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형 前방첩사령관 징역 18년… “내란 구체적 실행법 메모 작성”
▶ 이진우 15년·문상호 12년·박안수 10년·곽종근 9년 선고
▶ 특검 “국민지킬 책무 저버린 책임 확인…형량 아쉬워” 항소 검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왼쪽부터),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헌법재판소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전직 군 고위 장성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에겐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이들에게 각 징역 30년을 구형했었다.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겐 징역 12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겐 징역 10년,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는 징역 9년이 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하고 정치인 체포조를 편성·운영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부하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국가세력 합동체포조'를 편성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 10여명을 체포하려 한 혐의가 인정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선관위 장악과 전산 자료 확보를 지시받고 방첩사 병력을 선관위 등으로 출동시킨 혐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계엄군의 선관위 침투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도 사실로 판결났다.
재판부는 정치인 합동 체포조와 부정선거 전담 수사단 운영에 관한 내용이 담긴 여 전 사령관의 메모를 근거로 그가 사전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과 적극적으로 모의했다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장관과 사전에 수차례 모임을 가지며 비상계엄 선포 목적이 위법함을 인식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는 등 헌법기관의 권능을 불가능하게 하는 내란의 실행 방법을 담은 구체적 메모를 사전에 작성했다"며 "그 과정에서 윤석열, 김용현과 모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진우 전 사령관은 계엄이 선포되자 수방사 병력의 국회 출동을 지시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그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직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본회의장에 들어가 4명이서 1명을 들쳐업고 나오라",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이를 부대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 짚었다.
이 전 사령관은 "끌어내라 한 대상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성명불상의 테러 세력"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부대원 진술 등에 근거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안수 전 총장은 계엄사령관으로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경찰청장에게 국회 봉쇄 지시를 하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가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해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 한다는 사실을 박 전 총장이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행위를 윗선으로부터 강요받았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사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육군 참모총장으로서 당시가 비상사태가 아님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윗선에 따로 건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특전사령부, 수방사령부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박 전 사령관이 병력이 국회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출동 상황을 사후에 보고받았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상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사전에 모의해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를, 곽종근 전 사령관은 국회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선관위 과천청사 등에 특전사 병력을 출동시킨 혐의를 받아 각각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피고인들은 군의 정치적 중립을 저버리고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고 질타했다.
여인형 전 사령관에 대해선 "내란의 실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군과 경찰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부하에게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의 지시가 실제로 이행되진 않았지만, 이는 부대원들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과 시민들의 저항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진우 전 사령관에 대해선 "계엄 선포 전 대테러 부대를 소집하고 선포 직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는 내란 행위에 가담했으며, 그 과정에서 부하들에게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질책했다.
박안수 전 총장에 대해선 "계엄사령관으로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했고 경찰청장에게 국회 차단을 요청해 국회 2차 봉쇄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육군 수장이라는 지위에 비춰 국회 인근에 전시사변에 준하는 사태가 없음을 아는데도 내란에 가담했다"고 꾸짖었다.
곽종근 전 사령관에 대해선 "윤석열, 김용현과 여러 차례 식사 모임을 하며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에 대해 듣고 위법성을 인식했으며, 선포 당일 특전사 병력을 국회 등에 침투시켰다"며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한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수사 초기 양심선언을 한 후 자술서를 냈고, 이후 윤석열 탄핵 사건과 내란 혐의 재판에서 일관되게 진술해왔다"며 "관련법에서 이를 필요적 감면 사유로 규정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 직후 특검팀은 "국민을 지키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군의 핵심 지휘관들이 그 책무를 저버린 데 따른 책임을 확인한 판결로,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점이 이번 중요하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환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별 형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와 그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의 구형을 절반 가까이 깎아준 납득할 수 없는 형량으로, 재판부가 스스로 인정한 범행 중대성과 실제 선고 형량의 간극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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