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다. BOE는 지난해 12월 0.25%포인트 인하를 끝으로 올해 다섯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데다 최근 국채 금리가 거의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거센 금리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2일 5.863%로 199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2일 기준금리를 7회 연속 동결, 2.25%를 유지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는 관세 인상에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3.8%로 2024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는 2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 호르무즈 해협 운송 불안, 미국과의 관세 갈등 등을 들어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상방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서는 "최근 몇 주 동안 글로벌 채권 금리, 특히 미국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봤다"며 "그 밑바탕에는 세계적으로, 특히 일부 주요국에서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와 계속되는 대규모 발행이 있다. 그 부채는 시장에서 소화돼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 금리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는 기본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맥클렘 총재는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수요 급증도 지적했다.
맥클렘 총재는 "중앙은행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며, 이에 따라 시장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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