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관광 박평식 대표의 인문학 여행
▶ 코카서스 3국
세계지도를 펼쳐 러시아 남부를 따라 손끝을 옮겨가다 보면,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길게 뻗은 산맥이 시야에 들어온다. 코카서스 산맥. 유럽과 아시아가 맞닿는 이 능선 아래, 아제르바이잔·조지아·아르메니아가 나란히 자리한다. ‘코카서스’ 혹은 ‘캅카스’ 3국이라 불리는 이곳은 신화와 성서가 교차하는 문명의 경계이자 통로였다. 그리스 신화는 이 산맥을 기억한다. 인간에게 불을 전한 프로메테우스가 벌을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성경은 노아의 방주가 멈춘 산을 이 지역으로 기록한다. 신화와 성서가 한 산맥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이 땅에서는 신화가 신앙으로 이어지고, 믿음이 다시 일상의 문화로 스며든다. 산은 외세를 막는 장벽이었고, 동시에 교역과 이동의 길목이었다. 그래서 코카서스는 끊임없이 침략을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언어와 신앙, 식탁과 노래를 지켜냈다.
■ 불꽃의 도시에서 시간의 층위를 읽다카스피해 연안의 수도 바쿠는 이름부터 뜨겁다. ‘불의 나라’라 불리는 아제르바이잔은 지표면에서 천연가스가 솟구쳐 오르던 땅이다. 고대에는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가 번성했고, 근대에는 석유 산업이 도시를 세계의 무대 위로 올려놓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체리 세헤르는 바쿠의 심장이다. 돌로 쌓은 성벽 안에서는 중세의 시간이 지금도 고요히 숨 쉰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12세기 방어탑 메이든 타워가 모습을 드러낸다. 탑에 오르는 순간, 카스피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먼저 여행자를 맞이한다. 푸른 수평선과 구시가의 황토빛 지붕이 한 화면에 겹치며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펼쳐진다. 이어 마주하는 쉬르반샤 궁전은 섬세한 문양과 절제된 구조 속에서 이슬람 건축의 미학을 또렷이 보여준다.
해가 지면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불꽃 형상의 플레임 타워가 밤하늘을 밝히고, 과거의 돌담과 미래의 유리 외벽이 나란히 선다. 이 극적인 대비는 바쿠가 지닌 이중의 시간성을 상징한다.
도시를 벗어나면 고부스탄 암각화가 기다린다. 1만 년 전 인류가 남긴 사냥과 춤의 흔적, 그리고 인근에서 끓어오르는 진흙 화산은 자연과 인간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음을 보여준다. 실크로드의 교역 도시 셰키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빛을 받아 벽면을 물들이고, 카라반사라이의 중정에는 옛 상인의 발걸음이 들려오는 듯하다.
■ 포도 향기 속에 흐르는 신화조지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땅속 항아리 ‘크베브리’에서 발효되는 포도주는 수천 년의 시간을 품는다. 이곳에서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건배사에는 가족과 조국, 신에 대한 감사가 담긴다.
해발 800미터 성곽 마을 시그나기는 붉은 지붕과 고요한 골목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인근 보드베 수도원에는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한 성 니노의 흔적이 남아 있다. 북쪽 산악지대 카즈베기에서 마주하는 게르게티 트리니티 교회는 그 자체로 한 폭의 성화다. 해발 약 6,600피트 언덕 위에 세워진 이 교회는 14세기 건축물로, 러시아와 페르시아의 침입이 잦던 시절 신앙과 유물을 지키기 위한 피난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뒤편으로는 해발 1만 6560피트에 이르는 카즈베기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만년설과 빙하를 이고 선 산세는 압도적이다. 인간이 세운 작은 석조 교회와 거대한 자연의 대비는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바람은 거칠고 공기는 희박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맑아진다. 전설에 따르면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건넨 죄로 이 산에 묶여 독수리에게 형벌을 받았다고 한다. 신화는 상징일 뿐이지만, 이 봉우리를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그 이야기가 단순한 전설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카즈베기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과 신앙, 신화가 한 화면에 겹쳐지는 공간이다. 산 아래를 흐르는 협곡과 초원, 그리고 구름이 능선을 타고 오르는 풍경은 코카서스가 왜 ‘대륙의 지붕’이라 불리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수도 트빌리시는 동서양의 색채가 교차하는 도시다. 유황 온천의 김이 피어오르는 골목과 나리칼라 요새에서 내려다본 석양의 강변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페르시아와 러시아, 아랍의 흔적이 스며든 건축과 골목은 이 도시가 문명의 교차로였음을 말해준다. 낮의 활기와 밤의 조명이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 믿음이 산이 된 나라조지아를 넘어 아르메니아로 향한다. 국경을 지나 처음 닿는 도시는 딜리잔. ‘아르메니아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 휴양지는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로 여행자의 숨을 고르게 한다. 온난한 기후와 전통 온천은 오래전부터 휴식의 장소가 되어왔다.
