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판 ‘제한적 공습’으로 이란에 합의 재촉…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에는 ‘격노’
▶ 한달 예상했던 전쟁, 100일 넘게 늘어지자 ‘중간선거 악재’ 위기감 고조
▶ 막대한 전쟁비용에 탄약 고갈 심각…지지층 분열 속 의회도 “전쟁 그만” 압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에 도달한 것은 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국내외 여론 악화와 정치·경제적 부담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한동안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자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18일 백악관 안보팀 회의에서 참모들로부터 여러 가지 공격 옵션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그다음 날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려다가 '수용 가능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중동 주변국들의 만류에 이를 멈추도록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지난달 말부터 이란과 산발적 공방을 벌이던 미국은 지난 8일 이란의 미 육군 아파치 헬기 격추를 계기로 이틀 연속 공습을 벌이면서 전쟁 재개 위기감은 고조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이미 타협 쪽으로 기울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전소·교량·석유시설을 겨냥한 치명적 공격을 예고하면서도 이를 실행하지는 않았고, 이란과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지난 11일 예정됐던 사흘째 공습을 전격 취소한 데서 엿볼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 미군의 군사적 우위가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 이유의 일부"라며 이틀에 걸친 공습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단지 문서에 서명하는 것뿐"이라며 이란에 합의를 종용했다. 협상 타결이 임박한 이날 "이란과의 평화 합의에 매우 가까워진 특별한 날"이라며 레바논을 공습한 이스라엘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는가 하면 "모든 당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다급하게 촉구했다.
이처럼 전면적 공격 카드를 꺼낼 듯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을 거두고 이란과 타협점을 모색한 배경은 유가를 빼놓고선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 관측통의 지적이다.
개전 직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허를 찔린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전쟁 기간 내내 유가 압박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에너지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두 달 넘게 막히자 국제유가는 전쟁 전 대비 40∼60%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전쟁 전의 약 1.5배 수준이다.
연료 가격뿐 아니라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그에 따른 산업 전반의 타격이 도미노처럼 가시화했다.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치인은 없다'는 격언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받는 정치적 압박은 유가와 비례해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유가는 전쟁이 끝나면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같은 호언장담은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위기감을 반증한 것이라는 평가를 낳을 뿐이었다.
올해 들어 민주당의 '생활비 부담' 공세가 거세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상황이 길어질수록 악재가 쌓이며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게 되는 형국이었다.
유가 상승이 자극한 인플레는 미국 국채 투매와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오히려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주택 구매자 및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당초 4∼6주일 안에 끝내겠다던 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석 달 넘게 늘어진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그가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 전쟁은 개전 초부터 미국 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감하게 여기는 국내 여론은 시종일관 전쟁에 비판적이었다.
40% 아래로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선거 패배로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점증했다. 이란 전쟁에서 "선거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그의 발언 역시 반어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 군사 개입을 자제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우선주의'와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은 그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분열 조짐마저 불러왔다.
연방의회 상·하원의 아슬아슬한 우위를 점한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전쟁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비록 상징적이지만 '전쟁 권한 제한' 결의안까지 추진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수행은 이미 정치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놓인 거시적인 정치·경제 상황이 공격보다는 타협쪽으로 조성된 것과 별개로, 군사적 측면에서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보급'의 문제가 대두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 국방부는 올해 2월 28일 개전 이후 10주 동안 이란 전쟁에 290억달러(약 43조원)를 쏟아부었다고 지난달 12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밝혔다. 휴전 기간인데도 2주일 전 대비 40억달러(약 6조원)가 추가 투입됐다는 계산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대한 전쟁 비용을 감수한 채 공격을 재개했더라도 이미 상당량 소진된 미군의 탄약 재고를 고려하면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에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란을 상대로 벌인 '장대한 분노' 작전으로 미군의 스텔스, 토마호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공격·방어용 미사일 탄약 재고가 급감해 중국·러시아 등에 대한 억지력이 약화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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