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극적 합의로 파국 면했지만 산업계 전반으로 상향 요구 확산
▶ 업종·원하청 소득격차 심화 우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최악의 사태를 면했지만 이 과정에서 도드라진 성과급 논쟁이 자동차·조선·중공업 등 산업계 전반으로 옮겨붙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내부에서도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가 부각돼 잠정 합의안의 부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형국이다.
재계는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노조가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상황이 확산하면서 기업 내부는 물론 산업 간, 대·중소기업 및 원·하청 근로자 간 갈등을 키워 ‘K자 양극화’라는 사회·경제적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기아노조는 이날 배포한 노보에서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언급하면서 “사측은 삼성의 결단력을 배우라”며 임금협상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기아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9조 781억 원)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2조 7200억 원가량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기아가 올해 1분기 기록한 영업이익(2조 2051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노조는 “삼성이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합의하면서 사업 성과의 12%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반면 기아 노조는 특별성과급 투쟁을 이어오고 있지만 회사는 일관되게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과급 상향 요구는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HD현대중공업(329180) 노조가 영업이익의 최소 30% 성과 배분을 핵심 의제로 내건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노조도 최근 올해 임단협 상견례에서 성과급 지급 방법 개선(상한 폐지)을 별도 요구안으로 공식 제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영업이익 기준 목표치 달성률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현재는 ‘기본급의 530%’가 상한선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노조는 성과가 두드러진 해에도 상한이 고정돼 조합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요구가 삼성전자 이슈와 직접 연동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려 조합원 요구가 강해진 측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의 상한 폐지 요구에 사측이 ‘영업익 목표치 달성률 50% 미만일 때도 기본 100%를 보장하는 하한선을 폐지하자’고 나와 입장이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상견례만 진행했을 뿐 구체적인 요구를 주고받은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현대차(005380) 노조가 기본급 인상에 더해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고 HD현대일렉트릭(267260)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도 성과급 산정 방식 개편 및 상한제 폐지 요구에 직면해 있다.
성과급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재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시황에만 근거한 과도한 성과급 요구가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옥죄는 것은 물론 ‘K자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인 만큼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이례적 특수를 부침이 심한 타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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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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