내륙국가인 아르메니아에는 바다는 없지만 해발 6,560피트 고지에 자리한 세반 호수가 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바다’라 부른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수면과 이를 감싸는 산세는 바다에 비견될 만큼 웅장하다. 풍부한 어종 덕에 호숫가 마을은 예로부터 비교적 풍요로운 삶을 이어왔다고 한다. 세반의 바람은 차갑지만 투명하고, 물빛은 깊고 묵직하다. 그 앞에 서면, 이 나라 사람들이 왜 이 호수를 바다라 부르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어지는 여정은 고대의 시간으로 향한다. 절벽 아래 거대한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둘러선 가르니 신전은 기독교 이전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이다. 용암이 흐르다 물과 만나 급격히 식어 형성된 현무암 기둥들이 자연의 장엄함을 보여준다. 절벽 위에 세워진 신전은 마치 그리스 신화를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땅은 이후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였다. 이 대비가 아르메니아 역사의 깊이를 말해준다.
특히 국경 인근의 코르비랍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아라라트 산의 풍경은 상징적이다. 낮은 평원 위에 자리한 수도원과 그 뒤로 우뚝 솟은 설산이 한 화면에 겹치며, 아르메니아 신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곳은 성 그레고리오스가 13년간 옥에 갇혀 있다가 풀려난 장소로 전해지며, 기독교 국교화의 역사와 깊이 연결된 공간이다.
수도 예레반에 들어서면 도시 전체가 분홍빛 화산석으로 물들어 있다. 계단식 언덕과 현대 조형물이 어우러진 케스케이드 콤플렉스에 오르면 도시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지평선 너머로 아라라트 산의 실루엣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산은 자연경관을 넘어 아르메니아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다. 예레반의 마테나다란 박물관에는 고대 성서와 필사본이 보관되어 있어, 문자와 기록을 통해 신앙과 역사를 지켜온 민족의 의지를 전한다.
도시에서 약 12마일 떨어진 에치미아진은 아르메니아 정교의 중심지다. 에치미아진 대성당은 4세기 국가 공인 아래 세워진 세계 최초의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다는 창과 노아의 방주에서 가져왔다는 유물이 전해지며,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이곳 사람들에게는 신성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코카서스는 한 번에 소비되는 여행지가 아니다. 산맥을 넘고 국경을 건너며, 신화와 성서, 자연과 와인이 켜켜이 겹쳐진 시간을 천천히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이 여정은 풍경을 보는 여행이 아니라, 문명의 결을 짚는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화와 성서가 흐르고, 와인이 익어가는 땅… 그 경계에서 우리는 오래된 이야기와 다시 마주한다.
■ 여행팁‘US아주투어’가 선보이는 11일간의 코카서스 3국 일정은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유라시아의 보석을 깊이 있게 조망하는 프리미엄 여정이다. 와인의 향기가 골목마다 스며든 조지아, 노아의 전설이 잠든 신비로운 아르메니아, 바람과 불이 숨 쉬는 아제르바이잔까지 세 나라를 균형 있게 아우른다. 전 일정 특급 호텔에 머물며 이동과 휴식의 질을 높였고, 선택 관광(옵션) 없이 핵심 일정과 주요 입장료를 모두 포함해 여행의 흐름을 온전히 유지했다. 출발은 5월 2일과 10월 1일, 두 차례다.
■ 문의: (213)38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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